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류가 밝혀낸 단백질의 비밀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암과 같이 인류를 괴롭히는 치명적인 난치성 질병을 정복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21세기 융합과학의 시대가 펼쳐지면서 단백질 연구는 기존의 ‘유전체학’(genomics)에서 ‘단백질체학’(proteomics)으로 선회,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독특한 3차구조가 기능 결정
단백질 분야에 IT, 컴퓨터공학 등 다른 학문분야들이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특히 물리학은 높은 에너지 상태를 갖고 있는 단백질 연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부산대 물리학과 장익수 교수도 물리학자로서 단백질을 연구하는 학자다.
“프리온 단백질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소가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프리온 단백질이 포함된 사료를 먹고, 이 단백질이 소 내부에서 엉클어지면 광우병이 유발되는 것입니다. 다시 사람이 이 소를 먹게 되면 광우병의 영향을 받게 되지요. 또 p53이란 단백질이 있는데, 이 단백질은 약방의 감초처럼 암세포에 필히 영향을 미칩니다. 이처럼 단백질은 인류의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신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단백질이 인류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장 교수의 설명은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참석한 청중들은 장 교수의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장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각 종류의 단백질은 독특한 아미노산 서열을 가지며 이를 1차구조라 한다. 이 1차구조가 단백질의 기능을 결정한다. 아미노산들은 다시 상호작용을 통해 특징적인 2차 구조를 이루는데 알파 헬릭스(α-helix) 구조(한 가닥의 폴리펩타이드 사슬이 단단하게 감긴 원통구조)와 베타 시트(Β-sheet) 구조(인접한 사슬에 있는 펩타이드 결합들 사이의 수소결합에 의해 유지되는 매우 경직된 구조), 루프(Loop) 구조는 알파 헬릭스, 베타 시트 등을 연결하는 2차 구조다.
그리고 아미노산들은 어떤 경우에는 수없이 많은 3차원 모양을 형성하는데, 이는 단백질 사슬이 구부러지고 접혀짐으로써 형성된다. 3차구조의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신약 개발 및 질병을 발생시키는 단백질의 발병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나름의 선호하는 구조적 상태가 있습니다. 단백질은 높은 온도에서는 풀린 구조(unfolded), 낮은 온도에서는 접힌 구조(folded)를 형성하지요. 온도에 의해 접히고 풀리는 단백질에는 일정한 서열이 정해져 있으며, 이는 처음부터 정해진 것으로 이 순서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3차구조에서 단백질의 접힘 현상이 중요한 이유는 20가지 서로 다른 순서를 가진 아미노산들은 열역학적으로 안정된 자연구조로 접혀야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단백질 접힘 현상에 관여하는 에너지 또는 상호작용의 연구가 단백질과 물리학을 연결시켜준다는 장 교수의 설명이다.
1천개의 단백질 접힘 상태를 인식하는 에너지함수 개발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알려진 아미노산 정보는 수천 가지에 불과하다. 향후 단백질 연구가 발전하려면 아미노산 서열로부터 단백질의 자연 상태의 구조, 역할 및 응용 원리를 규명해야 한다. 장 교수의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여, 단백질 접힘과 접힘 동역학 분야이기도 하다.
“실제 단백질의 실질적 에너지함수를 알아야 합니다. 이를 토대로 단백질의 열역학적, 동역학적 성질을 정량적으로 규명하는 기술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구조단백질체학(structual proteomics)의 가장 중요한 연구과제이지요. 여기에는 생명과학(BT)과 기반 통계물리학 및 정보과학기술(IT)이 결합된 학제간 융합연구가 그 기반을 마련해줍니다.”
이를 위해 단백질 은행에 있는 1천 개의 실제 대표 단백질들을 선택, 병원체 단백질과 관련된 여러 가지 열역학적, 동역학적 양 및 접힘/잘못 접힘의 동역학 원리를 규명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연구에는 단백질의 여러 가지 열역학적인 특성들을 쉽게 계산해주는 여러 가지 통계물리학 모형들이 사용됐다. 아울러 슈퍼컴퓨터가 단백질이 접혀가는 중간 과정들의 연구를 위한 중요 정보 수집을 위해 이용됐다.
“우리가 개발한 에너지함수에는 단백질 누벼나기와 신경망학습이론 그리고 슈퍼컴퓨팅 PC-클러스터 등이 이용됐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에너지 함수를 이용, 단백질의 열역학적 안정성을 정량적으로 분석·예측할 수 있는 기법을 완성했습니다. 이 함수를 이용하면 새로운 단백질에 대해 95% 이상의 성공률로 그것의 자연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장 교수 연구팀은 현재 X-선 및 자기공명 실험으로부터 구한 단백질 3차원구조의 열역학적 안정성 및 구조적 수렴성 분석 기술을 대전 소재 (주)엔솔테크에 기술 이전해 6천만 원을 받았다. 올 3월 중에 3가지의 연구결과를 추가로 기술이전, 1억 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한 상태다. 또 국내특허 5건 등록, 국제특허 2건을 출원 중이다.
강연의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단백질 연구와 융합과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단백질 연구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지닙니다. NT 및 IT의 분야와 융합해 새로운 기술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작금의 생명과학의 놀라운 발전은 타 과학 분야의 중요한 개념들이 생물학적 지식과 결합돼 만들어진 융합과학(fusion science)의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리학, 화학, 수학, 컴퓨터과학 등이 생명공학, 생물학 등과 결합된 융합과학이 다른 시각으로 관측하고 얻어진 결과들을 서로 연결, 그동안 미처 이해할 수 없었던 한계를 극복해낸다는 설명이다.
“물리학에서 1백여 년 동안 발견한 학문적 지식이 생물학에 응용되면 훨씬 나은 과학적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융합과학의 중요성이지요. 그러나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단백질에 대한 연구는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새로운 과학의 영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1981년 부산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장익수 교수는 1990년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이론 통계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1991년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그동안 부산대 자연과학대 물리학과장(2002), 부산대 의ㆍ치예과장(2001) 등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성과는 단백질 에너지함수 개발과 단백질의 접힘 기작 연구 등이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2@empal.com
- 저작권자 2007-03-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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