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항공우주국(NASA)은 2024년부터 ‘아르테미스’ 달 재방문을 시도할 계획이다. 과거 아폴로 프로그램과는 달리, 이번에는 달 남극 주변에 반영구적인 월면 기지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달 표면에 기지를 건설해서 장기간 체류하고, 그 주변을 탐사하려면 우주비행사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 지구상에서는 간단한 GPS 내비게이션 장치를 이용해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지만, 지형지물을 분간하기 어려운 월면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연구원들은 지구 궤도의 GPS 위성을 이용하여 달 궤도에서도 위치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는 수학적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는 이달 7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몬태나주에서 열린 IEEE 항공우주 콘퍼런스에서 발표됐다.

GPS 위성 신호가 달까지 도달
최초의 범지구위성항법시스템인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는 지상에서 약 2만 km 상공에 떠 있는 24~32개의 위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GPS 위성은 안테나를 항상 지구로 향하고 있어서 그 신호를 달에서 포착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달 궤도에서도 미약하나마 GPS 신호가 포착된다.
NASA JPL의 카밍 청(Kar-Ming Cheung), 찰스 리(Charles Lee) 연구원은 수학적 계산을 통해서 이러한 가능성을 증명했다. 지구 근처에 있는 기존 GPS 위성 신호를 38만 km 떨어진 달 궤도의 우주선이나 월면 차량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밍 청 연구원은 “우리는 앞으로 몇 년 뒤부터 많은 탐사대가 달에서 GPS를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라면서 “달 탐사선이나 월면 차량이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실제로 가능하지만, 예산 문제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이런 종류의 네트워크는 기존 우주 프로그램 예산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장점이 있다.

JPL 연구팀은 미국의 GPS와 유럽의 갈릴레오(Galileo),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 항법시스템을 바탕으로 위성들의 궤도를 분석했다. 대부분 위성은 지구 표면으로 신호를 전송하는 지향성 안테나를 갖고 있지만, 일부 신호는 우주로 방출이 된다. 이 신호는 예상외로 강해서 달 근처에 있는 소형 수신기로도 감지될 정도다.
연구원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위치 정확도를 높이는 다양한 방법을 구현했다. 그 결과, 달 궤도를 비행하는 우주선이 정해진 시간에 5~13개의 위성 신호를 접할 수 있고, 200~300m 이내의 오차도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달 극지방에서도 지구를 볼 수 있으면 어느 정도 수신이 가능하다. 단, 우주선이나 월면 차량이 지구를 볼 수 없는 음영 지대에 들어가면 GPS 신호를 받을 수 없다. 이 문제는 기존 달 탐사 위성을 이용하거나, 달 궤도에 새로운 중계 위성을 2개 정도 띄워서 해결해야 한다.

MMS 임무에서 월면 GPS의 실현 가능성 입증돼
NASA는 지난 10년 동안 월면 GPS 기술을 개발해왔다. 그리고 지난 2015년 발사한 4대의 MMS(Magnetopheric Multi-Scale) 위성을 통해 고고도에서 GPS 위치정보 획득에 관한 실험을 수행한 바 있다
원래 MMS는 지구 자기권을 연구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내비게이터 GPS(Navigator GPS)’라는 장치를 탑재하고 있다. 이 장치는 GPS 신호가 약한 곳에서도 자동 위치 결정, 탐색 및 타이밍을 가능케 해서 지구로부터 15만 2900km 고도에서 성공적으로 위치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더 멀기 때문에 정밀한 신호 측정 및 타이밍 기술이 필요하므로 월면용 GPS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기술자들은 처음부터 새롭게 월면용 GPS를 개발하는 대신, MMS에 사용된 GPS 장치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별도로 신형 고이득 안테나와 향상된 타이머와 같은 장치를 개발할 필요성은 거의 없다. 다만, 효율적인 월면용 GPS 수신기를 개발하려면 소형화가 관건이다.
NASA 고다드(Goddard) 우주비행센터는 내비게이터 GPS와 항법 컴퓨팅 플랫폼인 스페이스큐브(SpaceCube)를 결합한 ‘나브큐브(NavCube)’를 개발 중이다. 이 장치는 향후 달 궤도에서 활동할 우주비행사들과 지구에서 우주선을 추적하는 지상관제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심창섭 객원기자
- chsshim@naver.com
- 저작권자 2020-03-25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