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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30

국내외 과학관의 현황과 비교 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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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문화 과거의 과학관은 역사적으로 중요하거나 가치 있는 물건들을 전시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과학관은 과거의 유물을 전시하는 지루한 곳이 아니라 시민들이 과학을 체험하고 느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과학적 소양을 증진시키고 건전한 과학문화를 형성시키는 곳으로 그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외국 선진국의 경우 과학관의 이용이 생활화 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과학관의 규모와 운영 수준도 매우 뛰어나다.


외국의 많은 과학관 중에서 영국의 과학박물관, 프랑스의 라 빌레트 과학산업관, 독일의 뮌헨 과학관, 미국의 보스턴 과학박물관과 샌프란시스코의 익스플로레타리움,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과학관 등은 손꼽을 만하다. 이 박물관들은 역사, 규모, 전시물 등에서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끊임없이 전시물의 내용과 교육 프로그램을 바꾸면서 관람객과 상호작용하고 그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이들 과학관들은 과학의 권위적인 이미지보다는 최신의 과학기술 내용과 함께 풀어야 할 과학기술에 관련된 사회적 문제들을 다루며, 관람객이 흥미롭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만남의 장소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영국의 과학박물관은 연간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는 명성답게 부모님의 손을 잡아야 겨우 걸을 수 있는 유아부터 청소년, 중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관람객 층이 다양하다. 겉에서 보기엔 그리 화려하지도 웅장해 보이지도 않지만 실내에 들어서면 영국뿐 아니라 세계 과학기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듯한 각종 전시물과 시설들이 있으며, 과학과 관련된 토론회, 강연회, 교사와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과학교육 프로그램들이 연중 개최된다. 특히 2000년 7월에 새로이 문을 연 Welcome Wing관은 새천년을 맞아 기존 과학관에 연결해서 새로 지은 별관 형태의 과학관으로 특이한 인테리어, 색채, 조명 등 외관부터 신비감과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이곳의 전시물들을 통해 최신의 과학기술 분야와 이슈를 쉽게 알 수 있으며, 시민과 함께 과학기술에 대해 의사소통하고자 하는 영국 과학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Talking Point’는 최근 과학기술과 관련된 전시물들을 진열해 놓고 이와 관련하여 관람객들이 사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섹션이다. 최근 ‘Talking Point’섹션에 있던 전시물로는 ‘어느 심장을 사용할까?(Which heart?)’라는 이름의 전시물이 있다. 이 전시물은 심장병 환자들의 고통을 알리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인공 심장이나 유전적으로 조작된 돼지의 심장 이식을 제안하고 있다.


프랑스의 과학산업관은 라 빌레트 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라 빌레트 공원은 공원 내에 과학산업관, 대형 콘서트 극장, 음악관, 돔 모양의 극장, 잠수함, 예술작품 등을 갖춘 과학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원이며, 파리 시민들의 산책 장소이기도 하다. 그 중 과학산업관은 우주, 지구, 살아있는 세계, 통신, 산업 등의 5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과학기술 전시관으로서, 전시 외에 과학과 관련된 포럼이나 강좌, 토론회, 워크숍, 웹 사이트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중들과 의사소통한다.


최근 과학산업관에는 생명공학으로 인한 문제점과 인간의 정체성을 다루는 ‘인간과 유전자(Man and his genes)’라는 전시관이 개관되었다. 이 전시관을 돌아다니면서 방문객들은 생명과 유전자, 유전공학이라는 주제에 대해 탐험하게 되며, 전시관의 마지막 섹션에서는 생명공학과 관련된 사회문제에 대해 접하게 된다. 유전자 조작 실험에 관련된 토론에 참여하는 코너에서는 관람객들이 유전자 조작 실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써내도록 하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강의나 워크숍, 실험, 토론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는 시민들에게 과학기술과 관련된 사회·윤리적 문제들을 다룬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대하여 생명과학이나 의학의 발달에 따라 야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공개강좌를 열기도 하고, 건강문제, 약물중독, 암, 줄기세포, 의약품 등과 관련된 생물학자, 의사, 법률가, 철학자, 사회학자, 행정가, 지역 전문가들을 초대하여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과학산업관에 방문한 방문객들이 배심원이 되어 생물공학과 관련된 윤리적 사례들에 대해 전자 투표를 하는 기회도 있다.


과학산업관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곳은 어린이관이다. 취학 전 어린이들이 안전모를 쓰고 다양한 과학놀이와 실험을 하며 곤충을 관찰하고 기계를 조작하면서 과학과 기술에 대한 꿈을 키운다. 신기하고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 찬 어린이관을 여행하면서 어린이들은 과학자의 꿈을 키울 것이다.


미국의 보스턴 과학박물관은 전시와 함께 체험활동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1년 4월에는 과학관 내에 ‘Current Science & Technology Center’가 새로이 생겼다. 이 곳은 최근의 과학기술 연구와 발견 내용들을 관람객에게 소개하고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생명공학, 나노 기술, 의학, 우주 탐사 등 다양한 최신 과학기술 소식과 전시물이 주를 이룬다. 2년 전, 필자가 방문했을 때에는 한 코너에서 ‘The Clone Show’라는 연극을 상영하고 있었다. 이 연극에서는 “만약에 부모가 죽은 아이를 복제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신이라면 아이를 복제하겠습니까?”라고 관람객에게 질문을 하면서 관람객으로 하여금 생명공학의 발달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 밖에도 보스턴 과학관은 과학관에서 경험하고 학습한 것들이 학교에서 학습한 것과 연관되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취지에 따라 학생들과 함께 과학관을 방문하는 교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몇 가지 학습지 사례를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관 건립의 50여개의 과학관이 전국에 분포되어 있으나 이 중 전시와 교육, 연구 기능을 갖춘 종합과학관으로는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과 국립 서울과학관 두곳에 불과하다. 이들 두 과학관은 전시뿐만 아니라 특별기획전, 월별 다양한 과학 행사 및 교육, 학교 교육과의 연계, 홈페이지 구축 등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서울과학관의 경우 규모가 협소하며 시설 또한 노후되었고, 대전국립중앙과학관은 수도권과 타 지방에서의 근접성이 쉽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2006년 과천에 10만평 부지에 건평 1만 5천평, 전시면적 9천평의 국내 최대 규모의 국립과학관을 개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 과학관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과학관을 모토로 하고 있으며, 보고, 체험하고, 이해하는 차원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 관람객들이 느낄 수 있는 과학관을 지향한다. 또한 과학을 즐기면서 쉽게 이해하고, 과학과 인간, 자연, 환경이 함께 어우러진 과학문화 테마파크로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외국 과학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선진국에서는 과학관을 통해 시민들에게 최근 과학기술 내용을 소개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이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과학관의 이용과 그 역할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미비했었다. 지금부터라도 청소년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비젼을 갖게 하고, 시민들의 과학적 소양을 함양시켜 건전한 과학문화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과학관의 건설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2004-07-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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