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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9

기상이변으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지구수호대(30)기상학자 권원태 기상연구소 기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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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길목 3월에 왠 폭설?! 거기다 천둥, 번개까지!!!" 지난 3월 4일 밤 중부지방에는 때아닌 함박눈으로 도시 교통은 물론 고속도로는 교통마비로 몸살을 알았다. 1904년 우리나라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로 50cm가 넘는 3월 최고 적설량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도 "매우 드문 현상"이며 폭설의 원인을 여름으로 치면 장마철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설명하고 있다.


여름에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거나 눈이 오고, 겨울에 무더위가 찾아오는 등의 이상기후와 겨울의 폭설 및 결빙, 여름의 집중폭우 등과 같은 악기상이 자주 나타나 사람들을 불안하게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경고를 자주 듣기는 했지만 사실 그 피해가 피부로 와 닿지는 않는다. 최근에 그 피해를 가상 체험해볼 수 있는 영화 <투모로우>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이상 해류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에 빙하기가 닥친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영화이다. 주인공인 기상학자는 이상기후 조짐과 이로 인해 야기될 혼란을 예측하고 미국정부에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지만 번번이 무시당한다. 지구 북반구가 얼음으로 뒤덮이면서 위기에 빠진 지구의 혼란을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는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중 어떤 부류에 속할까. 이상기후에 무감각한 사람, 걱정만하는 사람, 친환경적인 생활을 실천하는 사람, 이상기후를 연구하는 사람, 기상 전문가의 소견을 한가한 소리라고 무시하는 사람... 주인공의 직업인 기상학자란 무엇인지 알아보고 앞으로 어떤 부류의 사람이 되고 싶은지 설계해보자.


기상학이란?

다른 학문분야에 비하여 최단기간에 급속도로 발달한 분야로 지구상의 대기를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를 인간사회의 현실에 적용하는 학문이다. 기상학의 주요 연구대상은 지상 약 10Km이내(대류권)의 대기 운동, 날씨, 기후의 문제에 국한된 것에 비해 대기과학은 대기오염 및 지구 대기 전반에 걸친 환경문제에 대한 연구를 포괄한다.


기상학의 발달에는 컴퓨터의 발달과 정보통신 분야의 발달이 한 몫을 했다. 1950년 세계 최초로 애니악 컴퓨터를 이용한 기상예보가 시작된 이후로 우리나라에서도 기상청은 슈퍼컴퓨터, 초고속통신망으로 최근 20년간 예보의 질과 양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기상학자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일반적으로 자연과학계열에 속한 지구환경과학 분야에서 관련 지식을 익힐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대기학나 지구과학이 가장 관련성이 높은 전공이다. 기상현상의 본질을 통해 기후 변동을 예측하고 인간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대기오염과 보존에 관한 전문지식을 익힐 수 있다.


저학년에서는 수학, 물리, 화학 및 대기과학개론 등과 같은 기초과학을 학습하고,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전공교과로 일반기상학, 대기역학, 물리기상학, 기상분석, 기후학, 대기유체역학, 대기파동학, 구름물리학, 원격탐사기상학 등의 기상학 핵심과목과 수치예보, 대기과학야외실습, 대기오염모델링, 경계층기상학 등을 선택해서 이수해야한다. 또한 각종 실험실습 강좌를 개설하여 첨단 기상장비의 운영방법을 습득한다.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컴퓨터, 통신, 비쥬얼 등 기술적인 능력이 요구되며, 무엇보다도 관찰, 분석, 종합하는 과학 탐구 능력과 사회와 자연에 대한 애정, 도전정신이 필수적이다.


현재 채용상황과 전망은?

기상기사자격증을 취득하여 기상청 및 지방기상청의 요원, 기상연구소의 연구원은 물론 각종 회사와 단체에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기상정보회사나 과학기술원과 해양연구소의 기상분야와 항공회사의 운항관리부에 취업이 가능하다.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및 박사과정을 이수하여 각종 연구소의 연구원이나 교수가 될 수 있다.


특히 기상청은 기상분야의 전문 인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기상정보를 활용하는 분야인 민간예보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기상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상정보를 일상생활이나 산업현장에 접목하는 응용분야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기상은 국제적인 분야로 기상이나 기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구 규모의 사고방식을 지향해야 한다. 아마도 기상분야만큼 지구촌의 협력이 잘되고 있는 분야도 드물 것이다. 실력과 의지를 갖는다면 국외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래 올해로 100주년이 되었다. ‘근대기상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기념우표와 우표첩이 발행되고 국민 대 토론회, 국제학술회의, 기상축전 등 다채로운 기념사업 및 행사가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과학축전이 열리는 7월 23~27일에는 코엑스 종합전시관에서 ‘기상과학 체험 및 기상활용문화 확산의 장’이라는 특별전시관을 운영될 계획이다.


기상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행사 내용과 일정을 참고하여 모처럼 마련한 의미 있는 행사에 참여해보기를 바란다.


기후변화를 예상하여 대비책을 마련하는 호기심박사


권 원태 기상연구소 기후연구실장: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대기과학과 기상학에서도 대기 순환과 기후역학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기상청 산하 기상연구소에서 위촉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했고, 예보연구실 연구관을 거쳐 입사한지 10년 만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연구실장(수문기상연구실)이 되었다.


이후 2000년부터 현재까지 기후연구실장으로서 미래 기후변화를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공동 번역서로 '엘니뇨와 라니냐'(2002년)가 있다.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된 동기 및 과정은?

초등학교 5학년 때라고 기억된다. 여름에 외삼촌과 함께 산에 올라갔다가 숨을 돌리려고 구릉에 앉아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한창 초록이 무르익은 산과 들판에 군데군데 색깔이 진한 곳도 있고, 밝은 곳이 있다는 것을 보고 “저~기 논에 색이 왜 어떤 데는 검푸르고 어떤 데는 옅은 색이에요?”라고 여쭤보았다.


‘아 그거, 검푸른 데는 구름의 그림자 때문에 그렇지.’라는 답을 듣고 구름을 어떤 형태를 갖춘 현실적인 물체로서 각인되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에는 마담 퀴리의 전기를 읽고 나도 퀴리 부인과 같은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시절 꽤나 호기심이 많은 학생이었던 것 같다.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항상 하는 말이 ‘고만 좀 따져라’였으니까. 거의 모든 경우에 ‘왜?’라는 질문을 자주 던져 여러 사람들을 괴롭힌 것으로 기억된다. 과학의 본질은 ‘따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이러한 성격이 이 길을 걷게 만든 것 같다.


기상학을 전공하게 된 동기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 기상학이 ‘도전’해볼만한 과학이라는 것과, 그 도전이 성공하다면 주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학은 대기권에서 나타나는 모든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다른 분야에서 발견된 이론을 적용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기후시스템을 이해하고자 한다는 의미에서 종합과학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하시는 일은?

기후변화 또는 지구온난화라는 말이 신문이나 TV 등을 통해서 자주 등장한다. 기후연구실은 국가기관 중에서 유일하게 기후를 연구하는 곳으로 약 4년 전에 만들어졌다. 기후변화에 관한 높은 관심도에 비하여 설립이 늦은 감이 있다.


기후연구실에서는 우리나라 기후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과 이해, 기후예측, 기후모델의 개발과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다. 기후변화 연구는 지구규모의 변화 및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지역규모 변화를 이해하고, 미래에는 기후변화가 어떻게 일어날 것인지 예상하기 위한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업혁명 이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80 ppm(백만분의 일) 이었으나 지금은 약 375 ppm으로 90 ppm 이상 증가하였다. 과거 빙하기 때 190 ppm에서 간빙기에 280 ppm으로 90 ppm이 증가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빙하기와 간빙기의 지구 평균 온도가 5도 정도 되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지구의 기온이 얼마나 더 오를 것인지 매우 걱정된다. 그러므로 미래 기후변화를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관으로 IPCC(정부간기후변화패널)이 있다. IPCC는 각국 정부에서 추천하는 과학자들을 위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2007년에 발간될 제4차 보고서 작성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기후를 정립하기 위하여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의 기후’라는 한글과 영문책자 발간을 추진 중이다.


이 분야에서 하는 일에 대해 느끼는 보람과 어려운 점은?

한 마디로 매력도 있고 보람도 있는 일이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고, 그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이해함으로써 우리 실생활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역사를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도 기후변화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주위에서는 거의 직업병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책을 읽거나 신문기사를 읽을 때마다, 이것이 기후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항상 생각해본다.


과거에는 기후변화로 인하여 식량 생산이 감소하게 되면 전쟁이나 사회적 혼란으로 역사가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미래 기후변화를 예상하여 그에 대한 대책을 미리 세우면 기후변화에 의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국가적으로 기후변화과학에 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이해뿐만 아니라 영향 및 적응에 관하여 연구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슈퍼컴퓨터, 초고속통신망으로 최근 20년간 예보의 질과 양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기상청은 최신 과학기술을 빠르게 접목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또 관측분야에서도 자동기상관측장비를 이용하여 전국 규모로 실시간 관측이 수행되고 있으며, 인공위성을 통한 기상관측도 있다.


기상현상이나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수치모델은 지구 대기를 수만~수백만 개의 작은 공기덩어리로 나누어, 각 공기덩어리의 운동과 변화를 수분 간격으로 계산한다.


그러므로 하루를 예측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과정을 수백 번 이상 반복하게 된다. 만약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위해서 몇 백 년 동안의 기후를 계산하려면 슈퍼컴퓨터로 몇 개월이 소요된다. 그러므로 빠른 시간에 정확하게, 막대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기상청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호우, 태풍, 폭풍, 대설 등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현대 과학기술이 모든 기상현상으로 인한 재해를 예방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단지 사람에 따라 능력과 가능성이 다른 형태로 나타날 뿐이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인가? 다른 사람이나 유행은 아닌가? 아마도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 그래서 가장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 일을 한다면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노래를 잘하고,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기를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생각하기를 좋아 한다. 그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쉽지 않다.


그 때의 유행이나, 주변 사람들의 기대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원하는 일을 발견했더라도 주위의 강압에 의해 포기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 왜냐하면, 장래 직업이 밥 벌어 먹고 살기에 적당하지 않다거나 그럴듯해 보이지 않다거나 등...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주변을 설득시키는 것은 인내와 노력을 요한다. 왜 그것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할 것인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떤지 등. 그냥 하고 싶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다. 논리적인 접근방법이야말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믿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은 앞으로 열성적인 후원자가 될 수 있다.


만약 여러분들이 과학에 흥미가 있고, 도전해볼 생각이 있다면, 그 분야에 관한 책이나 인터넷을 통하여 공부를 해보기를 적극 권한다. 막연한 동경만으로는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기과학이나 기후학은 도전해볼 과학 분야임을 알리고 싶다.



<기획 및 정리: 한효순 박사, 한국과학문화재단 객원선임연구원>

저작권자 2004-05-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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