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개는 모두 개과에 속하는 동물로 매우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늑대는 꼬리를 항상 밑으로 늘어뜨리고 있는데 꼬리를 위로 향하지 않는 것이 개와 다른 점이다. 이렇게 늑대와 개는 비슷한듯 하면서도 다르다.
그래서인지 개가 늑대에서 갈라져 나온 분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개는 두개골이나 치아의 구조를 보면 혼합된 것은 아니다. 때문에 조상이라고 일컫는 이리나 자칼 중의 어느 것에서 생긴 것이라고도 여겨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인류는 늑대를 개로 길렀을까. 이는 1만 8000년 이전의 유럽에 살던 수렵채집민들이 시작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까지 그 시기와 지역에 관해서는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지만, 가장 일반적인 사실은 개가 늑대로부터 진화했다는 것이다.
탈만(O. Thalmann) 핀란드 투르쿠대학(University of Truku) 박사를 비롯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고대와 현대의 개 및 늑대들로부터 채취한 DNA 분석을 통해 늑대가 최소한 1만 8000년 전부터 개처럼 길들여졌다는 내용을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고고학 자료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문링크)

선행된 DNA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개의 조상은 약 1만 5000년 전 중동 또는 동아시아 지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실제로 개의 특징을 뚜렷이 보여주는 것은 3만년 혹은 그보다 더 오래전의 화석들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연구 결과는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연구팀은 대부분 유럽에서 발굴된 늑대와 비슷한 고대 동물 10마리와 함께 개와 비슷한 동물 8마리의 화석을 비교하였다. 모두 1000년 이상 전의 동물들이며 대부분은 수천년 전의 것이었고, 두 마리는 3만년 이전의 것이었다.
이들의 미트콘드리아 DNA를 현대의 길든 개 77마리, 늑대 49마리, 코요테 4마리의 것과 비교하였다. 그 결과, 길들여진 개들은 유전적으로 유럽의 고대 늑대나 개와 같은 집단에 속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아마도 멸종한 늑대 종이 개들과 직접적인 혈연관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개들의 연대가 1만 8000년 전 이전의 것이라는 사실을 본다면, 개가 길들여진 시기는 지금까지 일부 학자들이 주장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전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인류가 아직 농업사회를 이루며 정착하기 이전, 수렵과 채집으로만 살아가던 시기부터 늑대로부터 개가 진화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일부 학자들은 늑대가 사람이 가축화한 최초의 종이자 유일한 대형 포식동물 종이라고 이야기 한다. 다른 야생동물들의 가축화가 모두 농업의 발달과 관련이 있었던 것과는 다르게, 늑대는 사람이 남긴 고기를 먹으면서 공동진화 과정을 통해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늑대들이 사람의 이동 경로를 따라다니면서 영역성을 점차 포기하게 되고, 영역을 지키는 늑대들과의 교배도 점점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개처럼 사람과 함께 살아가게 되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늑대는 개의 직접 조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개를 늑대로부터 곧바로 갈라져 나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다 먼 옛날 늑대와의 공동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다른 내용의 연구이다. (원문링크)
미국 시카고대학교(The University of Chicago) 연구팀은 개와 늑대는 인간이 농경사회로 전환하기 전인 3만 4000~9000년 전 공동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으며 최초의 개는 농경사회가 아니라 수렵채집 사회에서 살았던 사실을 밝혀냈다.
개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크로아티아, 이스라엘 지역의 회색 늑대 3종과 역사적으로 늑대와 격리된 채 살아온 중앙아프리카의 바센지, 호주의 들개인 딩고 등 2종의 개. 더불어 '외집단'으로서 이들보다 더 오래 전에 갈라진 개과 동물인 자칼의 게놈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세 종의 개가 모두 서로 매우 가까운 유연관계에 있음이 밝혀졌다. 각기 다른 세 지역의 늑대들 역시 상호간 유연관계가 개에 비해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게놈 분석 결과, 개들은 모두 늑대와 비슷하긴 하지만 오래 전의 개와 늑대의 공동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내려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의 가축화는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하다. 그래서 이번 연구에서는 개가 여러 지역에서 기원했다거나 한 종의 늑대로부터 갈라졌을 것으로 추정하는 모델을 입증할 만한 어떤 분명한 증거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가 의미있는 것은 적어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늑대가 개의 직접적인 조상이 아니며, 오래전 공동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두 동물의 공동조상의 다양성이 오늘날의 늑대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컸음을 알 수 있다.
남의 행동 따라하는 건 늑대가 개보다 월등
늑대와 개가 어떻게 갈라져나왔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늑대와 개는 매우 유사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사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현저히 차이가 나는 특징도 있다.
같은 무리의 행동을 모방하는 능력에 있어서만큼은 늑대가 개보다 훨씬 월등하다는 것이다. 프리에드리크 랭그(Friederike Range) 오스트리아 비엔나 의과대학(University of Veterinary Medicine Vienna) 박사를 비롯한 연구원들은 이와 관련된 연구를 발표하였다. (원문링크)
늑대는 서로 능률적인 합동을 하며 무리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늑대들은 이 때문에 다른 늑대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기회가 많았고, 이와 같은 무리 활동이 동료 늑대를 모방하는 능력으로 발달하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연구를 위해 실험대상 동물들이 잘 훈련된 개가 나무상자를 여는 모습을 지켜보도록 했다. 훈련된 개는 상자 속에 든 먹이를 꺼내기 위해 입과 발을 이용해 나무상자를 열었는데, 지켜보던 실험대상 늑대와 개에게 직접 상자를 여는 시도를 하게끔 했다.
그 결과, 실험대상 늑대 14마리는 전부 훈련된 개의 행동을 정확히 모방하며 입이나 발을 이용하여 상자를열었다. 하지만 개는 15마리 중 오직 4마리만이 성공적으로 상자를 열었다. 즉, 늑대가 개보다 다른 동물의 행동을 모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와 인간의 협력관계 역시 유추할 수 있다. 개가 가축화되면서 사람을 사회적 파트너로 수용했고 이 때문에 다른 개의 행동으로부터 배움을 얻는 능력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환경과 자라나는 사회에 따라 어떻게 습성이 달라지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4-10-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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