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인공지능(AI)이 썼다는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가 25일 파람북 출판사에서 공식 출간됐다.
소설의 저자인 AI '비람풍'을 개발하고 비람풍의 창작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했다는 김태연(61) 씨는 이날 오후 마포구 서교동 한 북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AI 기반 소설 기획과 창작 과정을 2시간에 걸쳐 설명했다.
우리보다 AI 기술이 발전한 선진국에서도 AI가 쓴 장편 단행본은 흔치 않기 때문에 이처럼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AI를 지휘했다는 김 씨의 입에 많은 관심과 기대가 쏠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간담회에서 나온 김 씨의 설명은 이런 기대에 부응하진 못했다.
김 씨는 간담회에서 이 소설을 AI가 썼다는 구체적 증거나 관련 사실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대부분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불필요한 의구심을 자아냈다.
나아가 그는 AI 비람풍의 개발과 자연어 습득에 관여했다는 스타트업 '다품다'와 협력업체 '나매쓰'의 기초적 정보를 설명해달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예컨대 자신이 설립한 '다품다'의 직원 현황, '나매쓰'의 대표, 참여자 등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자연어 처리 스타트업이라는 '나매쓰'는 애초 발표했던 자료와는 달리 실제 이름이 아니라 가명이라고 뒤늦게 밝혔다.
이번 AI 창작에 어떤 기술을 썼는지는 기밀이라고 했고, AI 창작 '시연'을 해달라는 언론의 요청도 "시연 자체가 노하우이므로 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그는 기본적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면 이 소설을 AI가 썼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믿을 수 없다는 지적에 "내가 다 감수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김 씨는 이 AI 기반 소설의 창작 작업에 7년 정도가 걸렸고, AI 작가 '비람풍'에게 과거 자신이 썼던 소설을 포함해 약 1천 권의 자료를 입력했으며, 실리콘 밸리의 기술도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소설의 기본 구조와 플롯, 등장인물 등은 모두 김 씨가 설정한 것으로 사실상 '공동 창작'에 가깝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밖에 김 씨는 지난 1970년대에 5년간 원자폭탄 설계를 개인적으로 연구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앞서 파람북 출판사는 지난 20일 공식 자료를 통해 AI 스타트업 '다품다'가 '나매쓰'와 협업을 통해 개발한 AI 소설가 '비람풍'이 김태연 소설감독의 기획과 연출 아래 쓴 국내 최초 AI 기반 장편소설 '지금부터의 세계'를 출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1-08-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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