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장기 체류하면 두뇌 변한다

공간적 사고 및 기억 능력 감소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은 불안, 우울증 및 사고 능력의 저하를 겪을 수 있다. 생쥐를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격리 상태는 뇌를 특정한 방식으로 변화시킨다. 남극 기지에서 장기간 체류해도 마찬가지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단조로운 풍경 속에서 사회와 단절된 채 생활하면 뇌에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독일의 노이마이어 III(Neumayer III) 남극 연구기지에서 14개월 동안 격리되어 체류한 8명의 연구원을 조사한 결과, 공간적 사고와 기억 통합을 담당하는 뇌 해마의 ‘치상회(dentate gyrus)’ 용량이 평균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지난 5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됐다.

극야의 노이마이어 III 남극 기지. © AWI, Stefan Christmann

극야의 노이마이어 III 남극 기지. © AWI, Stefan Christmann

극한의 고립된 환경

독일의 극지 탐험가이자 과학자인 게오르그 폰 노이마이어(Georg von Neumayer)의 이름을 딴 노이마이어 III 기지는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Alfred Wegener Institute)’가 운영하는 남극 연구시설이다. 이 기지는 약 200m 두께의 ‘엑스트롬 빙붕(Ekström Ice Shelf)’ 위에 건설되어 매년 조금씩 바다로 움직이고 있다.

해당 지역의 기온은 매년 수십 일씩 -40℃ 이하로 떨어지고, 기록된 최저 온도는 -50℃였다. 또한, 최대 풍속이 시속 180km에 이를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다. 이러한 극한의 환경에서 여름은 11월 초부터 2월 말까지로 매우 짧고, 나머지 기간 내내 겨울이 지속된다.

기지에서 가장 가까운 문명사회는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으로 4500km나 떨어져 있다. 게다가 기상 여건 때문에 연중 짧은 기간만 인원과 화물 운송이 가능하다. 특히 극야가 펼쳐지는 한겨울철에는 완전히 고립되곤 한다.

여름철을 제외하면 기지의 상주 인원은 9명에 불과하다. © Zakhary Akulov

여름철을 제외하면 기지의 상주 인원은 9명에 불과하다. © Zakhary Akulov

노이마이어 III 기지는 길이 68m, 너비 24m의 2층 구조물이다. 내부에는 15개의 객실과 생활 시설, 병원, 과학 실험실, 작업장 등이 갖춰져 있다.

여름철에는 40명의 과학자가 머물지만, 나머지 기간은 8명의 연구원과 1명의 요리사만 체류한다. 즐길 거리는 도서관 이외에 아무것도 없고, 소음과 사생활 보호를 위한 별다른 대책이 없다. 온통 설원으로 둘러싸여 적은 인원이 서로 마주 보며 생활하는 이곳은 인간의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이다.

노란색 영역은 대뇌 측두엽의 해마, 녹색은 치상회, 보라색은 내후각 피질이다. © Scott A. Small

노란색 영역은 대뇌 측두엽의 해마, 녹색은 치상회, 보라색은 내후각 피질이다. © Scott A. Small

단조롭고 고립된 환경은 뇌 일부를 축소시켜

베를린 샤리테 의과대학(Berlin Charité)과 막스플랑크 이미지 연구소는 4명의 여성과 5명의 남성을 14개월 동안 노이마이어 III 기지에 파견했다. 이들은 임무 과정 내내 집중력, 기억력, 반응 능력 및 공간적 사고력을 테스트 받았다.

남극 기지에서 체류 전, 후에 팀원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관찰한 결과, 뇌 해마의 내부에 있는 ‘치아 이랑’, 또는 ‘치상회’라고 부르는 기관이 작아진 것을 발견했다. 이 부위는 사람이나 포유류의 공간적 사고와 선택적 주의력에 영향을 미치며,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필터링하는 데 필요하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저자인 알렉산더 스탄(Alexander Stahn) 박사는 “처음에는 끝없이 펼쳐진 빙원을 보게 되어 매우 기뻤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계속 같은 풍경이었다”라면서 이러한 사회적 고립과 단조로운 풍경은 지구 밖에서 장기간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비행사가 경험하게 될 환경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우주여행 연구와 관련 있어

노이마이어 III 기지는 독일 항공우주센터(DLR)의 지원을 받고 있다. 기지 현장 운영 관리자인 팀 하이틀랜드(Tim Heitland) 박사는 “이곳은 우주여행 연구에 매우 적합하다. 우주 공간과 비슷한 환경에서 면역계 및 그룹 역학에 관한 연구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와 비슷한 사례가 우주비행사들에게서 발견되기도 했다. 올해에도 우주에 장기 체류하면 뇌에 있는 특정한 빈 영역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것은 우주비행사들이 종종 겪게 되는 시력 손실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며, 뇌 회백질 영역의 부피 변화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영구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해마는 고립과 같은 스트레스 요인에 매우 취약하지만, 사회적 상호 작용과 다양한 풍경으로 가득 찬 환경에서 받는 자극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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