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일부 종양, 면역계 어떻게 회피하나?

효과적인 암 면역요법 개발을 위한 새 발견

인간은 어둠 속에서 표범의 눈이 빛을 발하거나, 수면 가까이 있는 상어의 꿈틀거리는 지느러미를 잘 식별할 수 있다. 각종 위험이 도사리는 환경 안에서 생존을 위해 다가오는 위협을 알아차려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동물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위험이 닥치기 전에 반응하고, 움직이고,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몸의 세포도 바로 똑같은 일을 한다.

우리의 선천적인 내생 면역계는 신체의 조기 경보 체제 역할을 하고 있다. 세포들을 지속적으로 살펴보면서 병원체나 위험한 돌연변이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징후를 추적하는 것이다. 이들 면역계가 찾는 것은 잘못 배치된 유전물질이다.

핵산으로 불리는 유전물질인 DNA 구성요소들은 대부분 세포핵에 숨겨져 있다. 그러나 질병은 이를 바꿀 수 있고, 바이러스는 세포에 침투해 나름의 유전 물질을 대량으로 만들어낸다. 암세포도 마찬가지다.

잘못 배치되거나 일탈된 유전 물질은 위험 신호를 보낸다. 이 경보 시스템을 활용해 새로운 암 면역요법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 La Jolla Institute for Immunology

종양 고유의 내생 면역 반응에 주목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La Jolla Institute for Immunology; LJI) 소냐 샤르마(Sonia Sharma) 부교수는 “암세포에는 손상된 DNA가 있다”며, “잘못 배치된 DNA 또는 일탈된 DNA는 세포에 대한 위험신호로서, 세포에게 ‘여기에 문제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면역체계에 처음 경보음을 울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샤르마 교수팀은 의학저널 ‘네이처 종양학’(Nature Immunology) 25일 자에 종양 세포 내부에서 이 같은 경보 시스템이 직접 촉발되는 과정을 설명한 새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효과적인 암 면역요법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연구에서 DAPK3로 불리는 종양 억제 효소가 종양 세포에서 잘못 배치된 유전 물질을 감지하는 다중 단백질 시스템의 필수 구성요소라는 점과, 이 효소가 사나운 경고음을 울리는 STING 경로를 활성화해 암 성장을 늦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암 면역요법 세계에서 STING 경로는 암살해 T세포를 활성화하는 핵심 요소로 잘 알려져 있다. 이 T세포는 인체의 강력한 적응 면역 반응의 시동을 거는 역할을 한다.

이번 새 연구에서는 DAPK3와 STING을 통해, 종양 자체의 내생 면역계가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암 면역에서 더욱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샤르마 교수는 “종양 고유의 내생 면역 반응은 자연적인 종양 성장과 암 면역요법 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DAPK3(Death-associated protein kinase 3)로 불리는 종양 억제 효소 모형. 이 단백질은 DAPK3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된다. © WikiCommons / Emw

DAPK3 상실이 면역요법 효과 감소시켜

종양은 종양 억제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진화시켜 종양이 정상 조직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에 DAPK3가 STING 경로에서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발견한 것은 암과 암 면역요법에서 나타나는 분명한 문제를 부각시킨다. 종양 세포들은 ‘세포가 잘못 배치된 DNA’와 같은 경고 깃발을 감지하지 못하도록 해 면역계를 회피할 수 있는 돌연변이를 얻을 수 있다.

샤르마 교수팀은 LJI 암 면역요법 센터와 막스플랑크 생화학연구소, 캘리포니아(샌디에이고)대 연구팀과 함께 종양 세포에서의 DAPK3 발현이나 기능의 손상이 STING 활성화를 심각하게 방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험 쥐 모델을 활용한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이런 종양들이 면역계가 감지할 수 없게 숨겨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DAPK3 결핍 종양들에서는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CD8+ ‘킬러’ T세포들을 거의 관찰하지 못했다. 그 결과, 종양에서 DAPK3 상실은 암 면역요법의 반응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양 미세환경의 면역 체크포인트. © WikiCommons / Varvara Petrova, Margherita Annicchiarico-Petruzzelli, Gerry Melino & Ivano Amelio

“선천 면역 관여 추가 단백질 추적 중”

샤르마 교수는 “DAPK3가 결핍된 종양들은 면역계를 회피하기 때문에 생체 내에서 더 빨리 성장한다”고 지적하고, “이런 종양들은 또한 항종양 T세포를 표적으로 하기 위해 면역 관문 차단제 항-PD1을 사용하는 조합 요법을 포함한 특정 면역요법에 내성을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제약회사들은 면역 관문 억제제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STING을 활성화하는 면역요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의 새로운 발견은 조기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종양 세포 자체에 있는 STING 활성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논문 제1저자로 LJI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다. 현재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암센터에 재직하고 있는 다카하시 마리코(Mariko Takahashi) 박사는 “종양 고유(Tumor-intrinsic)의 면역 반응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현재 암에 대한 초기 선천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추가적인 단백질들을 찾고 있다. 다카하시 박사는 “종양 미세환경에는 수많은 관여자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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