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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준래 객원기자
2014-10-23

남거나 버리진 열을 다시 전기로~ 폐열 활용한 발전기 시제품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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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기나 엔진은 에너지와 밀접한 기계장치지만, 에너지 낭비가 매우 심하다. 조금 모순되어 보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자동차용 가솔린 엔진의 경우가 대략 20퍼센트(%) 수준이고, 최근에 대폭 연비가 개선되었다는 디젤 엔진도 30퍼센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발전기조차 30퍼센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발전기의 에너지 효율은 20~30%로서, 낭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기의 에너지 효율은 20~30%로서, 낭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 Alphabet Energy

그렇다면 나머지 에너지는 어떻게 될까? 나머지 에너지는 전기 공급이나 동력 생산에 사용되지 못하고 그냥 버려지게 된다. 즉 70~80퍼센트에 달하는 에너지가 그냥 버려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환경오염과 온실가스라는 측면을 제외하고라도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로 인해 재활용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무척 높다. 이런 상황에서 버려지는 폐열의 대부분을 전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에너지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업적이 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상업적 폐열 발전이 가능한 발전기 공개

남거나 버려지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폐열 발전 기술은 오래 전부터 많은 과학자들이 매달려온 분야다. 열 및 배기가스 등을 크게 감소시키기 때문에, 산업적인 측면에서 볼 때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비용을 대폭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폐열 발전은 대부분의 에너지를 낭비하는 현재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렇게 등장한 기술이 바로 ‘열전 효과(thermoelectric effect)’를 이용해서 버려지는 열을 유용한 전기로 바꾸는 기술이다. 열전 효과란 열을 전기로 바꾸는 개념이다.

열전 효과로 작동하는 열전 시스템은 그 구조가 매우 단순해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내연기관이나 외연 기관과 달리 많은 온도차이가 없어도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동안 폐열 발전의 유력한 후보 기술로 연구되어 왔다.

그에 따라 시범적인 개념의 폐열 발전소들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졌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열전 효과를 이용한 폐열 발전은 효율성면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상용화가 가능할만한 수준의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배관을 통해 고온의 가스가 지나가면서 열이 전기로 바뀌는 것이 E1의 원리다.
배관을 통해 고온의 가스가 지나가면서 열이 전기로 바뀌는 것이 E1의 원리다  ⓒ Alphabet Energy

그런데 여기에 신생 기업 하나가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미국의 유명 국립 연구소인 로렌스 버클리(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에서 분사한 알파벳 에너지(Alphabet Energy)라는 벤처기업이 상업적 폐열 발전이 가능한 발전기를 시제품 형태로 공개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관련 링크)

‘E1'이라는 명칭의 이 폐열 발전기는 로렌스 버클리 연구소에서 개발되었던 기술을 상용화 한 것이다. E1의 구조는 무척 단순하다. 그냥 높은 온도의 배기가스를 통과시키는 연통과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널리 사용되는 컨테이너에 수납이 가능하고, 내연 기관처럼 작동하는 공정 부분도 극히 간단하게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긴 수명과 고장 없는 작동을 보장한다는 것이 제조사 측의 설명이다.

E1의 발전 공정도 구조만큼 단순하다. 이 발전기를 설치하는 고객은 단지 두 부분만 연결을 시키면 된다. 첫 번째 부분은 높은 온도의 배기가스가 나가는 통로 유닛(unit)이고, 두  번째 부분은 전력선 유닛이다. 두 부분이 연결되고 나면 고온의 가스가 지나가면서 열이 전기로 바뀌게 된다.

국내도 폐열 활용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진행 중

알파벳 에너지사의 창업자이자 CEO인 매튜 스컬린(Matthew Scullin) 사장은 폐열 분야의 인텔사가 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로렌스 버클리 연구소에서 분사했다. 창업 전 스컬린 사장은 발전소 및 자동차로부터 배출되는 폐열을 유용한 전기로 바꿔, 미국 전력망에 값싼 전력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후 알파벳 에너지사의 연구진은 로렌스 버클리 연구소 재직 당시 개발했던 기술을 기반으로 열전기칩(thermoelectric chip)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부품은 폐열을 전기로 전환하기 위해 엔진이나 다른 열 생산 장치에 주입하는 장치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장치는 열이 본질적으로 재료를 통해 전자를 밀어 넣는 성질을 활용한 것으로서, 전력망에 연결되어 전기를 실시간으로 공급해 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전기칩은 알파벳 에너지사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제품이다. 이 칩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연구진은 구하기 쉬운 풍부한 재료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가격이 저렴하고, 적은 열만으로도 전기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스컬린 사장은 “E1은 1000킬로와트일렉트릭(kWe) 규모의 엔진을 기준으로 25킬로와트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고 소개하면서 “이는 연간 5만 2500리터(L)의 디젤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에쓰오일사의 폐열 발전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해온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의 하나다.
에쓰오일사의 폐열 발전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해온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의 하나다  ⓒ 산업통상자원부

이 같은 성과에 대해 미 퍼듀대 전기컴퓨터공학과의 알리 샤쿠리 교수는 “알파벳 에너지사의 시스템은 모듈화 되어 있기 때문에, 대규모로 폐열이 발생하더라도 쉽게 확장하여 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하며 “새로운 열전 물질이 사용된다면, 상당한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석유화학 공정에서 배출되는 공정폐열을 활용하여, 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가 울산에서 진행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울산의 에쓰오일(S-Oil)사 사업장에서 '증류탑 폐열 활용 발전사업' 기공식을 개최했다.

이 프로젝트는 석유를 증류하는 공정에서 배출된 폐열을 이용하여 저압스팀을 만든 뒤, 이를 통해 발전기를 돌리는 사업이다. 발전소는 오는 2016년께 완공될 예정이며, 연간 5400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인 16.4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사의 폐열 발전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2005년부터 추진해온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의 하나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생태산업단지는 산업시설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폐기물, 폐열, 폐수 등을 원료 또는 에너지로 다시 자원화 함으로써 환경 부담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자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산업단지를 뜻한다.

정부는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에 9년간 597억원을 투입해 3765억원의 민간투자를 유발했으며, 9264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었다. 또 오는 2015년에 시작되는 3단계 사업의 대상 산업단지는 현행 46개에서 120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간 약 4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달성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프로젝트를 추진한 산업통상자원부 기후변화산업환경과의 관계자는 “에쓰오일 폐열발전 사업은 정유 및 석유화학 공정에 최초로 폐열발전 기술을 도입한 사례”라고 밝히며 “민간 차원의 자발적 전력공급 설비 확충으로 전력 예비율 확보에 기여하는 한편 유사 사업장으로 확대될 것으로도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4-10-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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