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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신기술
황정은 객원기자
2013-06-11

그래핀 반도체 난제 풀었다 [인터뷰] 김형준 카이스트 EEWS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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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기술산업 분야에서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graphene). 탄소의 동소체 중 하나인 그래핀은 흑연과 비슷한 결정 구조를 가지지만 한 개의 얇은 층을 지니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와 그래핀이 이처럼 큰 각광을 받는 것은 그것이 갖고 있는 우수한 물질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래핀은 0.2mm의 매우 얇은 두께를 갖고 있음에도 물리적·화학적 안정성이 높고, 기계적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다. 또한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류를 흘려보내며 실리콘보다 전자를 100배 이상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어 ‘꿈의 소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축성도 우수해 늘리거나 접어도 성질을 잃지 않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실리콘보다 전자 이동속도가 100배 높은 그래핀의 성질은 반도체 소자로 응용하기에 매우 유용한 조건이다. 컴퓨터 속도가 빨라진다는 장점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그래핀은 기존의 실리콘을 대체할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서 각광을 받는다.

빛 반사원리 이용

▲ 김형준 카이스트 EEWS 대학원 교수 ⓒ황정은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그래핀을 이용해 속도 빠른 반도체 제작 기술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카이스트 EEWS 대학원 김형준 교수와 윌리엄 고다드 교수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그래핀을 이용한 트랜지스터의 온오프(on-off) 스위칭 효율 극대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자연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2011년부터 시작된 이 연구는 김형준 교수가 캘리포니아 공대 박사과정에 재학중일 당시, 동료 과학자와 여담을 나누는 도중 발견한 주제다. 이야기 도중 그래핀 전자가 빛과 유사한 성질을 갖는다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고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기로 마음먹으면서 지금에 이르게 됐다.

“이번 연구는 이론적인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핀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한동안 그래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었죠. 가장 큰 장점은 속도가 빠르다는 점인데, 실질적으로 속도의 고속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스위칭을 능숙하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도체라는 것이 ‘껐다, 켰다’를 반복하는 과정인데 이것이 잘 구현돼야 하는 것이죠. 쉽게 이야기하자면 ‘스위칭 온오프’란 어떤 경우는 도체, 어떤 경우는 부도체를 선택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장치를 의미하는데, 기존에는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핀은 그것이 지니는 많은 장점 못지않게 단점 역시 갖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스위칭이 오프(off) 상태일 때에도 전류가 잘 흐른다는 점이었다.

“그래핀은 전류가 잘 흐르는 만큼 스위칭 오프(off) 상태에서도 전류가 흐른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그 한계점에서 이번 연구가 시작됐죠. 스위치 온(on) 상태에서 전류가 잘 흐르는 것은 좋지만, 꺼졌을 때도 잘 흐른다면 문제가 되니까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연구자들이 그래핀의 성질을 화학적으로 변형시켜 오프(off) 상태에서 전류가 흐르지 않게 했지만, 이는 온(on) 상태에서 나타나는 그래핀의 장점이 소멸되는 현상을 가져 왔습니다. 즉, 온-오프(on-off) 상태에서 전류의 흐름이 명확히 구분돼야 하는데, 그 점에서 한계가 있었던 거죠.”

반도체에서 온오프 스위칭 효율이란 도체와 부도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반도체의 성질을 의미한다. 부도체인 경우 스위칭 오프 상태이며, 도체인 경우가 스위칭 온의 상태인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오프 상태라고 해서 전기가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며, 단지 흐르는 전류의 양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온’ 상태와 ‘오프’ 상태의 차이가 확연할수록 0과 1을 표시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온오프 상태의 명확한 차이를 위해, 기존에는 원자 구조를 변형시켜 밴드갭을 확보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밴드갭이란 반도체와 절연체의 밴드구조에서 전자에 점유된 가장 높은 에너지밴드의 맨 위부터 가장 낮은 공간 밴드까지의 에너지 차이를 말한다. 그동안은 전자가 이 상태를 취할 수 없는 점을 이용, 일반적인 트랜지스터는 반도체의 전자 에너지를 밴드갭 사이에 존재하게 하거나(오프 상태), 밴드갭 바깥에 존재하게(온 상태) 조절해 트랜지스터의 온·오프 스위칭을 조절했다.

실험 통한 실질적 구현 과제 남아

▲ 김형준 교수팀이 연구를 통해 제안한 톱니 모양 게이트 구조를 가진 그래핀 트랜지스터 구조 ⓒ카이스트

기존의 연구가 다양한 시도를 통해 그래핀 트랜지스터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지만, 이 경우 그래핀의 가장 큰 장점인 높은 전자 이동 속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김형준 교수팀이 시뮬레이션으로 제안한 방법은 그래핀 전자의 빛과 유사하게 움직이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빛을 산란시키듯 전자를 산란시키면 전자가 흐르지 않도록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는 일직선으로 생긴 게이트 전극을 사용해 온오프를 조절합니다. 하지만 그 모양을 톱니모양으로 바꾸면 오프 상태가 더욱 잘 구현되죠. 이러한 방법을 잘 이용한다면, 그래핀의 화학조절을 바꾸지 않아도 돼요. 이론적으로 계산된 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오프 상태에서도 실리콘을 대체할 정도로 잘 구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상적인 스위칭 온오프 상태를 이야기하자면, 전류가 흐를 때와 흐르지 않을 때의 전류량은 약 10만 배 이상 차이가 나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핀으로 온오프 상태를 만들 때는 약 10배도 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온오프 상태의 차이를 약 100배 정도로 구현, 그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게 했다.

김형준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그래핀의 원자 구조를 변형시키지 않아도 그래핀의 높은 전자이동 특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동안 스위칭 온오프 현상이 실험적으로 구현되지 않는 것은 이미 밝혀져 있는 상태였어요. 그리고 이제 이론적으로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해되고 있는 상황이죠. 때문에 지금 학계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아요. 하나는 스위칭을 끄지 않아도 잘 구현할 수 있는 응용을 찾자는 것과, 아예 목표를 돌려 생각하자는 연구가 그것이죠. 이런 가운데 우리 연구팀의 아이디어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남다른 아이디어에 의한 연구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약 2년에 걸쳐 진행된 이 연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론적 가능성을 제시한 만큼 앞으로 실험을 통한 실질적 구현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형준 교수 역시 앞으로의 실질적 구현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연구는 그래핀을 반도체 소자로 직접 사용하기 어려운 현상에 대해, 어떠한 한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교착상태에 있던 연구 분야에 다른 길을 보여주었으니까요. 이번 연구는 그래핀이라는 소재가 더욱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는 바탕을 넓혔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그래핀의 가장 고전적인 사용처는 실리콘을 대체하는 전자소자로서의 역할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실리콘보다 발열과 속도 모든 면에서 훨씬 좋은 반도체소자를 그래핀 소재로 만들 수 있어야겠죠.”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3-06-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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