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성 높이고 보존성 늘리는 천연 코팅제

곰팡이로 튼튼한 식물성 가죽 제조… 과채류 유통기한 2배 증가

코팅제(coating agent)는 식품이나 생활용품의 표면에 엷은 층을 형성하거나 표면을 덮는 데 사용하는 물질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대부분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환경과 건강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곰팡이로 코팅된 식물성 가죽 견본들 ⓒ Emma van der Leest

그런데 최근 들어 자연 그대로의 물질을 이용한 천연 코팅제들이 하나둘씩 개발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 천연 코팅제는 별도의 화학물질을 첨가하지 않고도 식물성 가죽의 내구성을 증가시키거나 과일의 보존 기한을 늘리는 기능이 있어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식물성 가죽에서 자란 곰팡이가 내구성 강화하는 코팅제 역할

한 때는 가죽이 고급 의류를 상징하는 최고급 소재로 통했지만, 포획과 도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인함이 공개되면서 이제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자랑스러움의 대명사였던 가죽이 지금은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소재가 바로 인조가죽으로 불리는 합성피혁이다. 저렴하면서도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폴리우레탄 같은 플라스틱 성분들이 대량으로 사용된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식물성 가죽은 동물성 가죽과 인조 가죽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다. 일반적으로 과일이나 채소의 껍질을 사용하여 만드는 식물성 가죽은 원료 공급의 용이성과 친환경성으로 인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식물성 가죽은 동물성 가죽보다 내구성이 떨어져서 금방 못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폴리우레탄을 덧대어 제조하다 보니 오히려 동물성 가죽이나 인조 가죽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한 네덜란드의 디자이너는 식물성 가죽의 내구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코팅제 개발에 돌입했다. ‘에마 판데르 리스트(Emma van der Leest)’라는 이름의 이 디자이너는 식물성 가죽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발수성과 내구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천연 코팅제를 개발하고 있다.

상품화를 앞둔 천연 코팅제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전망이다. ⓒ Emma van der Leest

리스트 디자이너는 “나뭇잎이나 곤충처럼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의 표피에는 보호막 같은 천연 코팅제가 존재한다”라고 밝히면서 “이들 가운데 식물성 가죽 천연 코팅제의 소재로 우리 연구진은 곰팡이에 주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리스트 디자이너가 언급한 연구진은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 의학센터 소속의 곰팡이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6개월간의 공동 연구를 마치면서 천연 코팅제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곰팡이 종을 발견하는 데 있어 커다란 기여를 했다.

연구진이 찾은 곰팡이는 식물을 분해시키는 대신에 이를 일종의 배지처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식물성 가죽의 구석구석으로 곰팡이가 파고들어 가죽 표면을 감싸면서 코팅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코팅제의 상품화를 위해 이미 펑키(Fungkee)라는 제품명과 포장용기까지 개발해 놓은 상태다. 제품명은 곰팡이의 영단어인 fungi를 활용했다는 것이 리스트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그녀는 “내구성의 경우 아직 동물성 가죽의 품질을 능가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5년 이내에 곰팡이 기반의 천연 코팅제를 개선하여 더는 동물성 가죽을 사용할 필요가 없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과채류 유통기한 늘려주는 지질 기반 코팅제도 개발

자연에서 얻는 천연의 물질을 코팅제로 활용하는 사례는 과채류를 키우는 농가에도 적용되고 있다. 사례의 주인공은 미국의 식품전문 스타트업인 어필사이언스(Apeel Sciences)로서, 이 업체는 과채류들의 유통기한을 2배까지 늘릴 수 있는 천연 코팅제를 개발하고 있다.

과일과 채소들은 대부분 신선식품이어서 운송과 보관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쉽게 상할 수 있다. 설사 상하지 않았더라도 유통기한이 지난 과채류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버려지기 일쑤다.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들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미국의 경우 무려 2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어필사이언스 연구진은 채소나 과일의 껍질, 또는 씨앗 속에서 추출한 지질(Lipids)을 이용하여 천연 코팅제를 개발했다. 추출한 지질을 분말로 만들고, 분말을 다시 코팅하기 편리하도록 액화시켰다. 따라서 사람이 먹어도 전혀 무해한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연 코팅제로 유통 기한이 2배 늘어난 아보카도 비교 ⓒ Apeel Sciences

연구진의 설명으로는 추출한 지질은 과일이나 채소의 표면을 코팅하여 마치 ‘제2의 껍질’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팅제가 과일이나 채소 속의 수분을 오래 유지함으로써, 부패를 일으키는 산화 과정을 늦추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개발한 천연 코팅제의 성능을 파악해 보기 위해 아보카도(avocado)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아보카도는 풍부한 영양분을 갖고 있고,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행을 일으키고 있는 과일이다. 하지만 보관 방법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점이 늘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실험 결과 코팅을 한 아보카도는 그렇지 않은 것보다 신선 기간을 최대 2배까지 더 길게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과일 중에서도 보관이 까다로운 아보카도의 결과가 2배 정도까지 나온 만큼, 연구진은 다른 과일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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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조해지 2021년 11월 26일5:31 오후

    ‘코팅제’하면 화학물질로 만들어 환경에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친환경 재료로 코팅제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선도를 높일 수도 있다니, 지구도 좋아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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