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문화재단은 전․현직 과학기술인을 통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앰배서더 과학강연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번 강연은 영등포구민회관에서 개최된 제1회 과학한마당 행사에 새 박사로 널리 알려진 윤 무부 교수가 과학자의 꿈을 키워가는 어린이들과 함께 했습니다.(편집자 주)
조개껍질을 깰 줄 아는 까마귀
흔히 조금 모자란 사람을 비유하여 ‘닭대가리’니 ‘새대가리’니 하는 말을 농담 삼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새는 그처럼 둔하거나 모자란 동물이 아니다. 새는 지구의 생태계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 중 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한 동물이며, 새가 떠난 곳에는 인간도 살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추운 극지방에서 사는 펭귄을 비롯하여 지구상에 새가 살지 않는 곳은 아무데도 없는데, 지금까지 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종류만도 자그마치 8,563종에 이른다.
새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공동묘지를 제집 드나들 듯이 하던 때가 있었다. 잡음을 없애려면 고요한 새벽에 녹음하는 것이 최고인데, 밤새 묘지에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계곡의 물소리가 귀신 울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새는 그냥 지저귀지 않는다. 자기 영역을 알리고 적을 경계하기 위한 소리, 새끼에게 먹이를 줄 때 부르는 노래, 이동을 알리는 신호음,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언어 등이 따로 있다. 꾀꼬리는 평상시에 ‘꾀꼴꾀꼴’하고 울지만, 사람이 지나갈 때는 ‘아옹’하며 고양이 울음소리를 낸다. 1976년부터 채집한 새 소리가 지금은 100여종이나 되는데, 우리나라에 사는 390여종의 철새와 텃새 가운데 1/4 이상의 울음소리를 담았다.
까마귀는 지구상의 조류 중 가장 똑똑한 새이며, 사람 말을 따라하는 앵무새, 구관조와 같이 지능이 높은 무리에 속한다. 서양에서 까마귀를 대상으로 숫자 실험을 한 결과, 4~5살 정도의 어린이와 비슷한 지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까마귀는 조개의 부드러운 속살을 먹기 위해 30미터 높이로 날아올라 조개를 떨어뜨려 딱딱한 껍질을 깬다. 또한 자기 둥지를 사람들에게 절대 알려주지 않는 새가 바로 까마귀와 종다리이다. 옛날 사람들은 까마귀를 흉조라 여겨 까마귀 둥지가 보이면 허물어 버리고 새끼를 죽였다. 그래서 까마귀들은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둥지를 짓게 되었으며, 사람이 없을 때 새끼에게 먹이를 가져다주는 지혜를 발휘하게 되었다.
가마우지는 깊은 바닷물 속에서 일생 동안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사는데, 자신의 배설물을 해안가 바위에 버리지 않고 반드시 바람이 잘 부는 바닷가 바위 꼭대기에 버린다. 이런 가마우지의 하얀 배설물 자국은 우리나라 해안가 어디에서나 멀리서도 잘 볼 수 있다. 동해안 최북단 휴전선 부근 큰 바위, 남해안 거제도 해금강 바닷가 바위, 서해안의 최북단 백령도 바위, 그리고 제주도 성산포 일출봉 바위 등이 바로 그런 곳이다.
가마우지가 해안가에서 오랫동안 살아올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자신이 먹고 소화시킨 배설물을 물 속에 버리지 않고 육지의 바위 위에 버렸기 때문이다. 동물의 배설물 중에서 제일 독한 것이 새의 배설물이다. 내용물에 독한 인산이 있어서 쇳덩어리를 부식시키기까지 하며, 백로 같은 경우는 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둥지 주변에 배설물을 버려서 뱀, 족제비, 살쾡이 등의 접근을 막는다.
만약 가마우지들이 그동안 계속 자기의 배설물을 바다에 버렸다면 바다가 오염되어 자신들의 먹이인 물고기들이 살아남지 않았을 것이고, 가마우지 역시 멸종되었을지도 모른다.
백발백중을 자랑하는 올빼미의 사냥 실력
밤의 전령사로 알려져 있고 평생 밤에만 활동하는 새라고 하면 금방 떠오르는 새가 있다. 올빼미란 새는 작은 쥐, 새 등을 캄캄한 밤에도 손전등 하나 없이 잡아먹는데, 평생을 밤에만 활동하며 새끼를 기르고 살아간다.
재미있는 것은 새의 깃털 중 오리의 가슴털이 가장 따뜻하고 부드럽다고 하는데, 올빼미의 깃털만큼 부드럽고 가벼운 깃털이 없을 것이다. 부드러운 깃털 때문에 올빼미는 날아다닐 때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아 경험 많은 조류학자도 올빼미의 동태를 알기 힘들다. 더 신기한 것은 올빼미는 등줄쥐, 집쥐, 시궁쥐, 두더지와 숲 속에 숨어서 자는 산새 등을 캄캄한 밤에도 백발백중 소리 없이 공격하여 잡아먹는다.
그럼 왜 올빼미는 밤에만 활동하면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일까. 자연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새 중에 올빼미들은 밤에만 먹이를 잡아먹지만, 반대로 낮에만 활동하면서 들쥐와 새를 잡아먹는 새들이 있다. 바로 무서운 맹금류인 황조롱이와 말똥가리란 새가 그들이다.
즉, 야행성 올빼미는 주행성 맹금류들이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자연의 법칙에 의해 낮과 밤으로 서로 나누어 살아가기 위해 진화되었을 것이다. 만약 이들이 낮에 들쥐 한 마리를 놓고 서로 잡아먹기 위해 오랫동안 싸워왔다면 틀림없이 한 종은 도태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자연의 동물들은 싸우지 않고 오랫동안 세월이 흘러 양보하는 진화로 발전해왔다.
조류의 눈은 옆에 달려 있어 거의 360도 모든 방향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새에게 들키지 않고 접근하기 위해 새 뒤로 다가가곤 하는데, 그러나 다 들킬 수 밖에 없다. 새는 사람의 8배 내지 40배의 시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뒤로 다가오는 것뿐만 아니라 아주 멀리서 다가오는 것도 사람보다 훨씬 잘 보고 있다. 360도 각도를 다 볼 수 있는 새들은 머리를 뒤로 돌리지 않아도 이미 다가오는 사람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데도 우리는 과연 새에게 ‘새대가리’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것일까.
윤무부
조류학자
-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
- 한국동물학회 이사
- 한국생태학회 이사
<정리: 이성규 사이언스타임즈 객원편집위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