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모든 생물체가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그러나 의과학의 발달에 따라 노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규명해 이를 늦추거나, 노화에 따르는 문제점을 줄여보려는 노력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 생명과학 연구소인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 산하 유럽생물정보학연구원(EMBL-EBI)과 영국 베이브러햄 연구원 과학자들은 후성유전학 시계(epigenetic clock)를 이용해 인간의 노화를 이끄는 분자 메커니즘을 연구해 왔다.
이 과정 속에서 연구팀은 최근 NSD1이라고 불리는 한 유전자가 노화 과정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유전체 생물학’(Genome Biology) 최근호에 발표했다.
노화는 생명체가 겪는 자연현상이지만 이 과정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노화 과정을 늦추거나 노화에 따른 건강상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 Pixabay / Bernd Müller
유기체의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시간적 나이는 한 생물체가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왔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반면 생물학적 나이는 유기체가 분자 수준에서 얼마나 잘 기능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잣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유용한 도구 가운데 하나가 후성유전학적 시계다. 이 시계는 미국 캘리포니아(샌디에이고)대 생명과학자인 트레이 아이디커(Trey Ideker) 교수가 처음 제안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로스앤젤레스)대 유전학 및 생명과학통계학자인 스티브 호바스(Steve Horvath) 교수가 2013년에 독립적으로 개발해 냈다.
‘후성유전학 시계’는 무엇인가?
후성유전학 시계는 게놈 전체의 서로 다른 부위에서 DNA 메틸화(methylation) 수준을 측정해 나이를 예측하는 수학적 모델이다.
DNA 메틸화란 메틸 그룹이 DNA 분자에 화학공유결합을 통해 추가되는 과정으로, 기저의 DNA 염기서열을 바꾸지 않고도 유전자의 기능을 수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DNA 메틸화는 세포에서 안정적으로 유전자 표현형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세포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이다. 이 DNA 메틸화는 생활양식과 환경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후성유전학 시계는 조직과 세포형 또는 장기(臟器)의 나이를 추정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서로 다른 조직에서 ‘DNA 메틸화 나이’나 생물학적 나이 혹은 시간적 나이를 비교하면 노화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그리고 노화는 암과 비만, 알츠하이머병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메틸화된 DNA 분자 그림. 가운데 두 개의 흰 구는 메틸 그룹을 나타낸다. 이 구들은 DNA 염기서열을 구성하는 두 개의 시토신 뉴클레오티드 분자에 결합돼 있다. ⓒ Wikimedia / Christoph Bock, Max Planck Institute for Informatics
활용 기대되는 도구
연구팀은 특별한 유전자들과, 생물학적 나이가 가속화되는 것과의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발달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서로 다른 많은 공공 데이터군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NSD1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후성유전학 시계에 따라 생물학적 나이가 가속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해당 돌연변이 소유자들이 분자 수준에서 더 빨리 늙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EMBL-EBI에서 박사과정을 끝낸 다니엘 엘리아스 마르틴-헤란츠(Daniel Elías Martín-Herranz) 연구원은 “후성유전학 시계는 인간의 노화 과정을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도구”라고 지칭했다.
그는 “노화 과정을 깊이 파고 들어가 이 과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더욱 잘 이해하고, 구체적으로 후성유전학 기구로부터 노화 과정을 가속화하거나 지연시키는 특별한 유전자나 단백질을 식별해 낼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유전자가 변이 됐을 때 생물학적 나이를 현저하게 가속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이는 후성유전학 시계가 노화를 이해하는 유망한 도구이며, 이번 연구를 통해 노화 속도를 조절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풀어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런 종류의 연구들에는 많은 잠재력이 있지만 관련 공공 데이터군에 접근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베이브러햄 연구원의 울프 레이크(Wolf Reik) 교수는 “2년 전 쥐를 대상으로 한 후성유전학적 노화 시계 연구를 시작해 베이브러햄 연구원과 EMBL-EBI의 생산적인 협동연구로 포유류의 노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레이크 교수는 “후성유전학 노화 프로그램의 기초를 이루는 유전자를 식별해 내는 한편 이 유전자들이 분자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라며, “여기서 확인된 유전자는 다른 생물체의 노화와 함께 노화 과정 중의 후성유전자 조절에도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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