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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05-20

늦게 잠 자면 왜 피곤할까 초파리 이용, 수면 구동 시스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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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어지면 만성적인 졸음이 생기는 이유를 인간과 수면 원리가 비슷한 초파리의 뇌를 분석해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초파리가 잠을 자지 않고 오래 깨어있을수록 ‘수면 구동(sleep drive)’을 담당하는 일단의 뇌세포가 더욱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해 생명과학저널 ‘셀’(Cell) 19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해 초파리를 잠들게 하고 계속 수면상태에 머물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인간의 수면장애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는 한편, 약에도 듣지 않는 만성 불면증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 마련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를 수행한 존스홉킨스의대 신경학과 마크 우( Mark Wu) 교수는 “초파리는 외견상 인간과 매우 다르지만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고 행동도 비슷하다”며, “조절 가능한 수면 구동의 특성 기제를 초파리에서 처음 확인해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도 같은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 구동 뉴런들이 작동되면 초파리들이 잠을 자게 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 수면구동 뉴런들이 작동을 멈추면 초파리들이 깨어나는 모습을 그린 그림.  ⓒ Johns Hopkins Medicine
수면 구동 뉴런들이 작동되면 초파리들이 잠을 자게 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 수면구동 뉴런들이 작동을 멈추면 초파리들이 깨어나는 모습을 그린 그림. ⓒ Johns Hopkins Medicine

수면구동세포의 실체와 위치 확인

우교수팀은 수면조절 세포들을 찾기 위해 500종 이상의 초파리를 대상으로 유전공학 기법을 활용해 일부 뇌신경세포들을 활성화했다. 이어 이 뇌신경세포들이 ‘가동됐을 때(fired)’ 어떻게 잠을 자는지를 측정했다. 심험 대상 중 여러 종의 초파리들은 뇌세포 활동을 중지시키고 지속적으로 잠을 자도록 ‘수면 구동’을 촉발시키자 여러 시간 동안 계속 잠을 잤다.

연구진은 형광현미경을 이용해 초파리의 뇌 부위에서 수면 구동 세포들의 실체와 위치를 찾아봤다. 가동시킨 뉴런들은 초록색으로 빛나도록 유전공학적으로 조작했는데, R2 뉴런으로 알려진 이 뇌신경세포들은 타원체 안에서 발견됐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좀더 알아보기 위해 R2 뉴런들을 유전공학적으로 침묵시켜 활성화되는 것을 막자 잠잠해진 R2 뉴런들을 가진 초파리들은 정상적인 일정에 따라 잠을 잤다. 그러나 밤에 이 초파리들이 들어있는 유리병을 흔들어 잠을 자지 못 하게 하자 초파리들은 대조군에 비해 66%가 채 안되는 ‘반발 잠’(rebound sleep)을 잤다. 이것은 초파리들이 수면을 빼앗긴 후에도 졸음을 덜 느낀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를 수행한 마크 우 교수 ⓒ Mark Wu Lab
연구를 수행한 마크 우 교수 ⓒ Mark Wu Lab

잠 못 자면 수면구동세포 활성화돼

다음으로 연구진은 잠을 제대로 자거나 자지 못한 모든 초파리에게서 R2 뉴런들이 깨어있을 때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가를 작은 전극을 사용해 시험했다. 대상은 1시간 안에 수면에 들어가 충분히 휴식을 취한 초파리와 12시간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초파리였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초파리들의 뉴런은 1초에 한번 정도만 가동되고 그것도 최소로 활성화됐다. 잠을 자고 있는 초파리들의 뉴런은 1초에 거의 네 번 활성화됐다. 이에 비해 잠을 못 잔 초파리들의 뉴런은 가장 많이 활성화됐고 가동률도 초당 일곱 번으로 가장 높았다.

우교수는 “이 R2 뉴런들은 잠을 못 잔 초파리일수록 높은 가동률을 보이고 이 뉴런들의 가동에 따라 초파리들이 잠에 빠져든다”며, “이를 통해 수면 구동 역할을 하는 핵심 세포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장애 치료를 위한 교두보 확보

잠을 자려면 정상적인 24시간 주기에서 밤이 다가옴에 따라 뇌의 특정부위에서 잠을 촉진하는 화학물질들이 증가해야 한다고 오랫 동안 생각해 왔다. 우교수는 그러나 이 화학물질들이 한번에 단 몇 분 동안만 지속되기 때문에 여러 시간 동안 계속되는 잠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수수께끼였다고 말했다.

우교수팀은 이에 대한 해답으로 화학적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R2 뉴런의 표면을 유전공학적으로 빛이 나게 조작했다. 잠을 푹 잔 초파리에 비해 잠을 빼앗긴 초파리들은 신경전달물질 분비장소의 숫자나 크기가 더 많았고 더 밝게 보였다. 우교수는 이같은 신경전달물질 분비 장소의 변화가 뉴런들이 화학물질처럼 단 몇 분이 아니라 여러 시간 동안 작동하는 수면 구동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융통성이 있어 잠을 잘 못 자거나 혹은 제대로 잔 경우 그에 맞게 조정된다는 것. 우교수는 R2 뉴런의 이런 수면 구동 과정은 기억이 뇌신경세포에 입력되는 것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기억을 관장하는 뉴런의 정보 입출력 부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정된다.

우교수는 “수면 구동이 어떻게 작동되는가를 알아내면 하루 종일 졸리거나 현재의 치료법으로 좋아지지 않는 수면 장애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05-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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