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식품으로 알려진 초콜릿의 약리 효능이 밝혀지면서 기능성 식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 스웨덴의 린쾨핑대의 페르손 박사 연구팀은 2주 동안 25~45세의 건장한 남녀 16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다크초콜릿이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의 혈중수치를 감소시켜서 혈압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인체는 혈류와 혈압의 저하가 있을 경우, 신장에서 이를 감지하는 세포인 치밀반점(Macula densa)과 토리곁세포(JC cell)에서 레닌이란 물질을 분비한다. 이어 레닌은 혈중에 존재하는 안지오텐신이란 물질을 안지오텐신1으로 변화시킨다.
안지오텐신1은 안지오텐신1 전환효소에 의해 혈압을 상승시키는 내분비단백질인 ‘안지오텐신2’로 바뀐다. 안지오텐신과 안지오텐신1 전환효소는 인체에는 작용을 안하지만 안지온텐신2는 강력하게 혈관을 수축시킨다. 이로써 혈압이 급상승해 고혈압이 발생한다. 이 때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가 억제된다면 혈압은 떨어지고, 위험한 일을 면하게 된다.
페르손 박사 연구팀은 “다크초콜릿을 먹기 전과 먹은 후 3시간이 지난 경과 상태를 분석한 후에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 수치를 측정한 결과, 3시간이 지나자 ACE 수치가 먹기 전보다 평균 18% 떨어지면서 서서히 혈압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다크초콜릿이 고혈압 1차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ACE 억제제와 같은 수준의 효능을 지녔다는 것. 그렇다면 고혈압을 떨어뜨리는 다크초콜릿의 효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강장제와 진정제로 쓰인 초콜릿 음료
초콜릿은 적도 근처의 아마존 습지대에서 자라는 카카오나무에서 열리는 카카오 콩으로 만든다. 시커먼 카카오 콩은 매우 쓴 맛을 갖고 있다.
4세기경 중앙아메리카의 원주민 마야족은 카카오 콩을 ‘신의 열매’로 칭송하며, 이 열매로 만든 음료를 황제에게 진상했다. 마야족의 마법사들은 전사들에게 초콜릿을 강장제 또는 진정제로서 처방, 이 전사들은 힘을 얻기 위해 초콜릿 음료를 마셨으며, 전투 후에 부상을 치료하는 데에도 이용됐다.
실제로 초콜릿 음료에 들어있는 당분이 피로를 풀어주고 마음을 안정시킨다는 것은 현대 의학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또 카카오 콩에 함유된 테오브로민과 카페인 성분은 중추신경계를 자극, 심박동수를 높여 일종의 흥분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혈액의 응고를 지연시켜 심장마비나 심장발작을 예방하거나 활성산소를 제거, 동맥경화나 당뇨병 예방에 좋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이후 17세기경에 카카오 콩이 유럽에 처음 전파됐다. 카카오 콩으로 만든 초콜릿 음료는 피로회복제 또는 강장제로 여겨져 많은 사람들이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앙아메리카와는 다르게 카카오 콩은 유럽에선 전혀 인기가 없었다. 너무 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콜릿의 쓴 맛은 오묘한 신비를 드러내며 현대에 와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단 맛으로 먹고 쓴 맛으로 치료한다
유럽의 제조업자들은 카카오 콩으로 만든 초콜릿 음료가 인기가 없자 드디어 테오브로마 카카오(Theobroma cacao)나무의 종실에서 얻은 카카오 콩을 볶아서 외피를 분리하고 과실을 으깨 반죽을 만들어 설탕, 우유, 카카오버터를 혼합해 고온으로 일주일 동안 정련한 다음에 적당한 온도로 굳혀서 지금과 같은 초콜릿 원형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다크 초콜릿이다. 이후 초콜릿은 맛을 위해 다양한 첨가물이 추가됐고, 단 맛의 대명사로 군림한 초콜릿은 달콤함 속에 숨은 쓴 맛으로 사람의 미각을 자극하며 강렬하게 사람을 유혹했다. 달콤한 향기와 함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 쓴 맛에 숨은 또 하나의 비밀이 현대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고대 아즈텍인들이 황제에게 진상할 약재로 썼던 카카오 콩에 들어있는 수많은 약효의 비밀이 현대 과학에 의해 차츰 벗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콜릿의 원료인 ‘테오브로마 카카오(Theobroma cacao)’에 들어있는 플라바놀 성분은 일찍부터 혈압강하 효과가 있어서, 이를 계속 복용하면 뇌졸중과 고혈압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현대 의학은 초콜릿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약효를 찾아내고 있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추출물에는 충치 예방, 혈액 순환 개선 및 손상된 피부 효과 등이 이미 보고돼 있다.
여기에다 최근에 스웨덴의 페르손 박사 연구팀이 다크초콜릿에서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 억제제 기능을 확인, 이제 초콜릿은 기능성 식품으로서도 확고한 자리를 굳힐 전망이다.
- 조행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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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11-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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