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현대판 ‘노아의 방주’ 만들자

지구 생물 670만 종 유전자 저장고 건설 제안

달의 용암동굴 안에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건설하자는 주장이 최근에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방주에는 670만 종에 달하는 지구상의 식물, 동물, 균류 등의 유전자가 극저온으로 설계된 모듈에 담겨져 보관된다.

미국 애리조나대학 항공우주기계공학부의 제칸 탄가(Jekan Thanga) 교수팀이 작성한 이 논문은 지난 3월 6일부터 3월 13일까지 개최된 ‘IEEE 항공우주회의(IEEE Aerospace Conference)’에서 발표됐다.

달의 용암동굴 안에 건설될 유전자 저장고의 기본 설계. ©Jekan Thanga

미국 과학 매체 ‘라이브사이언스’에 의하면 탄가 교수팀은 발표에서 지구상의 생물을 위협하는 잠재적 요인으로 거대화산 폭발, 핵전쟁, 소행성 충돌, 전염병, 기후변화, 태양풍, 가뭄 등을 열거했다. 이 같은 위험 요인으로부터 안전한 외부 저장 시설을 만드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유전자의 저장소를 만드는 것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북극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 있는 국제종자저장고에는 전 세계 식물종의 유전자 샘플이 이미 보관돼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계속 상승할 경우 많은 섬이 물에 잠기게 되는데,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 역시 예외는 아니다. 또한 이곳은 위에서 열거한 지구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도 없다.

특수 로봇 이용해 용암동굴 지도 작성

따라서 연구진은 유전자 정보를 태양계의 다른 어딘가에 저장해야만 지구에 대한 실존적 위협에서 보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안전한 장소로서 탄가 교수팀이 달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어떤 한 종의 생물을 성공적으로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한 종당 약 50개의 유전자 샘플이 필요하다. 따라서 670만 종에 달하는 유전자 샘플을 외계로 운송하기 위해서는 약 250회의 로켓 발사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계산했다. 달은 지구에서 4일 만에 도달할 수 있는 곳이므로, 그처럼 많은 유전자 샘플들을 화성으로 운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리한 장소라는 연구진의 설명이다.

달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무려 200개에 달하는 용암동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달의 형성 초기인 수십억 년 전에 만들어진 이 동굴들은 유성 충돌은 물론 DNA를 손상시키는 방사선 등으로부터 안전하다. 또한 지름이 약 100m에 달해 대형 저장 시설로 이용하기에도 매우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동굴을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동굴을 자율적으로 탐사할 수 있는 특수 로봇을 이용해 전체 지도를 작성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특수 로봇은 카메라와 라이다(LiDar)를 사용해 용암동굴의 지도를 만들 수 있다. 라이다란 레이저 펄스를 발사하여 그 빛이 대상 물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을 받아 물체 거리와 형상을 이미지화하는 기술이다.

연구진이 제안한 방주에는 동굴 지상과 지하 두 지역으로 구분돼 주요 구간이 건설된다. 유전자 샘플은 용암동굴 지하의 극저온 모듈에 보관되어 엘리베이터로 지상과 연결되며, 지상에는 통신 시설과 태양전지판, 그리고 방문객들을 위한 에어록 시설 등이 필요하다.

극저온 극복하려면 ‘양자 부상’ 기술 필요해

탄가 교수는 “방주 시설을 만들고 유전자 샘플을 운반하는 데 수천억 달러가 필요하지만, 국제적 협력을 할 경우 완전히 불가능한 프로젝트는 아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에서 계획하고 있는 달 탐사 미션은 이런 종류의 건설 프로젝트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유전자 샘플은 -180℃ ~ -196℃의 극저온에서 보관해야 한다. 인간은 이처럼 낮은 온도에서 샘플을 분류하고 회수하는 작업이 불가능하다.

미국 애리조나대학 항공우주기계공학부의 제칸 탄가(Jekan Thanga) 교수. ©University of Arizona

따라서 인간 대신 로봇이 그런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로봇도 이처럼 낮은 온도에서는 바닥에 얼어붙어 움직이지 못할 수 있다. 연구진에 의하면 이에 대한 해결책은 ‘양자 부상(quantum levitation)’이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초전도 물질을 사용해 자기장에 물체를 고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끈이 달려 있어서 멀리 있는 사물을 함께 고정시킬 수 있으므로 공중부양을 통해 로봇을 움직일 수 있는 개념이다.

양자 부상은 아직 가능하지 않은 기술이지만, 장거리 우주여행처럼 다른 극저온 프로젝트에도 필요하므로 누군가가 그것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탄가 교수는 “이 야심찬 프로젝트에 필요한 모든 기술이 아직 존재하지는 않지만 향후 30년 이내에 건설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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