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되면 사람들의 마음도 들뜨기 마련이다. 특히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들을 보고 있자면 누구든지 야외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하지만, 나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나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이다.
꽃가루는 우리나라 국민 중 성인의 17.4%와 청소년의 36.6%가 앓고 있는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알레르기 결막염과 천식을 유발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있어 봄은 피하고 싶은 계절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마냥 외출을 자제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생활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야 할 때도 있는데, 이 같은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이 ‘꽃가루 달력’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꽃가루 달력…13종 식물 4단계로 안내
꽃가루 알레르기는 난치병이다. 연령과 지역, 기후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단 발병하면 완전한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꽃가루 알레르기로부터 우리 몸을 잘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꽃가루와 꽃가루 알레르기 대한 기본적인 대처법이 선행되어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에 대한 대처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방법은 바로 ‘회피’하는 것이다.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청소와 마스크 착용, 그리고 외출 후 샤워나 실내 공기 청정기 가동 등이 대표적인 회피법이라 할 수 있다.
외출 자제가 가장 확실하고 근본적인 회피 방법이지만, 생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외출해야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는 기상청과 국립기상과학원이 개발한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 달력(이하 꽃가루 달력)’이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꽃가루 달력은 국민의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기상청과 국립기상과학원이 공동으로 개발했다. 이 달력을 참조하면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환자들이 개화기인 4~5월에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날을 알 수 있다.
꽃가루 달력은 지난 11년간 서울을 비롯한 8개 도시에서 관측한 정보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는데, 2007년부터 2017년까지의 관련 정보가 모두 담겨있다. 국내에서 대표적 꽃가루 유발 식물로 알려져 있는 13종의 식물을 4단계(△조금 △흔함 △많음 △매우 많음)로 구분하여 꽃가루 날림 정도를 알려준다.
이와 함께 기상청은 ‘꽃가루농도 위험지수’의 서비스 기간도 확대했다. 소나무와 참나무는 4월에서 6월까지, 잡초류는 8월에서 10월까지 제공할 예정인데, 기존에는 각각 4~5월, 9~10월 기간까지만 제공했었다.
꽃가루 농도 위험지수란 평균기온이나 일교차, 풍속 같은 기상조건에 따라 꽃가루 농도를 예측하여 알레르기 질환 발생 가능성을 나타낸 것이다. 일 단위 예측정보를 매일 오전 6시와 오후 6시 등 2회에 걸쳐 대응요령과 함께 제공한다.
국립기상과학원 누리집에서 꽃가루 달력 열람
꽃가루 알레르기 중에서도 특히 주의해야 하는 대상은 바로 참나무다. 한반도 숲 조성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참나무이지만, 꽃가루 알레르기 문제로 접근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알레르기 환자를 발생시키는 꽃가루를 날리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날리는 꽃가루는 소나무에서 나오지만, 알레르기 유발성이 약한 편이다. 반면에 두 번째로 많이 날리는 참나무 꽃가루는 알레르기 유발성이 매우 강한 특징이 있다. 따라서 많은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은 참나무 꽃가루로 인해 알레르기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소나무 꽃가루 때문이라고 착각을 할 수도 있다.
참나무 꽃가루는 우리나라 내륙을 기준으로 4월 초순부터 조금씩 날리기 시작해서 5월 하순까지 날린다. 보통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이 절정기에 해당된다. 따라서 알레르기 환자들께서는 이 기간에 회피나 대증 요법 등으로 알레르기 증상을 줄여야만 한다.
다음은 꽃가루 달력 제작과 관련하여 실무를 담당한 국립기상과학원 응용기상연구과의 조충범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은 대부분 그냥 꽃가루 알레르기로 알고 있지, 기상과학원이 발표한 것처럼 오리나무, 참나무 형태로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꽃가루 달력이 실용성면에서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동네에 있어 1차 병원에만 가더라도 종류가 완전히 다른 알레르기 요인 즉 꽃가루나 개털 정도로 구분해 줄 뿐 꽃가루를 세분화해서 알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알레르기 정도가 심한 환자들은 2차나 3차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게 되는데 이때는 세부적으로 검사해서 원인 물질을 알려준다. 참나무로 인한 알레르기인지, 오리나무로 인한 알레르기인지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국내의 경우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꽃가루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정도를 감작률(sensitization rate)이라고 하는데, 집먼지 진드기(86.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원인 물질로서 38.7%를 기록했다. 꽃가루만 놓고 보면 감작률 순위가 수목류(25.2%), 잡초류(19.9%), 목초류(7.6%) 순으로 높았다.
- 꽃가루 달력은 열람 방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 달라
꽃가루 달력은 국립기상과학원 누리집(www.nims.go.kr)을 통하여 제공되며 △꽃가루와 꽃가루 알레르기 △꽃가루 채집과 검경법 △우리나라의 알레르기 유발 식물 △오늘의 꽃가루도 함께 제공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꽃가루 달력을 좀 더 많은 환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집에 거는 달력이나 스마트폰앱 같은 형태로도 제작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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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4-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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