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노벨화학상을 배출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관련하여, ‘원천특허를 누가 취득하는가’의 문제는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이다.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인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A. Doudna) 교수가 소속된 UC버클리, 그리고 장펑(張鋒) 교수가 중심이 된 하버드대학과 MIT가 공동으로 설립한 브로드연구소 간의 세기적 특허 전쟁이 몇 년째 계속되어 왔다. 여기에 애초 미국 특허청의 심사에서 거절 결정되었던 툴젠의 특허가 최근 등록 가능한 것으로 번복되면서, 원천특허를 둘러싼 대결은 3자 구도로 다시 변모하는 양상이다.
크리스퍼유전자가위 개발로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 ⓒ Duncan.Hull
일각에서는 학문 연구에 매진해야 할 과학자들이 돈벌이와 직결되는 특허 분쟁에 지나치게 휘말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연구 업적을 특허로 등록받지 않고 널리 공개하여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던, X선의 발견자인 뢴트겐(Wilhelm Konrad Röntgen)이나 방사선 연구의 선구자 퀴리부인(Marie Curie) 등을 떠올리면서 격세지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크리스퍼 유전자 특허 공방은 결코 과학자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원천특허 최종 승자의 향방에 따라 향후 수조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시장을 누가 주도할 수 있을지 결정될 것이므로, UC버클리나 브로드연구소 등에 관련된 수많은 생명공학 기업들도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현대 과학기술 연구체제의 특성상 기초과학과 특허의 관계 등도 역시 예전과는 크게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와 관련해서 깊이 생각해볼 만한 여러 가지 문제들은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Wilhelm K. Roentgen)은 우연한 계기로 사람의 몸을 투과하는 X선이라는 미지의 광선을 발견하였고, 이는 물리학을 비롯하여 의학과 다른 과학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는 첫 번째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되었고 세계 각국의 언론 등에서도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뢴트겐의 X선이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을 무렵, 독일의 최대 전기회사 사장은 거액을 제시하면서, X선 발생장치의 특허받을 수 있는 권리를 자신의 회사로 양도해 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러나 뢴트겐은 그의 부탁을 단호히 거절한 채, X선은 자신이 ‘발명’한 것이 아니라 원래 있었던 것을 ‘발견’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자신이 독점한다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라고 대답하였다. 뢴트겐은 X선은 온 인류의 것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하면서 모든 연구 자료 등을 공개하였다.
뢴트겐이 아내의 손뼈를 찍은 인류 최초의 X선사진 ⓒ 위키미디어
물론 X선 자체는 뢴트겐의 말처럼 애초부터 이미 존재하던 것이지만, X선 발생장치나 그 이용방법 등은 충분히 특허로 받을 수 있는 것으로서, 그 권리를 독점했다면 뢴트겐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퀴리부인 역시 자신이 발견한 라듐 등의 방사성 원소 및 그 이용 등에 관해 특허를 받았다면 백만장자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공동연구자였던 그녀의 남편 피에르 퀴리(Pierre Curie)는 장차 돈이 많이 들어갈 딸들의 교육과 미래 등을 생각해서라도 라듐 등으로 특허를 취득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마리 퀴리는 순수한 과학을 이용하여 돈벌이하는 것은 절대 옳지 않은 일이라고 단호히 반대했다고도 한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뢴트겐이나 퀴리부인은 특허 등으로 지적재산의 권리를 독점하지 않고 공개, 공유하는 이른바 카피레프트(Copyleft) 정신을 일찍부터 실천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과학자로서의 업적뿐 아니라 사적인 이익 추구 대신에 과학의 발전과 그 성과를 온 인류의 이익으로 돌리려는 숭고한 정신으로 더욱 존경과 찬사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수많은 과학자 중에서 꼭 뢴트겐과 퀴리부인만이 특별히 훌륭하고 고결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당시에 기초학문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의 전반적인 사고와 풍토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유독 뢴트겐과 퀴리부인의 사례가 두드러지게 된 것은, 당시에는 기초과학의 연구 성과가 곧바로 특허를 취득할 정도로 실용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경우가 대단히 드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방사선 연구의 선구자 퀴리부부와 큰딸 이렌 ⓒ 위키미디어
모든 세부 분야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오늘날에는 기초연구를 통한 중요한 발견 등이 곧바로 기술적으로 상용화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역시 다우드나 교수 등이 관련 논문을 처음 발표했던 2012년에 곧바로 특허 출원들이 줄을 이은 바 있다. 다른 과학 분야 역시 기초과학과 응용기술, 그리고 상품화 개발을 엄격히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함께 융합되는 추세이다.
그러나 뢴트겐과 퀴리부인이 활동하던 20세기 초만 해도, 오늘날과 달리 기초과학과 응용기술, 그리고 상품 개발은 별 관계가 없거나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뢴트겐의 X선과 퀴리부인의 방사선 연구는 대단히 예외적인 사례였던 셈이다.
또한 현대 과학기술 연구개발 체제의 특성상 특허권과 사업화 등은 과학자 개인보다는 거액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자본의 요구 및 정치적, 사회경제적 이해관계 등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과학자 개인에게만 선비정신(?)을 강요한다는 것은 온당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은, 시대착오적이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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