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동물은 사자가 아니라 ‘물곰(water bear)‘이다. 느리게 걷고 있는 새끼 돼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완보동물(tardigrade)‘, ’새끼돼지(piglet)’ 등의 별명을 갖고 있는 이 작은 동물은 크기가 0.1~1mm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몸은 짧고 뭉툭하며 원통형이고 몸마디의 배 쪽에는 사마귀 같은 모양의 다리가 4쌍 달려 있는데 그 끝에 4∼8개의 발톱이 달려 있다. 4쌍의 다리로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새끼 곰이나 새끼 돼지를 연상하게 한다.
암수의 형태적인 차이는 뚜렷하지 않다. 세계적으로 약 400여종 이상이 전 세계에 걸쳐 분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귀여운 모습이지만 생존 능력은 최강이다. 영하 273℃, 영상 151℃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건조 상태에서 다리가 외골격으로 변신
또한 인간 등 동물에게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 속에서 살아남는다. 치명적인 농도의 1000배에 달하는 양에 노출돼도 죽지 않는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물곰’이 진공 상태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극도의 건조상태에서 둥그런 모습으로 변신한 ‘물곰’의 모습. 유전자를 통해 TDPs란 이름의 특이한 단백질이 생성되고, 이 유전자를 통해 이종 분자 간의 동형 진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Thomas Boothby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 미생물의 생존 능력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대사율을 극도로 낮춰 심한 건조 상태와 낮은 온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최근 들어서는 위험 상황에 대처해 자신의 몸을 변신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인터넷 포럼 ‘빅 싱크(Big Think)’는 19일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토마스 부스비(Thomas Boothby) 교수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조한 상태가 심해지고 있다고 판단되면 ‘물곰’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머리와 다리가 둥근 모양의 외골격의 형태로 바뀌는데 절지동물의 키틴갑, 연체동물의 석회성 조개껍데기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그 안에서 움직임을 멈추고 장기간 생존할 수 있다. 부스비 교수는 “최근 연구에서 이 외골격 안에서의 ‘물곰’의 생존기간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물기가 감지되면 외골격으로 변화했던 몸이 다시 원 상태로 돌아온다.
부스비 교수는 “불과 수 시간 만에 몸이 원 상태로 되돌아올 수 있다”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또 다시 주위를 돌아다니고 먹잇감을 찾아 먹으면서 생명 활동을 재개해나간다”고 말했다. 이런 놀라운 능력이 가능한 것은 트레할로오스(trehalose)란 당분 때문이다.
지의류와 곤충의 혈액에서 발견되는 이당류를 말하는데 세포막을 보호하여 수분 증발을 방지한다. 그 안에서 움직임을 멈추는 것을 탈수가사상태(anhydrobiosis)라고 하는데 동물플랑크톤인 브라인 슈림프, 꼬마 선충도 이 방식을 활용한다.
특이한 단백질 TDPs로 인해 변신 가능
‘물곰’은 탈수가사상태에서 몸무게가 20%로 줄어든다. 줄어든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하다. 둥근 컵을 연상할 정도다. 부스비 교수가 특히 관심을 기울인 것은 트레할로오스의 역할이다. 어떤 유전자가 이 일을 수행하는지 분석했다. 그리고 독특한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생성되고 있는 단백질의 이름은 본질적으로 무질서하다는 뜻이 담겨 있는 ‘TDPs(tardigrade-specific intrinsically disordered proteins)’란 이름이 붙여졌다.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전자를 통해 TDPs가 생성되면서 ‘물곰’의 건조 내성(desiccation-tolerant)이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TDPs를 생성하는 유전자가 활동을 멈추게 되면 ‘물곰’은 가사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물곰’의 이런 변신 과정을 동형진화(convergent evolution) 사례로 보았다. 계통적으로 다른 조상에서 유래한 생물 간에, 또는 분자 간에 변신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새의 깃이나 곤충의 날개처럼 종이 다르더라도 외견상 유사한 구조로 발달하는 과정을 말한다.
분자 수준에서 동형진화의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물곰’에게서 발견되는 TDPs는 두 가지 유형의 분자가 전혀 다른 상태로 변화했다가 다시 원 상태로 환원하는 매우 특이한 동형진화의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교수는 설명했다.
TDPs의 구조 역시 매우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단백질은 아미노산(amino acid)의 3D 체인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데 TDPs의 경우 질서정연하게 구성된 기존 단백질과는 달리 매우 무질서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교수는 이런 무질서한 모습으로 세포 내에서 어떻게 그런 놀라운 일을 수행하고 있는지 연구 대상이라고 말했다. “건조 상태가 시작되면서 TDPs 역시 활동을 시작하는데 이를 유리화작용(vitrification)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융해된 액체를 냉각하면 일정한 온도에서 응고하여 결정체가 되지만 어떤 종류의 물질은 냉각해도 응고되거나 결정화하지 않고, 굳은 고형물이 되는 과정을 말한다. TDPs 역시 건조상태에서 이런 유리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학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었다 살아나는 것 같은 ‘물곰’의 신비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유전학이 이를 밝혀내고 있다. ‘물곰’을 통해 그동안 확인하지 못했던 사실이 어디까지 밝혀질 것인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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