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관련한 ‘최초’ 및 ‘최고’ 연구에 도전한다

[국민 생활 도움 주는 과학기술센터] (56) 한국뇌연구원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과정이 뛰어나고 취지가 훌륭해도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연구성과와 관련된 현실이 딱 이 속담에 어울리는 상황이다.

연구 성과는 우수하지만 실제로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로 실현되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실은 한국뇌연구원(KBRI)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뇌연구원의 연구성과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 접어든 기술은 부족한 상황이다.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뇌 관련 상용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 한국뇌연구원

이같은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최근 한국뇌연구원에서는 ‘뇌 연구 활성화를 통한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많은 국내 뇌 연구 전문가들은 뇌 연구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국뇌연구원의 뇌 연구 분야 성과가 매우 우수하지만 실제로 상용화된 건수는 많지 않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계와의 융합연구와 연구문화 변화 등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

이처럼 한국뇌연구원은 연구의 실용성 강화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학계는 물론, 산업계와의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가 실험실에서만 머무르도록 하지 않고 국민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뇌연구 중심지로 성장

한국뇌연구원은 지난 2011년 설립되어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초연구의 기틀을 쌓아왔다. ‘21세기는 뇌의 시대’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국민 행복과 혁신 성장을 위해 국가 차원의 뇌연구 중심지로 세운 곳이 바로 한국뇌연구원이다.

수준 높은 연구기반과 우수한 연구자들을 바탕으로 한국뇌연구원은 뇌연구의 세계적인 브랜드를 하나씩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뇌자원을 수집하고 분양하는 뇌은행 등 다양한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뇌와 관련한 빅데이터 구축을 통해 국내의 뇌연구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뇌연구 중심지로 한국뇌연구원이 성장하고 있다. ⓒ 한국뇌연구원

특히 지금은 홀로 연구를 하는 시대가 아닌 만큼, 한국뇌연구원도 효율적인 산·학·연 및 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연구모델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뇌연구원은 ‘최초’와 ‘최고’에 매진하고 있다.

세계 최초가 되는 연구주제를 발굴하고 수행하며, 세계 최고의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원하여 글로벌 뇌연구 선도기관으로 앞장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뇌연구원은 다가오는 미래의 뇌연구 분야가 국민 건강 향상은 물론 시장 및 뇌산업 창출에 이바지하는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뇌기업 지원과 뇌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항암제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 가능성 발견

한국뇌연구원의 연구 결과 중에서 국민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제로는 항암제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 가능성을 발견한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연구원은 이를 활용하여 향후 퇴행성 뇌질환 치료와 예방을 위한 ‘신약 재창출 활용’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한국뇌연구원의 허향숙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경북대 의대와 공동으로 항암제인 ‘이브루티닙(Ibrutinib)’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 및 예방 효과를 발견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이브루티닙은 암세포만 골라 사멸하는 특수 표적 항암제로서, 진행성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등 림프종 환자에게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브루티닙은 백혈구의 일종인 B-세포 림프종치료를 위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대표적인 항암제다. 과거 많은 연구를 통해 다양한 염증모델에서 염증억제 효과가 보고된 바가 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 있어서 이브루티닙의 효능을 평가한 이전 연구는 없었다.

대표적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베타(amyloid beta)의 축적물인 노인성반(Aβ plaques)과 과인산화된 타우(Tau)의 응집체인 신경섬유얽힘(neurofibrillary tangles)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높은 유병률에 비해 명확한 병리기전과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아직까지는 제대로 파악된 것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특수 표적 항암제인 이브루티닙이 알츠하이머병 병에 미치는 영향 기전 ⓒ 한국뇌연구원

이에 대해 허향숙 박사와 연구진은 이브루티닙이 알츠하이머병 동물 모델에서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 인자인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과 타우 인산화를 모두 감소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유도되는 신경 염증을 완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불어 이브루티닙 투여는 신경돌기 생성 촉진과 함께 장기기억 향상을 유도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브루티닙이 비아밀로이드 생성 경로를 촉진하여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감소하고, 이와 더불어 CDK 인산화 활성을 조절하여 타우 병변을 조절하게 되며, 또한 이브루티닙에 의해 기억력, 학습력과 연관된 신경돌기 생성 증강이 PI3K 인산화에 의존적임을 밝혀낸 것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기존 약물의 새로운 타겟을 설정하는 ‘신약 재창출 기법’으로써 향후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로써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는 것이 허 박사의 설명이다.

허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로 알츠하이머의 여러 병리 기전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멀티 타겟 약물로 이브루티닙의 가능성을 밝혀냈다”라고 언급하며 “후속 연구로 퇴행성 뇌질환의 병리기전 조절에 효과가 있는 약물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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