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수은이나 납과 같은 비금속을 금이나 은으로 변화시키는 사이비 과학으로 인식되곤 한다. 데카르트, 베이컨, 뉴턴 등도 젊은 시절 연금술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이 사실은 듣는 이로 하여금 묘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한 소년을 통해서 연금술에 심취한 사람들의 삶을 반추해 보는 것은 어떨까.
파울로 코엘료의 베스트셀러 <연금술사>가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악어컴퍼니는 이달 25일까지 “엄마와 함께 떠나는 여행”을 부제로 뮤지컬 <연금술사>를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연금술사>의 원작은 성인을 대상으로 출판되었지만, 이 뮤지컬은 산티아고가 여행을 하면서 자신만의 보물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춤과 노래, 영상, 인형 등을 통해서 선보여 가족 모두가 관람할 수 있다.
뉴턴이나 데카르트까지 연구한 연금술이 정말 미신적이고 비과학적인 이야기에 불과한 것일까? 또한 금을 만들기 위해서 추구한 그들의 열정은 후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연금술은 기원후 2세기경부터 시작되어 적어도 연소이론을 확립했던 라부아지에 시대까지 널리 퍼져 있었다. 연금술 이론의 기본은 물, 불, 공기, 흙 등을 만물의 근원으로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을 따랐다. 그는 4원소를 금속에 적용하면 값싼 금속도 귀금속으로 변환한다고 여겼다. 거의 모든 연금술사들은 비금속에 섞으면 금이 되는 어떤 특별한 물질을 찾아내는 일에 몰두했다. 이 특별한 것은 ‘철학자의 돌’ 또는 ‘현자의 돌’이라고 불리었다.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연금술은 신비적 요소와 결부되면서, 연금술을 상징하는 그림이나 우화적 표현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었다. 연금술사들은 고도의 상징과 그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비밀 언어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그것은 비유적으로 ‘녹색언어’라고 불렸다. 예를 들면 유황은 왕이나 태양을, 수은은 왕비나 달 또는 사자를 상징했다. 또한 영원한 재생을 상징하는 연금술의 상징으로 고대부터 그리스, 이집트, 인도 등 전 세계에서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의 형상이 발견된다. 이것은 우로보로스라고 불리고, 뱀의 형상은 스스로를 죽이고 스스로를 창조하는 불사의 동물로서 영원함과 끝없는 순환을 통한 완전함을 상징한다. 연금술사들은 우로보로스를 통해 ‘모든 물질이 근본적으로 하나이며 끊임없는 순환의 과정을 통해 완전해질 수 있다’라는 신념을 표현했다.
연금술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아 학파, 종교, 주술, 점성술 등 철학적, 종교적, 신비적 요소와 실제적, 기계적 요소가 뒤엉켜 있었다. 다양한 요소들이 뒤섞여 있는 만큼 연금술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연금술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 내면화할 수 있었던 성직자를 비롯해서 국왕, 대장장이, 염색업자, 기계공 등 모든 직종과 계급에 걸쳐 있었다. 이처럼 연금술은 고대에서 중세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었고, 특히 화학적 문제를 조사하는 활동과 의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연금술은 의학 발전의 기초를 다졌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바로 연금술과 의학 분야의 발전에 교량적 역할을 한 파라켈수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파라켈수스(Paracelsus: 1493-1541)는 스위스 아인지이덴(Einsieden)에서 태어난 전설적인 연금술사이자, 의학자이면서 신비가였다. 그는 자신을 로마의 의학자 켈수스보다 위대하다는 생각에서 켈수스를 능가한다는 뜻으로 파라켈수스라고 스스로를 칭했다.
파라켈수스는 의학에서 건강이 네 가지 체액에 의해 결정된다는 당시의 견해를 따르지 않고, 인체는 본래 하나의 화학계로서 연금술사의 두 가지 원소인 수은 및 유황과, 자신이 새로 첨가한 제3원소인 염으로 구성되었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당시의 의학은 절대적으로 갈레노스 등의 저작을 따르고 있었다. 그래서 의학 활동은 새로운 실험과 임상실습을 통한 치료활동보다 고대 이래로 전해져 오는 문헌들에 기초해 치료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의 의학활동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주장했고, 또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라틴어 대신에 자국어인 독일어를 사용해 그 무렵 널리 퍼져 있던 전통을 깨뜨렸다.
파라켈수스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광물성 약재, 화학약품 사용을 주장했고, 광물성 약재 제조에 연금술을 도입했다. 그는 전통 의학과 다른 새로운 질병관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질병의 원인으로 내적 요인을 생각했으나, 그는 광물과 같은 외적 요인이 신체에 침투해 병을 일으킨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그는 새로운 성격의 질병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고대의학에서 말하는 체액이나 체질 등을 허구적인 것으로 보았다. 그는 자신의 연금술에 대한 깊은 조예를 신비물질을 만드는 것 자체보다 치료 목적의 무독성 약품 제조에 궁극적 목적을 두었다. 그는 금 혹은 “철학자의 돌”을 만드는 연금술에서 약을 만드는 연금술로 변화를 꾀한 것이다.
파라켈수스의 주장은 당시의 전통의학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었기 때문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나, 후세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의 저작은 대학에서 금지되었지만, 그의 이론은 대학에서 널리 퍼졌다. 일례로, 파리와 하이델베르크에서 학생들이 파라켈수스 이론 금지에 항의하여 대항하기도 했다. 이후 그의 이론은 약사들이 의료에 종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일례로, 17세기 중반에 런던에 전염병이 돌았을 때, 갈렌의 전통의학을 따른 사람들은 대부분 시(city)를 탈출했으나, 파라켈수스의 이론을 따른 약사들은 시민들의 치료에 참여했다. 그들의 활동은 이후 1703년에 약사들이 의료에 종사할 수 있는 완전한 권리를 획득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렇듯 연금술은 인간의 욕심에서 시작해 과학적 진리를 추구하는 활동에 접목되었고, 특히 파라켈수스의 영향 아래 근대 의학을 낳은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원작에서 양치기소년 산티아고에게 어느 날 늙은 살렘의 왕이 찾아와 “피라미드에 너의 보물이 있으니 그것을 찾으라”고 말한다. 이번 뮤지컬에서 산티아고는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 살렘의 왕의 도움과 자신의 용기로 드디어 피라미드로 갈 수 있는 사막 앞에 서게 된다.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산타아고는 연금술을 배우려는 엉뚱한 영국인, 첫눈에 반한 사랑스러운 여인 파티마,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연금술사를 만나며 자신이 간직하던 꿈을 조금씩 이뤄나간다. 사막의 전쟁에서 “나와의 대면”을 통해 오아시스를 구해낸 산티아고는 파티마와 함께 머물고 싶지만, 자신의 꿈을 잃지 않기 위해 연금술사와 새로운 여행길을 선택한다.
원작 <연금술사>에 “세상 만물은 모두 한 가지라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이 의미하는 것처럼 현자의 돌을 찾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했고, 그것은 연금술이라는 말로 구전되는 것은 아닐까.
공 연 명 : 이미지성장뮤지컬 - 연금술사
공연기간: 2005년 12월 9일 - 12월 25일
공연시간: 화-금 11시 3시 / 토,일 11시 1시 4시
공연장소 :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
문 의 처 : (02) 764-8760
- 객원기자 공채영
- 저작권자 2005-12-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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