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변이 바이러스 ‘비상’

전파력 매우 심각,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백신 접종 서둘러야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들이 변이 바이러스에 재감염되는 사례가 나타났다.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29일 ‘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남아공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재감염 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최근 남아공의 동료 과학자·공중보건 전문가와 통화하는 자리에서 “몇 달 전 감염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변이 바이러스에 재감염 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 ‘B.1.351’의 재감염 사례가 발견되는 등 위협적인 전파력이 밝혀지면서 사하라 이남 지역 국가들에 대한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과학자들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Moderna

사하라 이남지역 백신접종 25만 명 불과

‘월스트리트저널’도 지난달 30일 보도를 통해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과정에서 이전 감염자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재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금까지 세계 전역에서 9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예방 접종을 받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10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접종을 받은 사람은 25만 명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아프리카 변이 바이러스의 재감염 사례가 알려지면서 관계자들 사이에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로 퍼져나갈 경우 방역에 있어 또 다른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관계자들을 통해 조심스럽게 표출되고 있다.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에서 출현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이미 전 세계 60여개에 퍼져 있는 상황이다.

기존 바이러스와 비교해 이들 변이 바이러스들은 증상에 있어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기존 바이러스와 비교해 1.7배에 달하는 강한 전파력이다. 특히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재감염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방역당국을 곤혹케 하고 있다.

과학자들을 통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의문도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미국의 제약사 모더나는 지난달 25일 발표를 통해 자사에서 개발한 백신이 특히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인에 대해 덜 강력한(little less potent)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인 ‘B.1.351’에 대해 자사 백신을 투여한 결과 바이러스 중화항체 생성률이 기존 바이러스의 6분의 1 수준에 그쳤다는 것. 모더나는 이 같은 점을 감안, 변이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모더나는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공동으로 ‘B.1.351’외에 영국 변이 바이러스 ‘B.1.1.7.’을 대상으로 또 다른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기존 백신보다 6배 강한 백신을 투여해야 하는 ‘B.1.351’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아프리카 등 전 세계서 백신 공유해야

백신을 개발한 다른 제약사들 역시 변이 바이러스를 분석해왔다.

1일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지금까지 생산된 최소한 4개의 백신’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성능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B.1.351’은 남아공 전체 감염 사례 중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현재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백신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듀크 글로벌 보건혁신센터(Duke Global Health Innovation Center)의 안드레아 테일러(Andrea Taylor) 박사는 “모든 사람이 안전할 때까지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속담은 속담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한 남아공 변이와 같은 또 다른 바이러스 출현은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

테일러 박사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많은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테일러 박사는 “현재 생산 속도로 보아 오는 2023년까지도 진정한 ‘글로벌 커버리지(Global Coverage)’를 위한 백신 공급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특히 테일러 박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프리카의 경우 오는 2023년까지 전체 인구의 20~35% 접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인구 6004만 명인 남아공은 225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반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 국가들은 거의 백신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의 수가 25만 명선에 머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게브레예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사무총장은 “이런 불균형이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 중대한 윤리적 실패 사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를 발견하는데 기여한 넬슨 만델라 의과대학의 유전학자 툴리오 데 올리베이라(Tulio de Oliveira) 교수는 “이 변이가 말해주는 것은 자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백신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저소득 국가와 중간 소득 국가에 백신을 공급해야하는 일은 국제기구인 비영리단체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국제 백신공유 프로젝트)가 맡고 있었다.

190개 이상의 국가가 COVAX를 통해 백신을 확보하기로 약속했지만 최근 상황은 많은 국가가 제약 회사와 직접 거래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는 가격을 높이고 COVAX를 통한 백신 공급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다.

COVAX에서는 2021년에 21억 회 분량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저소득, 중간소득 국가에 얼마나 많은 양이 전달될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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