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 ‘DNA 백신’이 부진한 이유

[전승민의 백신 이야기] (11) 유전자 백신의 기본 ‘DNA백신’ 어디까지 왔나

현대에 백신의 종류를 명확히 구분하긴 다소 모호한 감이 있다. 자료마다 설명에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같은 백신을 두고 전문가마다 시각이 다른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백신을 크게 약독화 백신(생백신)과 불활성화 백신(사백신), 두 가지로만 구분했으며 실제로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현대에 이런 원칙을 철저히 지키기 어렵다 보니 최근에는 다시 4가지로 나누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기존의 약독화 백신(생백신)과 불활성화 백신(사백신)이며, 세 번째는 유전자재조합기술을 이용한 ‘재조합백신’ 기술을 응용한 것들이다, 마지막이 꼽을 수 있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핵산 백신, 즉 유전자 백신이다.

재조합백신이나 유전자 백신, 두 가지 방식 모두 유전자공학기술을 이용하지만 결정적으로 차이가 있는데, 재조합백신은 유전자를 편집해 일단 세균 등의 미생물을 만들고, 그 세균이 만들어낸 부산물에서 항원물질을 얻는다. 반면에 핵산 백신은 인간의 DNA(유전자의 본체)나, RNA(유전자전달물질)를 이용해 인간의 세포가 스스로 항체를 생산하도록 만든다.

유전자 백신 ≠ DNA 백신

DNA샘플이 들어있는 바이알. ⓒ미국 국립암센터.

흔히 DNA라는 단어를 들으면 한국어로 ‘유전자’를 떠올린다. 그러나 DNA는 유전자 물질 중 그 본체를 뜻하는 말로, 유전자의 여러 종류 중 하나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여러 종류의 백신이 개발되면서 DNA백신, 바이러스백터백신(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mRNA백신(화이자, 모더나 등) 등의 용어가 자주 쓰이는데, 이런 종류는 모두 유전자 백신의 한 종류를 뜻한다. 세 가지 모두 우리 몸속 세포가 항원을 생산하도록 DNA를 수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때 어떤 방법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이름과 작용기전이 조금씩 바뀌게 된다.

이 중에서 DNA 백신은 말 그대로 ‘DNA’를 이용한다. DNA를 그대로 항원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이 DNA를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세포에서 이 DNA 정보를 받아들여 항원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즉 우리 몸속 세포가 백신을 만드는 공장이 되는 것이다.

유전자 백신의 기본적인 원리는 바이러스가 우리 몸을 감염시키는 과정과도 비슷하다. 바이러스는 크기가 아주 작아 우리 몸에 들어오면 세포 속으로 파고드는데, 그 다음 세포핵 속의 유전자를 조작해 자신과 꼭 닮은 복제품을 생산하도록 바꾸어 놓는다. 그 바이러스는 주변 세포를 다시 감염시킬 것이다. 결국 바이러스와 우리 몸과 면역 사이에서 세력 싸움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때 면역 시스템이 승리해 복제된 바이러스와 감염된 세포를 모두 물리치면 건강을 회복하게 되고, 패배하게 되면 증세가 점점 더 나빠져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유전자 백신은 바이러스가 우리 몸속 세포를 점거해 DNA 구조변형을 일으키는 점에서 착안해, 우리 몸속에서 항원 물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도록 미리 주사로 맞는 것이다.

우리 몸속에 끼워 넣을 유전자 구조는 당연히 병원체의 유전자 구조를 분석해서 알아낸다. 유전자란 생명체의 설계도인데, 병원체의 전체 유전자 구조를 끼워 넣으면 백신이 아니라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병원체의 어떤 단백질(또는 아미노산 중합체) 구조가 항원으로 쓰일 수 있으면서도 몸속에서 복제됐을 때 재차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지를 확인해, 그 부분만을 가져와야 한다. 또 바이러스의 경우, 최대한 변이가 일어나지 않는 부분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포 속에 DNA를 직접 전달하는 방법

바이러스를 촬영한 투과전자현미경(TEM) 사진.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의 유전자를 변경해 스스로를 복제한다. 이 방법을 백신개발에 이용한 것이 유전자 백신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DNA 백신을 만들 때, DNA 성분을 이를 그대로 주사로 맞는 방식으로 만드는 일은 거의 없다. 과거에는 식염수 등으로 묽게 만들어 근육주사로 맞는 경우가 있었으나 효과거 너무 적어 거의 쓰이지 않는다. DNA는 구조가 매우 취약하고, 이런 DNA가 스스로 세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몸속 세포에 DNA를 전달해 넣을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한다.

이 때문에 ‘플라스미드(Plasmid)’라는 것을 전달체로 사용하는 방법이 주로 쓰였다. 플라스미드는 세균의 세포 내에 복제되어 독자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분자다. 세균을 정밀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세포를 구성하는 DNA가 있고, 그 이외에 플라스미드라고 하는 복제된 유전자 뭉치가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이용하는 것이다. 즉 필요한 DNA를 만들 플라스미드에 섞어 넣은 다음 근육주사 형태로 맞는 식이다. 플라스미드를 작은 시험관(바이알)에서 일단 분리한 다음, 배양 및 정제공정을 거치면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도 나와 있다. 그러나 플라스미드를 사용하는 방법은 예상외로 인간에게 효과가 적은 것으로 나타나 실용화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일부 동물용 백신개발에 쓰였으며, 지카바이러스, 메르스 등 백신 개발과정에서 DNA 백신의 임상이 진행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인간용 백신중에서 완전히 실용화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에는 이를 보완할 방법이 검토되고 있는데, 현재 임상에서 효과가 검증된 방법은 전기천공법(electroporation)이 대표적이다. 본래 실험과정에서 세균이나 효모 및 포유동물 세포에 DNA를 전달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쓰이던 방법을 가져온 것이다. 특수 주입기를 피부에 대고 전기를 이용해 세포막을 일시적으로 불안정하게 한 다음, 그 틈으로 플라스미드에 담긴 DNA를 전달해 넣는 방식이다. 주입과정에 통증이 적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코로나19용 DNA백신은 다만 한국계 사장이 운영 중인 미국 바이오기업 이노비오(inovio)가 개발 중이다. 다만 개발과정이 다소 험난해 보인다. 초기에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노비오에 임상 보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지난 6월 이노비오는 임상 3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옥스포드대 제너연구소가 ‘차드옥스1’(ChadOx1 nCoV-19)라고 불리는 이 백신 후보를 개발해 연구 중이다. 초반에는 연구진척이 상당히 빨랐으나 이 경우도 어떤 이유에서인이 실용화 과정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DNA백신의 미래

DNA백신과 다른 유전자 백신인 ‘바이러스백터 백신’과 ‘mRNA 백신’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백신개발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백신 개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바이러스백터 백신은 플라스미드 대신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전달체로 사용하며, mRNA백신은 지질나노입자(LNP)를 이용한다. 이 두 가지 모두 면역반응, 알레르기 등으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데 비해, 플라스미드는 그 자체로 유전물질의 일종이라 인체 투여 시에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필요하다면 플라스미드를 구성하면서 면역증강물질(사이토카인) 등을 같이 표현하는 것도 가능해 다방면으로 응용이 가능한 장점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안전하고 뛰어난 방식으로 꼽힌다.

DNA 백신은 연구개발에 따라 백신개발이 어려웠던 난치성 질병을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게 해 줄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비록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선 뒤처졌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미래 백신의 큰 축을 담당할 기술로 여전히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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