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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가 지난 약 30년 후 통신과 미디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 한양대 윤영민 교수(정보사회학)는 “지금과 같은 속도로 통신과 미디어 발전이 계속된다면 통신과 미디어의 기술적 기반인 BcN(광대역 통합망)은 성숙 단계에 도달해 있을 것이며, 이동전화 보급으로 인한 유선전화의 위기, 통신과 방송 윤합을 둘러싼 갈등, 인터넷으로 인한 종이신문의 위기 등의 이야기는 이미 옛날 일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 공간에서는 물론이고 100km 이상 속도로 달리는 차 안에서 초당 100MB 이상의 전송 속도를 지닌 전IP(All Internet Protocol) 기반의 무선통신은 TV 안테나는 물론이고 케이블과 전화선 등 집안에 있는 모든 통신을 깨끗이 치워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송사와 통신사와 갈등 때문에 아직도 제대로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IP TV는 벌써 몇 세대의 진화가 이루어져 있을 것이며, 모두 Volp(인터넷 전화)로 전환돼 유무선 구분이 없어져 버린 지 오래된 전화는 수 세대의 진화가 이루어져 있을 것이며, 국어사전에서 ‘전화’라는 단어는 고어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통신은 인간과 인간과의 소통을 넘어 인간 대 사물, 사물 대 사물 간의 소통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기기로 미디어를 사용할 것이냐 하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경제적이면서도 편리하게 인간이 원하는 어떤 종류의 의사소통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 교수는 마크 포스터(Mark Poster)의 말을 인용, “새로운 정보기술로 인해 현재의 방송모델의 ‘제 1 미디어’ 시대가 끝나고 쌍방향적이며 탈 중심적인 ‘제 2 미디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의 원형을 대면적 만남의 전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보기술의 발전은 1대 1의 대면을 넘어서 1대 다수, 나아가 다수 대 다수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
“결과적으로 쌍방향성은 이용자의 능동적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주며, 기존에 존재하던 커뮤케이션 중심의 해체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제 2 미디어 시대에는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구분되지 않으며,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구분이 흔들리고, 전통적인 정치학적인 개념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의미의 정치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고했다.
윤 교수는 뉴미디어 확산으로 인한 사회 변화와 관련, 지난 20~30년 동안 학자와 전문가들 사이에 적지 않은 논의가 이어져 왔는데 그 논의의 핵심을 ▲ 네트워크(network), ▲ 지식(knowledge), ▲ 이동(mobility), 그리고 ▲ 시뮬레이션(simulation)으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사회’란 고도로 발달된 정보기술로 인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조직, 인간과 데이터베이스 등이 촘촘히, 그리고 실시간(real time)으로 연결되는 사회를 말하는데 현재의 세계는 이미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네트워크 사회’에 진입해 있는 중”이라고 보았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홍콩 등 시간대가 다른 나라에서 주식시장의 추이를 지켜보느라 24시간 컴퓨터를 뜨지 못하는 주식 투자자가 드물지 않고, 전 세계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와 같은 컴퓨터 게임을 같이 즐기며 열광하고 있다는 것.
네크워크 사회에서 정치가들은 급작스럽게 다가온 ‘전자민주주의(e democracy)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휴대폰 등 뉴 미디어를 손에 쥔 시민들은 더 이상 자신의 입장이나 생각을 대표를 통해 전달하려 하지 않고, 직접 발표하면서 대표를 통한 대의정치보다는 발표를 통한 참여정치를 선호하고 있으며, 19세기 등장한 관료조직의 시대는 새로 등장한 전자정부(e government)의 출현에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식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뉴미디어 확산으로 ‘지식’에 대한 보편적 접근이 가능해짐에 따라 사회에 존재하는 기존의 권력 관계는 대부분 해체의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선배와 후배, 공무원과 민원인, 기업과 소비자 등 사회의 온갖 영역에서 권력 관계가 재편되거나 심지어는 전복될 수 있다”며 “탱크와 총칼로도, 대중적 투쟁으로도 성취할 수 없었던 변혁이 미디어 혁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론적 지식을 창출하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 넘치는 정보 속에서 의미를 캐낼 수 있는 능력, 사회적 현상의 이면을 꿰뚫어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사회가 부여하는 권력이 주어질 가능성이 다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보았다.
뉴미디어 확산으로 예상되는 또 하나의 현상을 ‘이동’이라고 보았다.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것은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인간의 생각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흐름이 빨라지면서 각종 경계가 해체되면서 유행, 혁신, 개혁과 같은 다양한 형식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변화가 예상된다는 것.
구체적으로 전통문화의 해체, 다문화주의, 탈중심사회와 같은 사회체제를 바꾸어놓는 현상들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더 나아가 정치적 소통방식의 변화는 사회의 편재된 권력, 심리적 지배자로서의 권력,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마저 바꾸어놓을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만일 뉴미디어가 그처럼 심층적 수준의 권력 관계까지 바꾸어놓을 수 있다면 ‘권력의 해체’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며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이 같은 변화 예측에 대해 과학기술자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 관계자들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최선책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과학기술, 미디어를 만나다’ 포럼에는 김우식 부총리겸과학기술부장관이 참석, 축사를 통해 “과학기술 혁명으로 인해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고 강조하고 “포럼을 통해 뉴미디어가 21세기 대중과의 소통에 미치는 문화적 영향을 살펴보고, 향후 과학기술과 미디어의 발전적 관계를 모색하는 의미 있는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했다.
한국과학문화재단 나도선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포럼이 인간의 의미와 가치를 확장하는 작업으로서 ‘소통’의 중요성을 한층 더 부각시키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참석자들이 지혜로운 선택을 모색해주기를 당부했다.
- 이강봉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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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7-10-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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