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게 유혹하여 바이러스를 죽인다?

항바이러스제로 주목 받고 있는 ‘사이클로덱스트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피나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바이러스가 끝없는 변종과 강한 내성으로 인류를 공격하고 있다면,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독특한 물질을 개발하여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유럽의 과학자들이 최근 개발한 사이클로덱스트린(cyclodextrin)을 활용한 항바이러스제를 꼽을 수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당 성분 가운데 하나인 사이클로덱스트린은 현재 식품첨가물로 사용되고 있을 만큼 안전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향후 유해 바이러스 퇴치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 성분 가운데 하나인 사이클로덱스트린을 활용한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고 있다 ⓒ EPFL.ch

원뿔형의 도넛 구조로 복합체 형성 용이

사이클로덱스트린은 흰색의 결정성 가루로 냄새가 없고 약간의 단맛이 나는 물질이다. 올리고당 등을 구성하는 당(sugar) 성분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당도가 높지 않아서 설탕처럼 감미료로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

감미를 내는 것보다는 식품의 점착성 및 점도를 증가시키고, 유화 안정성을 증진시켜 식품의 물성 및 촉감을 향상시키는데 주로 사용된다. 향료 및 색소에 들어가는 안정제나 마요네즈의 유화성 개선제, 또는 어육 제품의 탈취제 등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사이클로덱스트린은 식품첨가물치고는 상당히 오래전인 지난 19세기 후반에 발견되어 지금까지 수많은 종류의 식품에 사용되어 왔다. 특히 이 물질은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서 다양한 복합체를 만들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글루코스(glucose) 분자가 여러 개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사이클로덱스트린을 위에서 보면 도넛처럼 가운데가 뚫린 원뿔 형태의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비어 있는 공간을 갖고 있는 구조 덕분에 여러 다른 화합물이 삽입되어 다양한 복합체를 형성할 수 있다.

사이클로덱스트린의 독특한 원뿔형 도넛 구조 ⓒ Osaka.edu

예를 들면 복합체는 산이나 아민 등이 포함된 시약이 될 수 있고, 방향족 물질이 들어간 희석 가스로도 변신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들 복합체가 효소나 촉매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이클로덱스트린의 사용 범위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년 전부터 유해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하고 있던 공동 연구진은 사이클로덱스트린의 이 같은 물성에 주목했다. 공동 연구진은 영국의 맨체스터대와 스위스의 제네바대 및 로잔연방공과대의 과학자들로 구성되었다.

공동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저해하는 효과를 가진 물질을 사이클로덱스트린에 결합시켜 항바이러스 복합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복합체를 한때 세상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유해한 바이러스들에 하나씩 적용해 보았다.

비록 실험실이라는 한정된 환경에서 진행한 테스트였지만, 적용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단순 포진 바이러스’를 시작으로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나 ‘뎅기 바이러스’, 그리고 ‘지카 바이러스’ 같은 악명 높은 바이러스들이 복합체에 의해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항바이러스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 가능성

기존의 항바이러스제들은 대부분 비슷한 기전을 갖고 있다. 바이러스가 유전자를 복제하는 과정에 항바이러스제가 침투하여 그 과정을 방해하는 것으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 같은 기전을 가진 기존 항바이러스제의 단점은 바이러스가 복제하는 과정에만 관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복제를 하지 않고 단독으로 생존해 나간다면, 바이러스에 별다른 위해를 입힐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공동 연구진은 이 같은 기존의 항바이러스제가 가진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이클로텍스트린 기반의 복합체를 이용했다. 이 복합체는 바이러스의 껍질과 결합한 뒤 바이러스를 저해하는 물질을 침투시켜 파괴시키는 혁신적 기전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대해 공동 연구진의 책임자인 맨체스터대의 새뮤얼 존스(Samuel Jones) 박사는 “마침내 바이러스가 복제를 하지 않아도 파괴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라고 밝히며 “개발을 더 진행해야 하지만, 사이클로덱스트린 복합체는 항바이러스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평가했다.

사이클로덱스트린 복합체가 투여된 후 바이러스의 상태 ⓒ Manchester.edu

공동 연구진이 이번 결과에 더욱 고무되어 있는 까닭은 바이러스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인 지속적인 돌연변이의 탄생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강해지는 내성을 모두 억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기존 항바이러스제는 자체적인 독성이 있어서 일정 농도 이상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이런 문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이클로덱스트린 복합체는 인체에 부작용이 없는 관계로 거의 무제한으로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아직은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의 효과에 대해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그동안 전 임상 과정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였지만, 임상시험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 중단이 된 경우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항바이러스제가 가진 기전들과는 완전히 다른 작동 방식을 가진 새로운 항바이러스제가 계속적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도 멀지 않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존스 박사와 함께 공동 연구진을 이끌고 있는 제네바대의 ‘카롤리네 타파렐(Caroline Tapparel)’ 박사도 “이번 복합체는 상이한 유형의 바이러스에 효과를 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언급하며 “C형 간염이나 AIDS 등에도 효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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