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작가인 A씨(44)는 지난달 23일 매우 힘든 아침을 맞았다. 전날 밤까지 더워서 창문을 열고 잔 그는 급작스럽게 추워진 날씨 탓에 새벽에 잠을 깼다. 창문을 급히 닫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지만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과 잡념이 들끓었다.
정체모를 회한이 몰려온 듯 눈가에 눈물까지 맺히고, 가슴 한 켠은 뻥뚫린 듯 아려왔다. 이유를 알 수 없던 그는 2년 전 끊은 흡연 욕구까지 몰려올 정도로 고통스러워 했다. 그는 “사람들을 만나고, 집필에 몰입하면 나아질 거야. 단순한 월요병일 뿐이야!”라고 스스로 위로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친구들을 만나도 우울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혼돈에 빠진 듯 키보드 앞에 앉기도 힘들었다. A씨는 인근 병원 정신과에서 외래 진료를 받고, ‘계절성 우울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더위가 물러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환절기에는 일조량이 줄고, 이로 인해 우리의 뇌는 정서를 관장하는 ‘세로토닌’이란 신경전달물질이 적게 생산되기 때문에 외롭고 우울한 감정이 생기게 된다”고 진단하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처방해주었다.
두뇌 속의 행복의 씨앗으로 불리는 세로토닌(Serotonin)이란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져서 몸과 심리상태에 이상이 온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심각하게 가을을 탄 적은 없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을철 환절기 세로토닌 주의보!
가을철이 되면 왜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세로토닌은 감정조절과 수면, 식욕 등을 조절하는 정말로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데, 이것이 부족해지면 수면문제부터 짜증, 분노, 난폭, 조울, 우울, 불안 등의 감당키 어려운 정서상의 문제들이 중요하게 대두된다”고 말한다.
그 원인은 주로 일조량. 즉, 낮이 급격히 짧아지는 가을이 되면 세로토닌 분비에 지장을 주는데 이렇듯 일조량과 세로토닌은 깊은 관계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A씨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가을철 환절기를 처음 겪는 것도 아니고 올해라고 해서 별로 특이한 변화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올해 초 자식들 유학 뒷바라지를 위해 부인까지 따라간 바람에 그는 졸지에 기러기 아빠가 됐다.
따라서 그의 생활습관 특히 식습관은 크게 바뀌었다. 그의 아내는 평소에 글을 쓰는 A씨를 위해 단백질이 풍부한 각종 회, 새우, 게 등의 해산물과 특히 닭가슴살로 만든 요리를 자주 해주었다. 그래서 그는 영양 결핍이 일어날 염려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원고 마감에 시달린 그는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우기가 일쑤였고, 특히 단백질보다는 탄수화물 위주의 국수 또는 라면 등으로 빨리 끝내려는 습관이 들었다. 정말 시간이 없을 때에는 굶는 경우도 많았다. 원고 때문에 밖에 나가는 일도 별로 없어 일조량도 매우 부족했던 것이 사실.
그 결과, 그의 몸에 심각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의 진료를 맡았던 담당 의사는 “지금 A씨의 환경에선 세로토닌의 부족이 일어날 수 있는데 그중 많은 부분이 식사와 관련이 있다”고 경고했다. 즉, 그가 단백질 섭취를 게을리하고, 탄수화물의 간단한 식사로 때우는 일을 반복한 결과, 초래된 상황이라는 것.
단백질 섭취로 세로토닌 부족 해결
전문가들에 따르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흥분을 관장하는 도파민과 경직을 담당하는 놀아드레날린의 중간에서 이 둘을 조절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세로토닌의 주재료는 L-트립토판(Tryptophan)으로 이는 필수아미노산 중의 하나다.
L-트립토판은 세로토닌의 전구체. 전구체는 어떤 물질에 선행하는 물질로 세로토닌이 생성되려면 트립토판이 있어야 한다. 이 L-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들로는 칠면조와 닭고기 등이 있으며, 특히 닭가슴살에선 무려 4온스(대략 113mg)의 트립토판을 얻을 수 있다. 새우 역시 영양이 풍부해 4온스당 330mg의 트립토판이 들어있다.
A씨의 아내는 출국하기 전 견과류, 우유, 두유 등의 음식을 반드시 챙겨먹으라고 당부하며 기능성 영양제도 사놓고 갔다.
하지만 A씨는 처음 몇 번은 지키는 듯했으나 집필에 매달리느라 이를 어기기 일쑤였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그의 몸에서 필수 아미노산인 L-트립토판(세로토닌의 전구체)의 결핍이 일어났고, 이는 다시 세로토닌의 부족을 일으켰다.
물론 세로토닌은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있어야 합성이 가능한데 A씨는 영양제마저도 잘 챙겨먹지 않았던 것. 급성 우울증에 걸린 A씨의 증상은 의사의 처방전인 항우울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투여 받은 후, 나아지는 듯했다.
전문가들은 “선택성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전통적인 항우울제와 비교해서 효율적이고 내성이 있으며 안전성이 있다”고 말한다. 우울증 및 불안증 등의 치료에 있어서 우선 선택되는 치료술이다.
그러나 올 초에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UCSD) 앤드류 아우어바흐(Andrew D. Auerbach) 교수는 “수술 시에 SSRI를 사용하면 출혈과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또 우울증에 대한 한 임상 연구에 따르면 SSRI에 대한 비반응이 30% 이하로 나타났고, 이외에도 많은 부작용이 보고됐다.
따라서 우울증 및 기타 세로토닌 관련 질환 치료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합물의 개발이 요구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세로토닌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무조건 항우울제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평소에 식습관이나 운동습관 등의 생활습관을 안정화시켜서 세로토닌의 자연스러운 분비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체모를 회한이 몰려온 듯 눈가에 눈물까지 맺히고, 가슴 한 켠은 뻥뚫린 듯 아려왔다. 이유를 알 수 없던 그는 2년 전 끊은 흡연 욕구까지 몰려올 정도로 고통스러워 했다. 그는 “사람들을 만나고, 집필에 몰입하면 나아질 거야. 단순한 월요병일 뿐이야!”라고 스스로 위로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친구들을 만나도 우울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혼돈에 빠진 듯 키보드 앞에 앉기도 힘들었다. A씨는 인근 병원 정신과에서 외래 진료를 받고, ‘계절성 우울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더위가 물러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환절기에는 일조량이 줄고, 이로 인해 우리의 뇌는 정서를 관장하는 ‘세로토닌’이란 신경전달물질이 적게 생산되기 때문에 외롭고 우울한 감정이 생기게 된다”고 진단하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처방해주었다.
두뇌 속의 행복의 씨앗으로 불리는 세로토닌(Serotonin)이란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져서 몸과 심리상태에 이상이 온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심각하게 가을을 탄 적은 없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을철 환절기 세로토닌 주의보!
가을철이 되면 왜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세로토닌은 감정조절과 수면, 식욕 등을 조절하는 정말로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데, 이것이 부족해지면 수면문제부터 짜증, 분노, 난폭, 조울, 우울, 불안 등의 감당키 어려운 정서상의 문제들이 중요하게 대두된다”고 말한다.
그 원인은 주로 일조량. 즉, 낮이 급격히 짧아지는 가을이 되면 세로토닌 분비에 지장을 주는데 이렇듯 일조량과 세로토닌은 깊은 관계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A씨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가을철 환절기를 처음 겪는 것도 아니고 올해라고 해서 별로 특이한 변화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올해 초 자식들 유학 뒷바라지를 위해 부인까지 따라간 바람에 그는 졸지에 기러기 아빠가 됐다.
따라서 그의 생활습관 특히 식습관은 크게 바뀌었다. 그의 아내는 평소에 글을 쓰는 A씨를 위해 단백질이 풍부한 각종 회, 새우, 게 등의 해산물과 특히 닭가슴살로 만든 요리를 자주 해주었다. 그래서 그는 영양 결핍이 일어날 염려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원고 마감에 시달린 그는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우기가 일쑤였고, 특히 단백질보다는 탄수화물 위주의 국수 또는 라면 등으로 빨리 끝내려는 습관이 들었다. 정말 시간이 없을 때에는 굶는 경우도 많았다. 원고 때문에 밖에 나가는 일도 별로 없어 일조량도 매우 부족했던 것이 사실.
그 결과, 그의 몸에 심각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의 진료를 맡았던 담당 의사는 “지금 A씨의 환경에선 세로토닌의 부족이 일어날 수 있는데 그중 많은 부분이 식사와 관련이 있다”고 경고했다. 즉, 그가 단백질 섭취를 게을리하고, 탄수화물의 간단한 식사로 때우는 일을 반복한 결과, 초래된 상황이라는 것.
단백질 섭취로 세로토닌 부족 해결
전문가들에 따르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흥분을 관장하는 도파민과 경직을 담당하는 놀아드레날린의 중간에서 이 둘을 조절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세로토닌의 주재료는 L-트립토판(Tryptophan)으로 이는 필수아미노산 중의 하나다.
L-트립토판은 세로토닌의 전구체. 전구체는 어떤 물질에 선행하는 물질로 세로토닌이 생성되려면 트립토판이 있어야 한다. 이 L-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들로는 칠면조와 닭고기 등이 있으며, 특히 닭가슴살에선 무려 4온스(대략 113mg)의 트립토판을 얻을 수 있다. 새우 역시 영양이 풍부해 4온스당 330mg의 트립토판이 들어있다.
A씨의 아내는 출국하기 전 견과류, 우유, 두유 등의 음식을 반드시 챙겨먹으라고 당부하며 기능성 영양제도 사놓고 갔다.
하지만 A씨는 처음 몇 번은 지키는 듯했으나 집필에 매달리느라 이를 어기기 일쑤였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그의 몸에서 필수 아미노산인 L-트립토판(세로토닌의 전구체)의 결핍이 일어났고, 이는 다시 세로토닌의 부족을 일으켰다.
물론 세로토닌은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있어야 합성이 가능한데 A씨는 영양제마저도 잘 챙겨먹지 않았던 것. 급성 우울증에 걸린 A씨의 증상은 의사의 처방전인 항우울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투여 받은 후, 나아지는 듯했다.
전문가들은 “선택성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전통적인 항우울제와 비교해서 효율적이고 내성이 있으며 안전성이 있다”고 말한다. 우울증 및 불안증 등의 치료에 있어서 우선 선택되는 치료술이다.
그러나 올 초에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UCSD) 앤드류 아우어바흐(Andrew D. Auerbach) 교수는 “수술 시에 SSRI를 사용하면 출혈과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또 우울증에 대한 한 임상 연구에 따르면 SSRI에 대한 비반응이 30% 이하로 나타났고, 이외에도 많은 부작용이 보고됐다.
따라서 우울증 및 기타 세로토닌 관련 질환 치료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합물의 개발이 요구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세로토닌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무조건 항우울제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평소에 식습관이나 운동습관 등의 생활습관을 안정화시켜서 세로토닌의 자연스러운 분비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3-10-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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