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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
김준래 객원기자
2021-02-15

눈에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컴퓨팅 기술 앰비언트 컴퓨팅 개념 등장…다중 경험 시스템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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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대한 기술이란 눈에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기술이다. 다시 말해 위대한 기술은 사람의 일상으로 들어가 기존 사물들과 융합하여 하나가 되어버리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미국의 컴퓨터공학자 마크 와이저(Mark Weiser) 박사의 저서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해당 저서는 컴퓨터의 미래상을 전망한 ‘21세기를 위한 컴퓨터(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다.

처음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엄청난 크기와 시끄러운 소리로 인해 상업성을 의심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빠른 계산 능력과 날로 작아지는 소형화로 인해 컴퓨터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개요 ⓒ dailymotion.com

물론 인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컴퓨터는 독립적인 하드웨어에 불과했다. 대부분 문서를 만들거나 계산하는 용도로만 사용한 것이다. 그랬던 컴퓨터에 네트워크 개념이 도입되면서 점차 다른 기기와 연결되기 시작했고, 융합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제품으로 바뀌었다.

TV나 냉장고 등과 결합된 컴퓨터는 스마트 가전이 되었고, 전화를 만난 컴퓨터는 스마트폰으로 변신하게 되었다. 와이저 박사가 예상했던 것처럼 컴퓨터가 어느새 다른 사물과 융합하여 신개념의 시스템으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당초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라는 개념은 인터넷이라는 통신망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이룬 시스템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며 네트워크 시스템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개념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마치 공기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주위에 항상 존재하는 시스템이라는 의미의 ‘앰비언트 컴퓨팅(Ambient Computing)’이 바로 그것이다.

공기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존재하는 컴퓨팅 시스템

앰비언트 컴퓨팅이란 사용자가 특별히 의식하거나 조작하지 않아도 주변 환경 속에 이미 자연스럽게 녹아든 컴퓨팅 시스템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컴퓨팅 시스템을 작동시키기 전에 스스로 알아서 작동하는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과거에는 대문을 열고 현관에 들어설 때 전등을 밝히려면 사람이 스위치를 손으로 켜야 했지만, 최근에는 센서가 사람의 동작을 인식하여 문을 열 때부터 미리 전등을 밝힌 채 기다리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앰비언트 컴퓨팅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공기와 같은 개념이다 ⓒ colocation america

원래 앰비언트(ambient)의 사전적 의미는 환경이나 배경, 또는 분위기라는 뜻이다. 하지만 앰비언트 컴퓨팅에서의 ambient는 사람이 숨을 쉬는 공기처럼 주변에 늘 존재하는 디지털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공기는 분명 사용자의 주변에 존재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것처럼, 앰비언트 컴퓨팅 역시 하드웨어는 보이지 않고 작동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끊임없이 작동하며 사용자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존재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앰비언트 컴퓨팅이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발전해 온 홈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이나 사물인터넷(IoT)의 개념 위에 증강현실(AR)이나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이 융합되어 확장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로 앰비언트 컴퓨팅 급속 발전

전문가들은 앰비언트 컴퓨팅을 다중 경험(multi experience) 시스템으로도 부른다. 다중 경험이란 사람이 기술을 인지하는 경험이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사람이 컴퓨터 사용법을 배워 작동시켰지만, 이제는 컴퓨터가 알아서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시장 예측 전문 조사 기관인 가트너(Gartner)도 ‘다중 경험이란 사람이 기술을 이해해야 했던 과거의 모델에서 기술이 사람을 이해하는 미래의 모델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처럼 사람이 기술을 이해해야 했던 과거의 모델에서 기술이 사람을 이해하는 모델인 앰비언트 컴퓨팅으로의 진화가 가능해진 이유는 인공지능의 발전 덕분이다.

대표적으로는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에 탑재된 지능형 비서 프로그램인 ‘알렉사(Alexa)’를 들 수 있다.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이 알렉사와 연결되면서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로 작동하는 스마트 가전으로 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중 경험 시스템은 앰비언트 컴퓨팅의 개념을 소개할 때 활용된다 ⓒ Gartner

예를 들어 과거의 세탁기는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실행시키려면 버튼이나 터치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를 실행시키려면 반드시 세탁기 앞에 서서 버튼이나 터치로 명령을 내려야만 했다.

그러나 앰비언트 컴퓨팅으로 이루어진 환경에서는 사용자가 굳이 세탁기 앞에 있지 않아도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명령을 내릴 수 있거나, 아예 스마트 스피커가 스스로 알아서 세탁을 마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비록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지만 원격 조정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단순히 일정한 거리에 떨어져 있는 가전제품을 작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앰비언트 컴퓨팅이 집 내부를 마치 홈오토메이션처럼 작동시키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앰비언트 컴퓨팅은 ‘전자 집사(electronic butler)’로 불리기도 한다. 집 안 일을 알아서 해주는 집사처럼 앰비언트 컴퓨팅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알아서 척척해주기 때문에 이 같은 별명이 붙여졌다.

물론 앰비언트 컴퓨팅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현재는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가전제품에 명령을 내리거나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정도이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는 주변 가전제품들이 알아서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물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21-02-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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