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교수는 "지난여름에 이어 NASA연구팀과 함께 현지에서 특수 종이 재질을 이용한 신개념의 로봇을 연구 중"이라며 "2005년 상반기중 기어 다니는 종이로봇의 시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NASA는 현재 태양풍 피해로부터 위성을 보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김재환 교수는 2003년부터 창의적연구진흥사업 가운데 하나인 생체모방종이작동기연구단 책임자로 선정됐으며 생체모방공학의 지침서격인 'Electroacitve polymer Actuator as Artificial Mucles'에 그의 연구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생체모방종이작동기란 전기를 흘려주면 내부에 떨림이 발생해 마치 근육처럼 움직이는 종이를 뜻한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생체모방 종이작동기는 셀룰로오스 함량이 높은 종이에 나노밀리미터 두께의 전극을 입힌 것. 전극에 전기를 흘려주면 떨림이 발생한다. 김 교수팀은 지난 2001년 셀룰로오스 함량이 높은 종이에 전기를 흘려주면 떨림이 발생한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어 종이의 떨림의 원인이 전기를 진동으로 바꿔주는 압전효과와 종이 내부의 결정과 비결정부분을 옮겨 다니는 전하의 움직임이 힘으로 바뀌는 이온전이현상 때문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런 성질을 가진 종이 위에 얇은 안테나와 고주파 신호를 전기로 바꿔주는 회로만 덧붙이면 간단하게 '종이로봇'이 만들어진다. 이 종이로봇은 무거운 배터리를 싣고 다니지 않고도 10-20기가헤르츠(GHz)의 전파만 쏘여줘도 스스로 움직인다. 수신된 전파를 이용해 이동하는데 필요한 전력과 자신의 정보를 되돌려 보내는데 필요한 신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종이를 떨게 하는 두가지 원인 외에도 다른 원인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적인 원인 규명에 나서고 있다"면서 "지난해부터는 NASA와 공동으로 전파를 전기로 바꿔 종이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NASA는 접거나 펴기가 가능한 생체모방종이작동기의 성질을 이용해 태양풍으로부터 위성을 보호하는 차단막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위험부담과 경제적 손실이 큰 대형행성탐사선 대신 좀더 값싸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소형탐사선의 소재로 생체모방 종이작동기를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생물계의 움직임을 모방해 좀더 자연스럽게 동작하는 로봇을 만들려는 시도는 오래전에 시작됐다. 그러나 모터를 써서 만든 회전운동이나 직선운동만으로 생체의 정교한 움직임을 표현하기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팔근육의 움직임을 모방한 로봇팔만 해도 무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잠자리의 정교한 날갯짓은 기계 동작으로 결코 모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생체모방작동기 연구는 여기에서 시작됐다. 실제 동물 근육처럼 좀더 작으면서도 민첩하게 움직이는 말 그대로 인공 근육을 만들자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폴리머나 탄소나노튜브 등을 이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우주기술이나 로봇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기존에 종이가 이용되던 모든 분야와 접목할 수 있다"며 "생체모방 종이작동기는 실생활에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자협회 미디어리소스발굴자료]
- 김길태 기자
- 저작권자 2005-01-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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