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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4-03-14

“기면증은 자가면역질환이다” 스탠퍼드 의과대학 연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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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충분히 잤다고 생각되는 데도 낮에 이유 없이 졸리고 무기력한 증세를 보인다면 기면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기면증은 잠이 오면 참을 수가 없어서 아무 장소에서든 잠을 자게 된다. 학교 수업은 물론, 운전 중이나 식사 도중에 졸음이 온다.

심지어 대화하는 중에도 잠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운전 중 사고, 작업장 사고 등 각종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내 기면증 환자는 7~8만명 정도로 추산되며, 최근들어 기면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0년 사이 기면증 환자의 수는 1300~1400명 선이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매년 25% 이상 늘고 있으며, 2012년 한 해 동안 기면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356명이었다. 성별은 남성이 1480명으로 876명인 여성보다 조금 더 많았다.

연령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20대가 770명으로 1위였는데, 이는 젊은층이 취업준비로 인한 스트레스와 직장 생활로 인해 적정 수면시간을 못 지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신체 기능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 기면증은 잠이 오면 참을 수 없어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을 말한다. 국내 기면증 환자의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연령별로는 20대 환자의 수가 가장 많았다. 원인으로는 취업 준비로 인한 스트레스가 꼽히고 있다. ⓒScienceTimes

사실 기면증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생활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약물복용만 잘하면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상이 호전되어 일상생활을 불편함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기면증은 뇌의 ‘히포크레틴’이라는 세포가 줄어들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히포크레틴이 왜 줄어드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질병처럼 가족력이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발병 위험이 40배 높아질 만큼 유전적인 소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잠을 많이 자고 졸려하는 사람에 대해 ‘게으르다’ 또는 ‘잠이 많다’고만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기면증은 엄연한 질환 중 하나이다.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졸리고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라면 만성피로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기면증, 가장 흔한 증상은 ‘수면발작’

기면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바로 수면발작(anxiety attack)이다. 참을 수 없는 수면이 엄습해 오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흔히 졸도발작(cataplexy)라고 알려져 있다. 갑작스럽게 근력의 손실이 오는 증상을 말한다.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를 뜻한다.

다른 증상으로는 수면과 각성 사이에 REM 수면의 요소가 반복적으로 갑자기 뛰쳐나오는 수가 있다. 이는 잠이 들 때나 깰 때의 환각 증상으로 나타나며 종종 이를 두고 ‘가위눌림’ 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수면마비의 일종으로 일반인도 100명 중 20여명 정도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인 DSM-IV-TR에 따르면 이와 같은 사항을 모두 보일 경우 기면증으로 진단한다.

A. 최소 3개월 동안 매일 반복되는 저항할 수 없는 졸음과 함께 수면 후 상쾌함을 느끼는 수면발작이 일어난다.
B. 아래 중 하나 또는 두 가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1)졸도발작(짧은 기간 동안의 강함 감정과 연관된 갑작스런 근력의 손실)
2) 수면과 각성 사이에 REM 수면이 요소가 반복적으로 갑자기 뛰쳐나오는 경우가 있으며, 잠이 들 때나 깰 때의 환각증상, 수면의 시작이나 끝에 수면마비가 나타난다.
C. 약물(남용된 약, 처방된 약)에 의한 직접적인 생리 작용이나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에 의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만약 이와 같은 사항을 모두 보인다면 기면증을 의심해봐야 하며, 전문가를 찾아가 수면 다원검사 등을 통해 확진받아야 한다. 단순한 피로증상으로 여기고 넘어가기에는 기면증으로 인한 사고의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그 피해가 크다.

“기면증은 자가면역질환이다”

지금까지 기면증은 자가면역질환이라는 가설이 가장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졌다. 이 가설을 실제로 입증하는 직접적 증거가 제시되기도 하였다.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엘리자베스 멜린스 교수와 이매뉴얼 미뇨 교수는 2013년 12월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1’을 통해 이와 관련된 논문을 발표하였다.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기면증 환자에게서만 발견되는 특별한 CD4 T세포가 히포크레틴을 공격한다는 증거를 제시하였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히포크레틴을 공격하는 자가면역 항체를 발견하지 못해서, 면역계가 기면증 발병의 원인이 된다는 심증은 가지고 있었으나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CD4 T세포가 누구에게는 생기고 누구에게는 생기지 않는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다만 유전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왜냐하면 기면증 환자의 98%가 HLA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데 반해, 일반인들에게서 돌연변이가 나타날 확률은 25%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CD4 T세포가 히포크레틴 뉴런을 파괴하는 매커니즘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대규모 대조군 연구를 통해 재현될 필요가 있으며, 대규모 연구를 통해 검증된다면 새로운 기면증 진단법의 개발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여러 한계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 심증으로만 여겨지던 일종의 가설을 입증하는 첫 번째 연구가 되었으며, 이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결정적 증거로서 기면병 분야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기억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논평하고 있다.

사실 기면증은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주로 청소년기나 이른 성인기에 발생하고 대체적으로 30세 이전에 발생하기 때문에 젊은 층에서 조심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질환의 경과는 느리게 진행하는 경우가 있으며, 일정 수준에서 머물러 평생 지속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히포크레틴 : 신체감각 조절에 도움을 주는 수면발작 관련 뇌단백질. 자유신경계와 내분비를 활성화시키고 감정이나 동기를 유발하는 시상하부에 집중저긍로 나타난다. 시상하부는 신체의 감각을 조절하는 역할로 알려져있는데, 이 단백질이 신체감각을 조절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daum.net
저작권자 2014-03-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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