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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기자
2010-01-29

금속탐지기 비웃는 항공테러범들 액체폭발물탐지, 전신검색기 등 설치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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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공항에도 올 6월부터 액체폭발물탐지기와 전신검색기가 설치될 전망이다.

국토해양부(장관 정종환)는 “신종 항공테러 위협에 대비해 국내 주요 국제공항에도 2010년 6월까지 최신 기종의 항공보안 검색장비를 최소한으로 설치, 시범운영한다”며 “그 결과를 분석한 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28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25일 미국 노스웨스트항공 여객기 폭탄테러 기도사건을 계기로, 미국, 영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전신검색기 도입이 가속화된 가운데 나온 조치로 볼 수 있다.

액체폭발물탐지기와 전신검색기가 도입되면서 그동안 공항보안을 책임진 금속탐지기의 위상은 추락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최근의 항공 테러범들의 무기는 전자기 현상을 이용, 금속만을 분별해내는 금속탐지기의 능력 밖에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 고폭장약을 여객기에 반입

지난해 12월 25일 미국 디트로이트발 노스웨스트 항공 비행기를 탔던 승객들은 2001년 9.11 테러의 악몽을 고스란히 경험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테러범 ‘우마르 압둘무탈라브(23)’가 고성능 폭약인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와 트리아세톤 트리페록사이드(TATP)를 혼합, 비행기를 폭파시키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폭탄 제조에 실패했고, 범행 직후 바로 붙잡혔다. 그러나 검색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네덜란드 스히폴 공항 검색대를 그가 어떻게 무사히 통과했냐는 문제점이 남는다.

사건 후 AP통신은 “압둘무탈라브는 콘돔과 비슷한 기구에 담은 고성능 폭발물 ‘PETN(펜타에리트리올)’ 80g과 액체가 든 주사기를 속옷에 꿰매 숨겼다”고 보도했다. 압둘무탈라브는 폭발신관 없이도 폭발이 가능한 6인치(15.2㎝) 정도 크기의 PETN에 주사기 속에 든 액체를 주입해 폭파시키려 했다.

최근 들어 항공기 테러범들은 금속탐지기를 피해 금속 타이머나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지난해 12월 3일 인도 뭄바이의 차트라파티 시바지 기차역에선 무게 8㎏의 군사용 고성능 폭약 RDX가 발견되기도 했다.

PETN과 RDX는 폭발력이 비슷하며, 특히 PETN은 관리와 제조가 쉽고, 매우 가벼워 플루토늄의 핵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핵무기의 고폭장약으로도 쓰인다. 물론 공항 검색대의 금속탐지기론 식별이 불가능하다.

비료원료가 즉석 사제폭탄 둔갑

지난 2004년 4월 22일 북한 용천역 열차 폭발 사고는 처음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노린 폭탄테러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그러나 당시 정보당국에 따르면 용천 역에 있던 질산암모늄과 연료용 기름을 실은 열차에 전기 스파크가 발생해 일어난 사고로 밝혀졌다.

질산비료의 원료인 질산암모늄은 그 자체로는 섭씨 200도에서도 터지지 않는다. 하지만 디젤유와 같은 유류와 섞이면 TNT와 맞먹는 강력한 폭약으로 탈바꿈한다. 당시 폭발 지점에서 반경 160m 구역이 완전 잿더미로 변했고, 용천소학교 건물이 거의 파괴된 가운데 어린이 76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24일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무장단체 탈레반의 사제폭탄 제조에 사용되는 질산암모늄 성분의 비료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최근 들어 탈레반과 같은 국제테러단체들이 사제폭탄의 원료로 질산암모늄 비료 등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조치다.

지난해 11월 10일 아프간에 주둔한 나토군이 남부 칸다하르주(州)에 있는 창고를 급습했을 때, 탈레반의 사제폭탄 재료 250톤을 찾아냈는데 그중 질산암모늄 비료가 220여 톤으로 드러났다.

질산암모늄 비료는 탈레반이 도로 등에 매설하는 사제폭탄(IED) 제작 시에 주로 사용하는 재료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최근에 아프간에 주둔한 미군은 하루 한 명꼴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지난해 AP 통신은 “이런 사제폭탄에 금속탐지기는 무용지물”이라고 보도했다.

금속탐지기 대신하는 첨단 투시장비

지난달 30일 네덜란드 내무장관은 “앞으로 3주일 안에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을 비롯해 모든 공항에서 대서양을 횡단하는 미국행 여객기 탑승자에 한해 최신형 X-레이 검색기를 이용한 보안검색이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흐름은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퍼졌고, 지난 1월 3일 영국에 이어 독일, 이탈리아도 알몸투시기를 설치했다. 국제 항공수요가 급증한 우리나라도 올 6월부터 국내 공항에 액체폭발물 탐지기와 전신검색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금속탐지기의 한계가 노출되면서 이를 대체할 첨단 장비의 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현재 개발 중이거나 개발된 액체폭발물 탐지기는 후방산란 X선 투시 원리를 이용한다.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 저출력의 X선을 조사, 물체에서 반사돼 나오는 X선을 탐지기가 포착해 보통 X선 투시기보다 더 세밀한 영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옷 속의 액체, 플라스틱, 세라믹 등 다양한 비금속성 물체를 투시해낼 수 있다.

또 X레이 투시기의 단점을 보완하는 CT스캐너도 있다. X선을 360도로 조사하는 CT의 성질을 이용, 인체의 각 단면에 대한 개별 영상을 모두 합해 인체 내부를 보여주는 CT스캐너도 검색기에 응용되고 있다.

MRI의 원리를 이용하는 ‘4중극자공명장치(QR, Quadrupole Resonance)’의 경우, 몸 안의 물 분자에 강한 자기장을 조사, 방출되는 고주파를 받아 3차원 영상을 통해 화물이나 옷 속에 숨긴 폭발물 원자가 나타내는 독특한 자기적 성질을 알아낸다.

밀리미터파는 파장이 mm로 마이크로파내지는 초고주파로 불리며 30-300GHz이어서 파장이 매우 짧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해상도가 매우 높고, 단거리에 사용할 수 있다. 이 밀리미터파의 특성을 이용한 센서로 투시검색기에 이용, 의류 속에 숨겨진 폭발물을 찾아낼 수 있다.

일례로, 지난해 6월 9일 열린 IEEE RFIC 심포지엄에서 미국의 UCSD 대학은 자체 개발한 밀리미터파 W-band(75~110GHz) 이미징 기기에 사용될 수 있는 프로토타입 형태의 SiGe RF 칩을 발표했다.

이 대학 ‘가브리엘 레바이즈(Gabriel Rebeiz)’ 교수는 “우리가 개발한 칩은 누군가의 신체에 있는 작은 대상물을 식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며 “밀리미터 단위로 이미지들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행만 기자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10-01-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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