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항생제 과다 사용 문제는 인간이나 가축, 양식 물고기 등의 분야에서 주로 대두되어 왔다. 그런데 농작물에서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주, 그리고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됐다.
식물성 질병을 억제하기 위한 항생제의 사용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사과나 배 같은 작물의 경우 수십 년 전부터 사용되어 왔으며, 일부 세균성 질환을 통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농작물에서의 항생제 사용 정도는 거의 연구되지 않았으며, 대부분 알려져 있지 않다.
농작물에서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주 항생제가 사용되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 게티이미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항생제 사용에 대한 공동 조사 결과를 학술지 ‘CABI 농업과 생명과학(CABI Agriculture and Bioscience)’에 발표했다.
그에 의하면 농작물 재배 시 항생제 사용을 감시하고 있는 국가의 수는 의료 및 수의학 분야에서 항생제 사용을 감시하고 있는 국가들에 비해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158개국 중 오직 3%만이 농작물의 항생제 사용 종류 및 양에 대한 일부 기준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 이에 비해 의료 분야는 26%, 수의학 분야는 23%의 국가에서 감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이 연구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32개국에 있는 43만 6000건 이상의 플랜트와이즈 기록을 분석해 이루어졌다. 플랜트와이즈(Plantwise)란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등 33개 국가에서 식물 기반의 농업 확장 서비스를 지원하고 교육하는 농업 개발 프로그램이다.
100개 이상 농작물에서 항생제 권장
연구진은 의료 분야에서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는 항생제인 스트렙토마이신과 테트라사이클린이 매년 70톤씩 동남아시아의 쌀 작물에 뿌려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몇 년간 전체 쌀 생산량 중 약 10%에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약 100개 이상의 농작물에서 항생제 사용이 권장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기준보다 많은 양이 예방적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과학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EurekAlert)’에 의하면, 이번 연구의 책임 저자인 필립 테일러 박사는 “해충에 대비해 항생제 사용을 권장하는 농작물 관리자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들은 세균성 질병에 대한 예방책으로 항생제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생제 혼합물을 뿌린 식물의 잎에 잔류물이 남아 있는 모습. ⓒ CABI Agriculture and Bioscience
연구진은 아메리카, 지중해 동부, 동남아시아, 태평양 연안 국가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에 11종류의 항생제가 권장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항생제 사용이 권장되는 첫 번째 질병은 세균성 질병(64%)으로 나타났으며, 두 번째는 곤충 및 진드기 관련 질병(18%)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작물에 사용되는 항생제의 양과 종류에는 지역적 편차가 심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아프리카와 중국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의 경우 보고된 기록이 있었지만 항생제 권고 사항에 대한 기록은 없었으며, 중국은 플랜트와이즈의 데이터가 아예 공개되지 않고 있었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쌀에 대한 항생제 권장 비율이 타 지역보다 높았으며, 곤충과 진드기에 대한 항생제의 사용도 흔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작물에 대한 항생제 논쟁 많아져야
사실 농작물에 대한 항생제 사용은 신뢰할 수 있을 만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 추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부 환경단체들은 농작물에 사용되는 항생제의 양이 인간에게 사용되는 양의 700배에 이른다는 과격한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매년 의료 분야에 사용되는 일부 항생제의 양이 약 6.3톤인데 비해 감귤 농사에는 매년 최대 292톤의 스트렙토마이신이 사용된다는 통계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농작물에 사용되는 항생제의 양은 의료 분야 및 가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로 인해 인간 병원균에 내성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항생제를 다른 농약과 섞어서 사용할 경우 세균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최대 10만 배까지 빠르게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작물 생산에 항생제 사용을 지지하는 이들도 많다. 항생제의 광범위한 사용에도 불구하고 지난 반세기 동안 인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환경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 보고가 없었다는 게 그 이유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필립 테일러 박사는 “논문에 제시된 데이터가 앞으로 농작물의 항생제 사용에 대한 논쟁을 증가시키고, 건강한 작물 생산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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