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국가에서 기근은 왕조의 흥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집트의 경우 더욱 그렇다. 기원전 200년대 이집트를 통치한 프톨레미 3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최후의 여왕(재위 B.C. 51~30) 클레오파트라 역시 이 기근의 피해자였다.
기근의 원인은 나일 강의 범람이었다. 매년 여름 나일 강의 홍수와 범람은 거의 시계처럼 정확하게 일어났으며, 그 정도에 따라 왕조의 흥망을 갈랐다. 이집트 왕조의 흥망이 나일 강 범람과 일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동안 역사학자들은 나일 강 범람의 원인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즉 비가 많이 온 후 상류 수위가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재난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최근 역사학에 기후학을 접목한 기후역사학자들이 이런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관련 논문은 17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으며, 논문 제목은 ‘Volcanic suppression of Nile summer flooding triggers revolt and constrains interstate conflict in ancient Egypt’ 이다. 역사기후학의 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역사기후학자들을 통해 고대 이집트에서 발생한 대홍수의 수수께가 밝혀지고 있다. 매년 주기적으로 발생한 홍수가 상류지역인 에티오피아 화산폭발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사진은 나일강 전경. ⓒWikipedia
화산폭발 없을 때 강수량 22cm 높아져
나일 강은 두 개의 원류가 있다. 하나는 에티오피아의 아비시니아 고원에서 발원한 청나일(Blue Nile)이며,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 적도 지방인 부룬디의 한 샘에서 발원해 빅토리아호를 거쳐 흘러오는 백나일(White Nile)이다.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의 기후역사학자 프란시스 러들로(Francis Ludlow)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은 BC 305~30년 프톨레미 왕조 기간 중 풍부한 역사 기록을 활용해 이 기간 중 나일강 인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기후학적인 분석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위해 고대와 현대 두 시대의 기후변화 상황을 함께 분석했다. 하나는 고대 프톨레미 왕조 때 역사 기록이다. 희랍과 함께 전성시대를 구가한 프톨레미 왕조는 이집트 왕조 가운데 가장 많은 역사 기록을 남겨놓고 있다.
특히 이집트 북부에 있던 고대도시 알렉산드리아는 세계 최초의 대형 도서관이 있는 문화의 도시로 당시 기후 상황을 알 수 있는 다양한 기록들을 남겨놓고 있다. 연구팀은 고대 기록들과 함께 현대 기후변화 상황을 분석했다.
그리고 85%의 나일강 범람이 에티오피아 상류에서 발생한 폭우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이 폭우의 원인이다. 그동안 역사학자들은 이 폭우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나일강의 수위계(Nilometer)에 주목했다. 그리고 60년 단위로 나일강 수위를 분석한 결과 상류 지역에서 화산분화가 발생할 경우 나일강 평균 수위가 극도로 낮아지다가 화산 폭발이 멈추면 무려 22cm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에티오피아는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나라다. 3000만 년 전 마그마가 아프리카 대륙을 뚫고 솟아올라와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인 활화산 에르타 알레 화산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땅인 다나킬 대평원도 있다.
가뭄으로 난민 발생, 이집트 민심 동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이 평원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평균기온을 만들어내고 있는 달롤 화산이 있다. 연구팀은 이런 화산 활동의 결과로 화산재를 유발하고 주변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화산 활동이 활발하면 이집트에는 가뭄이 이어진다. 때문에 상류에서 물이 내려오지 않을 경우 가뭄에 시달려야 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강에서 물을 끌어 올리는 양수도구, 수로, 관개시설 등이 발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만큼 외부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에 거의 모든 것을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상류 지역에서 화산 활동이 멈추게 되면 강우량이 증가하고, 하류로 흘러들어오는 물의 양도 급속히 늘어나게 된다. 홍수가 일어나는 원인이다.
화산으로 인한 강우량 감소는 당연한 결과다. 화산이 폭발할 경우 많은 양의 화산재가 분출돼 태양 빛을 가리고, 대기 온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낮아진 온도는 바다 등으로부터 물의 증발을 줄이고 강우량을 떨어뜨린다.
논문 공동저자인 예일대학의 역사학자 조셉 매닝(Joseph Manning) 교수는 “결과적으로 상류 쪽의 급속한 강우량 감소가 나일강 수위를 떨어뜨림으로 인해 매년 발생하는 홍수 대신 가뭄을 초래했을 것”으로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사실을 추정할 수 있는 기록들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왕조의 세금징수 기록, 시, 편지, 서적 들은 화산 폭발 시기 이집트 민심이 동요했으며, 또한 폭동 등을 유발했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농부들이 자신의 땅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했으며, 가뭄과 함께 전염병(역병)이 돌았으며, 알렉산더 대왕의 그리스에 곡물을 공납해야 하는 당시 이집트 왕조와 그리스 간에 긴장 관계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어떤 경우에는 화산 폭발 직후 국가적인 동요가 발생했다. 위트레흐트 대학의 기후역사학자 헬리 후타마(Heli Huhtamaa) 교수는 “많은 역사학자들이 이 같은 기후변화 요인을 간과하고 있지만 역사를 움직이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를 지켜본 브라운 대학의 역사학자 그레엄 올리버(Graham Oliver) 교수 “역사학에 기후학을 접목한 이번 연구가 이집트 고대 연구에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향후에도 역사 이해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 기후학(historical climatology)이란 역사 속에 등장하는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 관련 자료를 과학적으로 활용하는 분야다. 역사학자 아요데(Ayode)는 역사기후학을 별도의 연구 분야로 세분화해 역사학의 한 분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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