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이 뭘까? 이 생소한 이름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자동차 시발택시로 많이 알려져 있다. 시발은 한자로 始發이다. 처음으로 국산을 만들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브랜드 이름을 시발로 했다.

자동차산업이 발전하면서 그 후 엄청나게 많은 이름들이 등장했다. 1955년 시발로 시작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지난 50년 동안 괄목한 성장을 이룩해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이 됐다.

현대는 광고의 시대다. 광고는 대중소비사회를 만드는데 일등 공신이다. 그래서 사회주의 옛 소련은 광고를 자본주의 마약(addiction)이라고 불렀다. 엄청난 쓰레기와 환경오염에 광고가 악역을 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광고는 신기술 개발을 촉진시키고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도 한다.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광고에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 이름이다. 브랜드의 명성과 주는 의미는 대단하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우리는 옷이 아니라 브랜드를 입고 있고,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먹는 것이고, 집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서 산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의식주 모든 문화에 광고라는 브랜드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그랜저 승용차에 타고 있는 ‘나’는 승용차에 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랜저’라는 브랜드에 타고 있다. 그래서 그랜저가 주는 의미처럼 ‘나’는 우아하고 대단하고 여유가 있다. 다이너스티에 타고 있는 ‘나’도 전통과 권위를 느끼고 왕족에 속해 있다는 우월감을 느낀다.

특허청에 따르면 자동차 관련 상표의 출원은 2006년 4월 현재 총 1만1천458건이다. 연도별로 보면 2002년 426건(전년대비 7.6% 증가), 2003년 521건(22.3% 증가), 2004년 875건(67.9% 증가), 그리고 2005년에는 1천195건(36.6% 증가)으로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호황과 무관하지 않다.

브랜드는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의 출원동향을 보면 현대자동차가 986건으로 전체의 24.2%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 대우자동차 944건(23.2%), 삼성자동차 891건(21.9%), 기아자동차 822건(20.2%), 쌍용자동차 234건(5.8%), 아시아자동차 179건(4.4%), 새한자동차 17건(0.4%) 순으로 상표출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자동차 관련 최초의 출원 상표는 ‘시발’로 1955년 10월12일 출원돼 최초의 국산자동차에 사용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독자모델 자동차인 ‘포니(PONY)’는 1975년 12월 자동차 생산 후 1976년 5월 출원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1980년 이전까지는 브랜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지 못해 외국업체가 출원한 상표를 쓰기도 했다. CORONA, CROWN, FIAT, GRAND 등이다. 1980년 이후에는 상표의 중요성을 감안해 신제품을 출시하기 1년 전쯤에 상표를 출원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의 차 이름에 사용된 외국어는 영어가 가장 많고 다음으로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순이다. 순수 우리말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뿔소의 순 우리말인 무소를 사용한 무쏘(MUSSO)가 있고 세계 각 곳을 누빈다는 의미의 누비라(NUBIRA) 등이 우리말을 사용한 브랜드다. 우리나라 자동차와 관련한 이름(상표)의 의미를 살펴본다.

이 자료를 제공한 특허청의 구영회 사무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러 가지로 도전받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중심 산업인 자동차 상표특허출원이 늘고 있다는 것은 장래가 촉망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이 자료가 국산 자동차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교육자료로도 사용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