당뇨를 앓는 인구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은 당뇨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뇨질환으로 고통 받는 인구가 점점 증가하는 것이다.
당뇨 발병 조절하는 단백질
국내 연구진이 당뇨병 유발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조절하는 단백질을 발굴해 주목을 받고 있다. 최장현 울산과학기술대(UNIST)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당뇨 발병 유전자를 조절하는 단백질 'Thrap3'을 발굴했다.
지방세포에는 피피에이알 감마(PPARγ) 라는 전사인자가 존재한다. 이는 지방세포에서 지방분화를 담당하는 단백질로, 지방 대사 및 당 대사,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전사인자로 기능한다.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는 물질로써 당뇨치료제로 사용될 만큼 항 당뇨효과에 중요한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항 당뇨효과에 중요한 물질인 만큼 최근 학계에서는 피피에이알 감마의 인산화가 당뇨 발병의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분자기전은 규명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장현 교수팀이 피피에이알 감마 인산화에 의해 당뇨 유발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는 핵심기전을 확인했다. 또한 그 분자기전 중심에는 'Thrap3(Thyroid hormone receptor-associated protein 3)' 라는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저희 팀의 이번 연구결과는 당뇨 및 대사 질환 발병의 분자 기전에 대한 것입니다. 제가 3~4년 전 미국 하버드 의과 대학(Harvard Medical School)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지내면서 지방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인 피피에이알 감마의 특정 아미노산에 인산화가 되면 당뇨 발병이 촉진되고, 인산화를 억제하는 물질을 처리했을 경우 당뇨가 개선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네이처(Nature)' 2010년 논문 게재, '네이처(Nature)' 2011년 논문 게재). 피피에이알 감마는 전사 인자의 일종으로 많은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입니다. 피피에이알 감마의 인산화가 됐을 경우 특정 유전자의 발현에 이상이 생기며 인산화를 억제하면 이러한 유전자의 발현 이상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을 발견했죠. 저희는 이러한 특정 유전자들을 ‘당뇨 발병 유전자군’으로 명명했고 이 유전자들에 의해 당뇨가 발병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즉, 이번 연구는 최장현 교수가 앞서 진행한 연구의 후속연구인 셈이다. 그는 피피에이알 감마의 인산화에 의한 당뇨 발병 유전자들이 어떤 분자 기전으로 조절 되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많은 시행착오 끝에 피피에이알 감마가 인산화 되면 특정 단백질이 인산화 된 피피에이알 감마에 결합하고 이 단백질들이 피피에이알 감마의 전사 능력을 조절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발견한 단백질이 바로 'Thrap3'인 것이다.
"Thrap3는 인산화 된 피피에이알 감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당뇨 발병 유전자의 발현을 선택적으로 조절합니다. 저희는 이 사실을 세포 수준에서 관찰했죠. 이후 당뇨 발병 생쥐 모델을 이용, 생리적으로 'Thrap3'가 당뇨 발병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했습니다. 당뇨가 유도된 생쥐 모델의 지방 조직에서 Thrap3의 발현을 억제시킨 결과 혈당 강하는 물론 당뇨 현상이 현저히 개선되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결과는 인산화 된 피피에이알 감마에 의한 당뇨 발병 기전이 Thrap3로 매개된다는 분자 기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발견입니다."
앞서도 언급했듯 피피에이알 감마는 세포의 핵에 존재하는 전사인자다. 우리 몸의 지방 조직, 장, 염증 세포 등에 많이 존재하고 있다. 지방 및 당 대사의 핵심 단백질로써, 지방 세포를 만드는데 필요충분조건이 되기도 한다. 또한 피피에이알 감마가 없으면 우리 몸에 지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지방이 없으면 건강에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우리 몸에 흡수된 지방산은 혈중에서 조직 내로 흡수돼야 하고 이를 이용해 우리 몸의 에너지를 생성하게 됩니다. 우리 몸의 기관 중 지방산을 가장 많이 흡수할 수 있는 기관은 바로 지방입니다. 에너지 과잉이 되면 지방에서 계속적으로 지방산을 흡수해 저장하고, 에너지가 부족하면 저장된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죠. 지방산이 지방 조직 내로 흡수되지 않을 경우 혈중 지방산이 우리 몸의 여러 장기에 염증 반응을 유도하게 됩니다. 최근 보고들을 보면 각종 장기에서 일어나는 염증 반응으로 인해 대사 질환이 발병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아요. 즉 지방 조직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조직 중 하나인 거죠."
이어 최장현 교수는 "1990년대 후반 피피에이알 감마 활성이 감소된 환자가 영국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바 있다"며 "이 환자의 경우 체내 지방이 현저히 감소돼 있었고 각종 대사질환을 비롯해 인슐린 저항성,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 질환 등을 나타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피피에이알 감마의 활성 물질로는 화합물인 TZDs(Thiazolidinediones)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TZDs는 피피에이알 감마에 결합해 피피에이알 감마를 활성화 시키고, 이를 통해 항 당뇨 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단적인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심혈관 부작용이 그것으로 현재는 점차 그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항 당뇨 효과만을 놓고 보면 지금까지 사용되는 약 중 최고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들을 보면 피피에이알 감마를 활성화 시키는 정도가 현저하게 적은 약물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약물들은 TZDs 약물에 비해 피피에이알 감마를 활성화시키는 정도가 굉장히 낮아요. 하지만 이러한 약들도 굉장히 좋은 항 당뇨 효과를 나타내고 있죠. 이 사실은 피피에이알 감마의 활성이 항 당뇨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연구 결과입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팀은 피피에이알 감마의 다른 기작이 항 당뇨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고, 그 결과 피피에이알 감마의 인산화가 당뇨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항 당뇨 치료제 기틀 마련

최장현 교수에 따르면 현재 당뇨병 치료를 위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새로운 당뇨 발병 핵심 단백질을 발굴하고 이들의 조절 기전을 연구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기존에 밝혀진 핵심 당뇨 조절 단백질을 타깃으로 해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중 최장현 교수팀의 연구는 당뇨 발병의 새로운 핵심 단백질을 찾은 것으로, 해당 연구결과는 향후 새로운 항 당뇨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새로운 당뇨 치료제로 역할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이유 중 한 가지는 기존 치료제의 부작용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TZD 약물은 항당뇨 효과 이외에 부작용을 수반하는데, 이는 과도한 피피에이알 감마활성에 의한 부정확한 영향(off-target effect)로 설명 될 수 있다.
"여러 조직에서 피피에이알 감마의 활성으로 인해 다양한 유전자들의 발현이 증가하는데 이중 부작용을 나타내는 유전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저희팀은 이전의 연구를 기반으로 피피에이알 감마의 인산화를 억제하는 새로운 약물을 개발, 개체 수준에서 항 당뇨 효과 및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개발했습니다. 이러한 물질들이 항 당뇨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은 피피에이알 감마의 인산화를 억제함으로써 피피에이알 감마의 인산화에 의한 당뇨 발병 유전자 발현을 거꾸로 돌리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밝혀진 Thrap3 단백질을 이용하면 새로운 항 당뇨 치료제 개발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인산화 된 피피에이알 감마와 Thrap3의 결합을 방해하는 물질을 개발한다면 인산화에 의한 유전자 이상 발현이 억제될 것이고, 이를 통해 당뇨를 치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물질들은 피피에이알 감마의 활성을 조절하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까지 알려진 TZD 약물의 부작용을 가질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항 당뇨 치료제 개발을 이룩하는데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최장현 교수가 항 당뇨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한 것은 미국으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나가면서 시작됐다. 그는 본래 세포 및 분자 수준에서 단백질들이 신호를 어떻게 전달받고 또 전달하는지 살펴보는, 세포신호전달 과정을 연구하는 연구자였다. 그는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질병 치료를 해보고자 미국으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가게 됐다"며 "대사 질환, 특히 당뇨와 관련된 실험실에 지원하게 됐고 연구 활동이 왕성한 연구실에 들어 갈 수 있게 돼 많은 경험을 쌓고 좋은 논문을 쓸 수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연구 분야를 고민하다가, 피피에이알 감마의 인산화 연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의 피피에이알 감마 인산화의 분자 기전을 더욱 더 세밀하게 밝힐 것이라는 최장현 교수. 그는 앞으로 피피에이알 감마와 Thrap3의 결합을 억제하는 새로운 물질을 찾고, 이를 이용한 새로운 항 당뇨 치료제를 개발할 것이라며 계획을 밝혔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11-07 ⓒ ScienceTimes
관련기사

뉴스레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