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부족, 뇌신경질환 약 수십억달러 낭비”

항프리온 물질로 광우병· 치매 해결 나서

우리 인체는 어떤 원인에 의해 아프거나 병에 걸렸을 때 스스로 이를 고치려는 자가치유 능력을 지니고 있다. 분자적 차원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관찰된다. 세포에서 잘못 형성된 단백질(misfolded proteins)이 만들어지면 이를 바로잡으려는 내부 특성 유지시스템을 갖고 있다.

잘못 접힌 단백질 덩어리가 활성화되면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인간 광우병의 일종인 크로이츠펠트-야곱병을 포함한 여러 치명적인 신경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브라운대 생물학 연구팀은 지난 2011년에 인체 세포들이 유익한 돌연변이 프리온 등에 의해 약간의 도움을 받으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보고를 한 바 있다(Nature Structural & Molecular Biology).

최근 캐나다 앨버타대 연구팀은 잘못 형성된 단백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항프리온(anti-prion) 특성을 지닌 새로운 화합물을 발견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7일자에 발표했다.

레이저 집게 안에 프리온 단백질이 있고, 화합물이 내려와 부착되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Michael Woodside Lab. Univ. of Alberta ⓒ ScienceTimes

레이저 집게 안에 프리온 단백질이 있고, 화합물이 내려와 부착되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Michael Woodside Lab. Univ. of Alberta

“항프리온 화합물, 단백질 구조 안정화시켜”

이 대학 물리학과 교수이자 국립 나노기술연구소 연구원인 마이클 우드사이드(Michael Woodside) 교수는 “잘못 형성된 단백질로 인한 질병들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적”이라며, “단백질 구조가 올바로 형성되지 않으면 수많은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단백질이 잘못된 모양으로 만들어지면 이와 연관된 여러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질병에는 광우병, 크로이츠펠트-야곱병, 알츠하이머병, 루게릭병, 파킨슨병, 헌팅턴병 등이 포함된다.

우드사이드 교수는 가끔 잘못 형성된 단백질과 관련된 질병의 원인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지만 이 단백질들이 폭포와 같은 연쇄 효과를 일으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앨버타대 의대 및 치대 교수인 발레리 심(Valerie Sim) 교수를 포함한 이들 연구팀은 분자적 차원에서 문제의 뿌리를 검토하고 있다.

우드사이드 교수는 “연구 결과가 건강한 세포에서의 몇몇 작동시스템이 잘못 형성된 단백질을 저지하는 방식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며, “항프리온 화합물의 효과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데, 올바른 단백질 구조를 안정화시킬 뿐 아니라 잘못된 구조 형성을 유발하는 상호작용을 억제하기까지 한다”고 밝혔다.

그는 건강한 신체에서는 보호자격인 ‘샤프론(chaperone)’ 단백질들이 잘못된 구조를 가진 분자가 가까이 오지 못 하도록 막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단백질 분자가 잘못된 구조로 바뀌면 샤프론 단백질들도 이에 압도당해 잘못 형성된 단백질들이 쌓이게 된다는 것. 프리온 단백질의 경우에는 잘못 접힌 단백질들이 감염성을 띠고 신경독을 지녀 통제불능 상태가 되면서 신경세포들을 죽이게 된다.

연구를 이끈 캐나다 앨버타대 생물물리학자 마이클 우드사이드 교수(왼쪽)와 연구진의 한 사람인 발레리 심 교수(오른쪽). 사진은 Univ. of Alberta  ⓒ ScienceTimes

연구를 이끈 캐나다 앨버타대 생물물리학자 마이클 우드사이드 교수(왼쪽)와 연구진의 한 사람인 발레리 심 교수(오른쪽). 사진은 Univ. of Alberta ⓒ ScienceTimes

“분자 수준 역학 이해 못해 퇴행성 신경질환 약 수십억달러어치 낭비”

우드사이드 교수팀이 연구한 항프리온 화합물은 원래의 세포 구조를 유지하고 단백질이 잘못 형성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이를 통한 신약 개발은 이 화합물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해 유보되고 있는 상태다.

우드사이드 교수는 “연구팀이 매우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며, “실패한 퇴행성 신경질환 약을 만들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낭비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한 이유는 매우 복잡한 이 질병들이 분자 수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명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고 연구를 위해 우리가 개발한 것과 같은 효율적인 맞춤 도구의 필요성도 못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물물리학자인 우드사이드 교수는 단일 분자 수준에서 단백질 형성과 이 단백질이 잘못 접히는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그에 맞게 고안해 맞춤 제작한 레이저 족집게를 사용하고 있다. 그의 연구 영역은 물리학에서 생물화학까지 광범위한 범위를 다루고 있다. 생물학에서의 필수적인 상호작용과 관계된 과학의 기본규칙을 이해하려는 생물물리학은 물리학 분야에서 현재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세부 분야의 하나다.

이런 맥락에서 우드사이드 교수는 극단적으로 복잡난해한 문제를 기본으로 되돌려 살펴본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우리는 단일 분자생물학 체계에서 매우 작은 힘을 측정하고 있으며, 분자수준에서 단백질들이 접히는 과정을 관찰하면 수많은 정교하고 세부적인 생물물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단일 단백질 분자가 치료약과 접촉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알아내려 하고 있는데, 우리가 연구한 화합물에서 단백질 형성 역학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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