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에어컨, 저녁엔 난방. 이제 1년이 아닌, 하루 안에 사계절을 경험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이전과 다른 이상 기온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폭염, 한파 등도 기후변화의 영향이다.
이렇게 기후변화가 최근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나 거대담론의 주제에서 벗어나 사회, 문화적으로 전방위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일 한국과학기술회관 중회의실2에서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사회적, 문화적 이해’를 주제로 포럼이 진행됐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 한국방재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포럼은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사회, 문화적 영향을 살펴보고 그 적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준비됐다.
“위험 인식 넘어 대응 시작해야”
행사는 박무종 한국방재학회장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박 학회장은 “지금까지 기후변화라고 하면 보통 ‘온도’에 집중해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며 “각 작물의 재배 한계선이 달라지는 것처럼 살아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하여 땅이나 바다 등 만물이 영향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사회, 문화 등 우리 생활상이 기후변화로 인해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 학회장은 “결국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인류가 겪지 못한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에 정부와 과학계는 다양한 방면에서 대비하려 한다. 이번 포럼이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 인식의 틀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개회사를 마쳤다.
뒤이어 윤호식 과총 학술진흥본부장이 김명자 과총 회장의 환영사를 대독했다. 윤 본부장은 먼저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제시한 기든스 역설(Giddens’s paradox)을 소개하며 “위험을 인식한다 해도 실천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라 설명했다. 지금 우리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는 의미다.
윤 본부장은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당장의 작은 이익에 매몰되기 쉽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대응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그 심각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전하며 “우리는 기후변화를 인식한 첫 세대이다. 우리세대에서부터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수동적이었던 인류의 모습
이어 홍진규 연세대학교 대기과학과 교수가 ‘기후-사회-경제 상호작용으로 바라본 기후변화와 문명’ 발제를 진행했다. 홍 교수는 “사람들이 이루고 사는 문명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살펴보고, 거꾸로 기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며 인류 문명의 3단계를 제시했다.
그 첫 번째는 홀로세. 홍 교수에 따르면 홀로세는 인류의 사회 경제 시스템이 전적으로 기후에 의존하는 수동적 시기라 할 수 있다. 특히 가뭄 등의 이유로 많은 문명들이 멸망하거나 근거지를 버리는 등 호모 사피엔스는 기후에 의해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중세에 있었던 소빙하기다. 홍 교수는 “소빙하기 시기에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등 사회, 경제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라며 “이는 건축 양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창문이 큰 고딕 양식에서 창문이 작은 바로크 양식으로 유행이 바뀐 것도 추운 날씨로 인한 기후 변화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도시 중심으로 벌어지는 기후-인류 상호작용
그러나 2단계인 인류세가 되면 그 관계가 역전된다는 것이 홍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이 단계는 반대로 ‘압도적인 호모 사피엔스’의 시기라 칭할 수 있다”며 “사람들의 행동이 기후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변화를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렇게 기후와 인류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온난화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온실가스가 많아지면 기온이 올라간다. 여기까진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런데 기온이 늘어나면서 거꾸로 온실가스 양도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우리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끼치고, 기후변화가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주면서 가속도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인류세의 특징이 ‘도시화’다. 홍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도시는 육지 총면적의 1~2%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50% 이상이 거주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자원의 3/4을 도시에서 소비하게 되고,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도시 개발 및 기능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홍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서울도 각 지역에 따라 기온이 조금씩 다르다”라며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각 지역의 건물과 인구가 얼마나 밀집되어 있느냐에 따라 온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타운 개발, 공원 조성 등 수많은 도시 개발 사업은 이미 기후변화와 유의미한 상호 관계를 가지고 있다.
“여러 변수 반영한 통합 모델 필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홍 교수가 제시한 문명 3단계의 키워드는 ‘완화 및 적응’이다. 그는 “이번 단계에서 우리는 피해를 적게 받기 위한 노력, 즉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나무를 좀 더 심자’는 식의 1차원적인 접근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미 기후변화와 사회가 밀접히 얽혀있는 만큼 이를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친환경 활동인 나무 심기를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나무 심기는 실제로 온난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현재 서울숲 지역이 주거지역으로 재개발됐을 경우, 그로 인한 기온 저감효과 차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1억 원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다만 무조건 나무를 많이 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나무로 인한 증발산(evapotranspiration) 때문에 습도가 증가하고, 이는 에어컨 등의 사용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광합성 과정에서 방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BVOC)이 오존을 증가시켜 대기를 오염시키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렇게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복잡한 상호작용이 이뤄지기에 좀 더 정교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기존에 있는 기후시스템 예측 모델을 좀 더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해진다. 홍 교수는 “사람의 행동, 정치적인 상황 등 여러 변수를 반영하여 기후-사회-경제 통합 모델을 만들고 이를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서라도 다학제간 융합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며 발제를 마쳤다.
포럼은 이후 조재원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의 ‘기후변화 RISK 인문학’, 박창석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기후리스크 관리방향과 과제’ 발제 및 패널토론을 거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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