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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행만 객원기자
2005-03-27

“국내 기술벤처를 넘어서 글로벌 기업으로” 테크스피어 최환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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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IT산업 그리고 수많은 벤처기업의 탄생은 IT관련 학과 교수들에게 큰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학교수들 가운데 상당수가 상아탑을 과감하게 박차고 나와 직접 벤처기업을 차림으로써 사업가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대학교수들이 차린 벤처기업도 분명한 모험사업이다. 그들의 변신이 바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많은 교수사업가들이 실패의 쓴잔을 들어야 했다.


명지대에서 정보공학을 강의하던 최환수(43) 교수도 2000년도에 그 대열에 합류했다. 물론 그도 초창기에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초창기 벤처기업에 선 뜻 투자자금을 대주는 기관이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긴 기다림의 마침표를 2년전에 찍고 이제 성공한 벤처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다.


최 교수가 “초창기에 매우 힘들었지만 앞으로 글로벌기업으로 키우겠다”라고 밝힌 말에는 땀과 의지와 성공에 대한 열망이 묻어있다. 전도 유망한 대학교수를 휴직하고 사업가로 탈바꿈한 최 사장의 성공신화는 지금도 벤처사업가를 꿈꾸는 다른 학자들에게 실패와 성공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주기에 충분하다.


우연하게 얻은 아이디어가 행운 불러


방배동에 위치한 기술벤처기업 ‘테크스피어’가 있는 건물의 2층 현관 입구에 들어서면 하나의 작은 장치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방문자들은 누구나 여기에 손을 넣고 출입을 허가 받아야 한다. 교수 자리를 쉬면서까지 그가 매달린 일이 바로 ‘손혈관인식시스템(VPⅡ)’이라 불리는 이 장치의 개발이었다. 이 사업은 그의 꿈이자 삶의 목표가 된지 오래며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성공의 단초다.


21세기 정보화 시대에서 신기술은 개발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해졌다. 생체인식시스템이라는 보안기술은 그런 시대적 요구에 의해서 탄생했다. 지문인식시스템은 그중 가장 빨리 발전된 기술이다. 조물주의 위대한 능력 중에 하나가 수많은 인간들에게 저마다 한 가지 다른 특징을 부여한 것이 지문이며 이는 오늘날 생체인식시스템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계기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 최 사장이 벤처사업에 뛰어들던 시점에 지문인식시스템은 이미 외국에서 낡은 기술이 돼있었다. 따라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다면 벤처의 꿈은 허상에 그칠 것이 명약관화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시작한 연구가 미국의 ‘핸디RSI'라는 제품을 본 뜬 손의 형태 인식보안기술이다. 최 사장은 “지문처럼 사람마다 손의 형태도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당시의 연구동기를 밝혔다.


그런데 손의 형태를 연구하느라 매일 손을 들여다보던 최 사장은 손에 보이는 혈관 즉, 정맥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착안하게 된다. 그는 “전에 우연히 본 수상(手相)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최 사장은 “지문은 군인이나 노동자들처럼 손의 지문이 많이 닳은 사람들 것은 사용할 수 없고 손 형태도 손의 모양이 같은 쌍둥이들에게는 적용이 안 된다”고 말하고 “대신에 표피가 닳을 이유도 없고 지문처럼 사람마다 고유의 정보를 갖는 정맥은 생체인식기술에서 가장 유용한 신체영역이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테크스피어를 차린 후에 밤낮없이 이 정맥인식시스템의 개발에 매달렸다. 운도 따라서 마침 그 때 영국의 한 연구소에서 “혈관은 사람마다 고유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제품만 개발하면 그들의 성공은 따 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아


최 사장과 그의 명지대 제자들은 지난해 산업기술원에서 인정하는 NT 자격증을 따냈다. 무려 8년여의 긴 시간이 걸려서 얻은 권위 있는 국내 기관의 인정이었다. 시간이 왜 그렇게 오래 걸렸냐는 질문에 최 사장은 “정맥인식시스템은 우리가 개발한 원천기술이다”며 “그래서 개발 초에 아무런 외부의 참고자료가 없어서 손의 외형, 위치상태 등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사장이 겪은 어려움은 제품개발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보안기술인 생체인식시스템이 시장에서 팔려나가려면 사용자들의 신뢰를 얻는 일이 필수다. 따라서 제품이 개발되어도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야 하는 2차관문이 기다리고 있으며 그 과정 역시 연구개발못지 않게 험난하고 긴 여정이다. 더군다나 사용자들의 대부분이 보안기관, 군부대, 경찰서,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라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 사장은 “기술이 좋으면 투자를 받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서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역시 판로개척이다”며 초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그들은 국내보다 해외로 먼저 눈을 돌렸다. 최 사장은 “제품을 만들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우리 나라는 이런 물건을 소화할 수 있는 시장여건이 돼지 못했다”면서 “우리 제품이 3백만 원의 고가인 데다 사람들의 보안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마침 일본은 지문인식기술에서 정맥인식기술로 바뀌는 시점이라 최 사장은 자신의 정맥인식기술이 먹혀들 것으로 생각했고 다행히 맞아 떨어졌다. 그는 “현재 깐깐하기로 소문난 동경경시청에서도 테크스피어의 제품을 쓴다”고 은근히 자랑했다.


또 2년전부터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수많은 상도 받았다. 최 사장은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상장으로 2003년도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보안기술전시회에서 받은 대상 ‘멀라이언 어워즈(Merlion Award)’를 꼽았다. 최 사장은 “아시아 지역에서 이 상을 받으면 보안제품의 신뢰도는 더 이상 따지지 않는다”면서 “남동아시아 지역에서 VPⅡ의 약진에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국제표준화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최 사장은 “상품화할 수 있는 장치는 대학연구실보다 업체를 차리는 것이 낳다”는 벤처기업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지금의 테크스피아를 명지대 제자들과 같이 차렸다. 그와 직원들은 스승과 제자로 만나서 회사가 설립된 후에는 사장과 근로자의 관계로, 또 종업원지주제를 실시한 후에는 동등한 주주의 관계로 발전해왔다.


그는 “대학원에서 같이 연구를 하던 제자들이라 이 쪽 기술을 잘 알아서 함께 시작했다”며 “하지만 초창기에 어려움은 컸다”고 회고했다.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종자돈을 마련해야 했던 그가 직원들에게 초기에 넉넉한 월급을 지급할 수는 없었다. 그 자신도 제품 개발 초기에 대학교수의 명예도 잊은 채, 아는 사람들이나 전시회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영업을 뛰느라 발품을 파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는 “올해 반드시 코스닥 등록을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그 이유로 “그 동안 나를 믿고 따라온 직원들이 앞으로 잘 사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다”라고 밝혔다. 그것은 초창기에 어려울 때, 떠나지 않고 따라 준 제자겸 직원들에게 표시하는 고마움의 표시인 것이다.


그런 어려움을 딛고 선 지금은 해외에 대리점도 꽤 늘었고 국내 시장도 크게 활성화된 상태다. 2003년부터 국내 영업을 시작한 VPⅡ제품은 지금 관공서를 기점으로 국내에도 많이 보급돼있다. 마포구청, 안산시청, 군포시청 등 수도권에 위치한 지자체의 절반이 테크스피아의 제품을 쓰고 있다.


그렇게 보급이 된 데에는 VPⅡ제품의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이 한 몫했다. 국내 지자체가 이 제품을 쓰는 이유는 보안보다 초과근무 수당관리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지자체들은 아침에 일찍 출근하는 청소부 아줌마가 다른 부서의 직원들 카드를 일괄적으로 찍는 것을 방지하려고 우리 정맥인식시스템을 사용하게 됐다”면서 “우리 제품은 자기 자신이 아니면 절대로 인식이 안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국내에서도 경찰청, 국방부 전산센터, 대구에 있는 미8군 전산보안센터, 대덕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센터에 쓰일 정도다.


아시아지역을 석권한 최 사장의 테크스피아가 지향하는 다음 목표는 글로벌 시장 석권과 대기업에 맞설 수 있는 벤처기업으로서의 기술혁신이다. VPⅡ의 글로벌 파이오니어를 자처하는 최 사장은 현재 생체인식시스템의 국제표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독일의 생체인식기술과 관련된 국제인증단체인 ISO SC47에서 지난해 5월에 국제표준화안이 채택이 됐다”면서 “지금 내가 한국대표로서 그 표준화 안을 갈고 다듬는 워킹 드래프트작업을 하고 있으며 오는 2007년쯤 완전한 채택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예상대로 2007년에 표준화 안이 채택되면 정맥인식시스템 기술은 아시아권을 넘어서 세계적인 인증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 국내의 작은 기술벤처기업 테크스피어도 글로벌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오늘도 늦은 밤까지 연구에 매달리는 대학의 연구자들은 새벽에 기척 없이 어둠을 밝히는 아침햇살을 연구실의 창가에서 맞으며 벤처사업가로의 꿈을 꿀지 모른다. 그러나 과학기술계는 대학교수들의 벤처사업가 진출을 그다지 곱지 않게 바라보는 것이 사실이다. 열악한 연구환경에 따른 제품의 낮은 완성도, 그들만의 휴먼네트워킹에 따른 부작용 등이 그 이유다.


하지만 대학교수에서 벤처사업가로 변신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환수 사장에게 엿보이는 강한 의지력, 학자이외의 사업가로서의 자질,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한 엉뚱함(?) 등은 학자와 사업가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조행만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5-03-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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