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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박상주 객원기자
2009-06-22

기후변화가 윤리 문제여야 하는 이유 제1차 기후변화윤리포럼, 도날드 브라운 교수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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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미국의 많은 과학자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적 현실을 외면하고 윤리문제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다.” 자국 이익을 이유로 국제적인 탄소배출량 논의를 지속적으로 미루고 있는 미국의 과학자들을 겨냥한 말이다. 한편, 한국 시민들에게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관점을 윤리적 정의에 맞춰달라는 주문으로도 읽힌다.

환경 관련 윤리, 과학, 법(Environmental Ethics, Science, and Law)을 연구하는 도날드 브라운(Donald A. Brown)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교수는 19일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기상청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후변화와 윤리―기후변화가 왜 윤리적 문제인가?(Climate Change and Ethics―Why is Climate Change an Ethical Issue?)’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1차 기후변화 윤리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 내 기후변화 문제 및 정책 결정과정을 비판적으로 연구해온 브라운 교수는 이날 기조강연자로 나서 “기후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에 피해정도가 심각하다”고 강조하면서, “전 세계가 기후변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히 선진국 정부가 기후변화 문제를 윤리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날드 브라운 교수는 “미국 학계가 자국 이익에 부합하도록 기후변화 문제를 논하면서 의도적으로 ‘비용편익분석틀(Cost-Benefit Analysis tool)’에만 의거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문제는 개별 국가, 개별 지역 문제가 아니고 부유한 국가가 배출한 탄소가스로 가난한 국가 국민들이 고통받는 문제이므로, 개별적인 비용편익분석틀보다 윤리적인 규준설정에 따라야 한다. 특히 부유한 국가 사람들이 이를 윤리적 이슈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 경제적인 관점은 많은 국가들이 쉽게 합의할 여지가 있는 문제를 다루는 것인데, 기후변화 문제는 합의할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선진국들이 편익을 취해 생긴 일이니만큼 의무나 책임 등이 기반에 깔린 윤리적 관점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브라운 교수는 이날 작심한 듯 미국 내 학자들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윤리학자들조차 대부분 기후변화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의 과학자 등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윤리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서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에만 미치는 비용이 많다’, ‘현재 다른 나라에 폐를 끼치고 있지 않다’, ‘중국 등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탄소배출 감소에 나서는 등 다른 나라들이 선제 조치를 취하면 미국이 따라가야 한다’며 변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부 과학자들의 말을 빌어 “기후변화 원인에 대한 명백한 과학적 증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은 재앙의 수준으로 커져 과학적 증명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편타당한 윤리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브라운 교수는 대학에도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다. “대학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분석 도구의 한계를 알리지 않고 있다. 미국 대학들은 다들 비용편익분석틀만 쓰고 있다. 이는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좋은 분석틀일 수 있지만, 기후변화 문제는 윤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 틀로는 제대로 된 분석을 할 수 없다”면서 “부유국인 미국과 부유층인 일부 사람들이 편협하게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운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를 윤리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일부분에 사는 사람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각각의 혜택과 피해가 일어나는 장소가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것이 기후변화 문제의 특별한 성격이다. 지구 한편에 있는 사람이 지구 저편에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이러한 비대칭적인 성격이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기득권을 가진 부유국의 경제적인 잦대로는 기후변화 이슈를 다룰 수 없기 때문에 보편타당한 윤리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세계적 상황에 대해 브라운 교수는 “과학적인 분석이 완벽하게 이뤄지기 전이지만, 우리는 이미 그 영향을 받고 있다. 사막화가 상당히 진행됐고 이에 따른 사망자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주 전 분석을 보면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로 매년 30만명이 사망하고 있고 앞으로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만으로 5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 때문에 5억명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고 그의 반이 되는 2억5천명은 기후변화 때문에 심각한 보건문제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농업분야 피해가 심각했다. 직접적인 강수량, 기온 등이 변화해 작물재배가 한계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운 교수는 “17개 IPCC 모델을 보면 지구 곳곳에 건조해지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고 가뭄이 농업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티베트고원 등의 농업은 물부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물부족으로 정치적 갈등까지 겪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빈국일수록 산업구성상 농업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빈부 차에 따라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은 더 많이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홍수도 문제로 지적됐다. 브라운 교수는 "최근 빈발하는 동남아시아 홍수에 대해 국제적인 보험사들이 그 원인을 기후변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경제적인 문제에 민감한 보험사들조차 각국 정부에 대책을 세워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해수면 상승 문제, 전염병 등 인간보건문제, 유럽에서 발생한 바 있는 열파(Heat wave)문제, 점차 강도가 강해지는 허리케인 등 폭풍 문제도 기후변화의 후속결과라고 소개했다.

한 국가 내에서도 빈곤층은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부유층은 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면서도 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지만, 빈곤층은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도 더 나쁜 환경에 놓이기 때문이다.
 
브라운 교수는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협력해 기후변화 윤리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실제로 사람들이 윤리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려면 사회적인 관심의 변화가 필요하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류가 이해하고 이를 규범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외 그룹은 불이익 받아와

포럼에 참석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 파급효과와 윤리: 기후정의의 관점으로 접근하기’라는 주제발표에 나서, “환경정의의 관점과 같이 ‘기후정의’적 차원에서 기후변화의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문제의 부담을 마땅히 누가 져야 하느냐로 문제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인종, 세대, 연령 등(더 나아가 종별)의 차별도 기후변화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소개하면서 “소외 받는 그룹은 환경 이슈에서 차별받으며 불이익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또 “선진국은 기후변화 적응에 민감하고 이에 따른 사회보험도 강하며, 기후정보도 풍부하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기후변화에 취약하고 농업 의존도가 높아 환경 관련 산업에서도 취약하다”며 “이는 한 국가 내 산업 간, 도농 간 문제에도 불편부당하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국 농민 수는 전체 인구의 6~7%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이보다 적은 2~3%만 쓰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대도시 시민들이 배출한 탄소가스로 자신들의 생업에 위협을 받는 등 부당한 처지에 놓인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한 국가 내에서도 사회경제적 역량에 따라 (기후가 변화하는 데 따른) 적응력과 복원력은 다르다”며 “더 이상 기후변화 이슈는 잘 사는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 15개국은 전체 누적 CO2 배출의 80%를 차지하며 선진국-개도국 간 배출량 차이도 4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적응 지원 기금 등에 대해 부국들이 시혜하는 입장을 보일 것이 아니라 탄소배출에 따른 책임을 통감한다는 차원에서 기금을 내는 것이 '기후정의'를 세우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박상주 객원기자
utopiapeople@naver.com
저작권자 2009-06-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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