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남과 북이 마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하지만 긴장감이 흐르는 남북회담이 아니라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남북한 청소년들의 만남이었다.
18일(목) 오후 1시 천안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교과부와 통일부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무지개청소년센터 등이 공동 주관한 ‘하나 되는 통일 캠프(우리가 함께 꿈꾸는 희망 미래)’가 열려 100여 명의 새터민(탈북자) 자녀들과 남한 출신의 청소년들이 생각의 차이를 좁히는 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를 공동주관한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의 심용창 부장은 인사말에서 “서로 간에 막연한 거리감이 있다면 이 캠프를 통해 2박3일간 같이 지내면서 좁혀지길 기원한다”면서 “이 캠프 자체가 작은 통일이고, 우리나라가 나중에 통일이 되면 여러분의 이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를 주관한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체험개발실의 황태진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초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생들이 스스로 체험하고 실천하는 내용을 담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며 “이 통일캠프는 그 사업의 취지를 담아 새터민 학생들과 비새터민 학생들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남북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평화 통일 공감대 형성을 위해 기획됐다”고 말했다.
서로의 속마음 들여다보기
절반씩 섞여 있는 수련생들을 보고 누가 새터민인지 금방 구별해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대화를 나눠보면 확연히 드러나는 북한 말씨는 새터민임을 구별해주는 명확한 차이점이다. 남과 북의 청소년들은 과연 다른 사람들일까?
수련생들은 첫 만남의 어색함을 뒤로 하고, 2박3일간 일정의 첫 순서인 ‘여는 마당’을 시작했다.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소속 원정연 지도교사의 재치 있는 사회로 분위기가 더욱 화기애애하게 무르익었다.
저녁 식사 후에 다시 조별로 모인 수련생들은 ‘우리가 꿈꾸는 통일 마을 만들기’ 놀이를 통해 남과 북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함께 살고 싶은 통일마을을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흰 도화지에 전국 지도를 그리고 그 빈칸에 자신들의 생각들로 지도를 꾸미고,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매겨서 우승자를 가리는 게임으로 수련생들의 참여도가 가장 높았다.
포항 이동중학교 2학년 주재성 군은 “오늘 진행된 프로그램 중에 ‘우리가 꿈꾸는 통일 마을 만들기’ 놀이가 가장 재밌었다”며 “TV를 보면서 북한 사람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이렇게 만나보니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주 군은 “전에는 북한 아이들의 말투가 우리와 달라서 이질감을 느꼈다”며 “하지만 이 캠프에서 새터민 아이들과 좀 더 가까이서 생활해보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면서 새터민들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가까운 친구 떠나가 마음 아파
캠프장에서 만난 한겨레고등학교 2학년 김진주 양은 “새터민들에 대해 주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천안함 사건 이후 그러한 경향이 더 심해졌고 내 경우에도 친한 친구들이 천안함 사건 때 대부분 떨어져나가 마음 아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양의 통일에 대한 철학만큼은 확고했다. 김 양은 “통일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 이유는 자원이 풍부한 북한과 자본과 기술이 있는 남한이 통일이 돼서 합친다면 한반도 전체가 잘 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남한 청소년과 북한 청소년들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김 양은 “남한 아이들은 철이 없고 특히 윗사람에 대한 공경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지금 한국에 와서 남한 애들과 같이 생활해보니까 서로 간에 장단점이 있고 남한 아이들의 자유로운 사고방식은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양은 통일캠프에 대해 “남한 학생들은 통일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이런 캠프는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남북한 사람이 미리 만나서 서로 간에 장단점을 이야기해보고 미리 공감대를 형성하면 만약에 통일이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일차에는 ‘예술로 표현해 보는 통일’, 통일 전야제 및 모닥불 놀이, 통일 소망을 담은 풍등 날리기 등의 순서를 진행했다.
3일차에 독립기념관 관람과 마지막 순서인 ‘맺는 마당’을 모두 마친 수련생들은 그들이 결코 다르지 않은 하나의 민족이란 사실을 깨닫고 집으로 향했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2@empal.com
- 저작권자 2011-08-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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