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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5-08-20

국양 교수 "파괴적 혁신 꿈꿔라" R&D 투자 '세계 5위' 아직도 '따라하기 과학'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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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파괴적 혁신이란 어떤 것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자리인 ‘제29회 수요포럼’이 지난 19일 양재동 KISTEP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서울대 국양 교수 ⓒ 김준래/ScienceTimes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서울대 국양 교수 ⓒ 김준래/ScienceTimes

‘파괴적 혁신의 국가 R&D’를 주제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다 근본적인 과학기술 지원 정책의 변화와 혁신에 대해 논의하자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더 이상 '따라하기' 과학은 지양해야

“연구자들에게는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곁눈질할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수많은 위대한 과학기술은 곁눈질하는 과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누가 지난 1975년에 발명된 PC로 인해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회사들이 생겨날 줄 알았겠습니까?”

기조발제를 맡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이자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인 국양 박사는 미국의 저명한 경영분석가인 ‘애드리언 슬라이워츠키(Adrian Slywotzky)’가 블룸버그(Bloomberg)에 기고한 글을 인용하며 이 같이 말했다.

국 교수는 “우리나라의 R&D 투자는 총액이 세계 5위이고, GDP대비 세계 2위를 기록할 만큼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이 같은 결과에서 착각하기 쉬운 점은 우리나라가 R&D를 잘하고 있다는 부분인데, 사실은 ‘제조기술(Manufacturing Engineering)’을 잘하는 것이지 R&D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2014 국가별 R&D 투자 총액 및 GDP 대비 투자, 상단 오른쪽에 우리나라가 위치해 있다
2014 국가별 R&D 투자 총액 및 GDP 대비 투자, 상단 오른쪽에 우리나라가 위치해 있다 ⓒ Battelle

실제로 국내 R&D 현황은 투자 규모에 비해 △낮은 기초연구 경쟁률과 고용률 △낮은 고급인력 배출도 △낮은 국제화 지수 △출원 양에 비해 턱없이 적은 유용 특허 △작은 신생 기업수와 낮은 기술경쟁력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국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과학자들은 ‘따라하기 과학(me too science)’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하며 “R&D 국가 경쟁력을 위해 보다 획기적이면서도 파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파괴적 혁신’이란 미 하버드대 교수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의 이론이다. 기술 혁신과 가격 파괴 등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기업이 시장을 선도하거나, 혹은 선도 기업을 뛰어넘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이론이다.

이 같은 파괴적 혁신을 위해 국 교수는 “현재의 R&D 지원 방향은 유지 발전시키되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함양하고, 원천 기초연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특히 과학기술 정책 입안 시 정량적 평가는 되도록 피해야한다”라고 주장하며 “정량적 평가의 경우 논문이나 특허처럼 눈에 보이는 통계 숫자를 이용하면 편하기는 하지만, 실제적 가치를 놓치기 쉽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파괴적 혁신의 특징별 사례들

파괴적 혁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국 교수는 20세기 미국에서 탄생한 발명품들을 소개했다. 그는 “미국의 파괴적 혁신은 ‘기업가 정신’과 ‘국가 주도 연구’, 그리고 ‘대기업 주도 연구’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특징별 사례들을 제시했다.

▶ 기업가 정신의 대표 사례 = 슈퍼마켓 등장

과거에는 가게에서 식품을 살 때 오늘날의 약국에서처럼 일단 줄을 서서 원하는 물건을 이야기하면 점원이 그 물건을 찾아서 가져다주고 계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의 상점에 대한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 버린 사람이 바로 클라렌스 사운더스(Clarence Saunders)다.

그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인 셀프서비스 개념의 유통판매 방식을 고안했다. 즉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상점에 물건 진열대로 들어와서 물건을 고르고, 이를 계산해주는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이 호평을 받자 그는 체인점 형태의 슈퍼마켓 시스템을 특허로 인정받는 파괴적 혁신을 이루게 된다.

잭 킬비가 만든 최초의 집적회로 ⓒ TI.com
잭 킬비가 만든 최초의 집적회로 ⓒ TI.com

▶ 국가 주도 연구 대표 사례 = 원자력 탄생

물리학자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어 미래의 에너지로 이어진 원자력 탄생은 국가가 주도한 파괴적 혁신의 대표 사례다. 원자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핵 연쇄반응을 발견한 과학자는 헝가리 출신인 ‘레오 실라르드(Leo Szilard)’다.

핵 연쇄반응이란, 외부에서 온 중성자가 우라늄의 원자핵을 때려 최초의 핵분열과 함께 중성자와 원자핵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현상이다. 그는 미 정부와 함께 한 연구과정에서 우라늄 연쇄반응을 입증하여 인류 과학기술사의 획을 그은 원자탄 개발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 대기업 주도 연구 대표 사례 = 집적회로(IC) 개발

물리학에 대한 기초가 없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의 신입사원 ‘잭 킬비(Jack Kilby)’는 반도체 회로 개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선배들을 보며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한다. 회로의 와이어를 아예 없애버리는 파괴적 혁신을 생각한 것.

모두의 비웃음을 산 ‘무식하면 용감한 방법’이었지만, 그의 이런 생각 하나가 반도체를 눈부신 미래 산업의 총아로 만들었다. 이전의 반도체가 가지고 있던 복잡한 회로 기능을 설계부터 제조, 시험, 운용까지 각 단계에서 하나의 단위로 취급해 만든 것이 바로 집적회로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5-08-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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