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없는 포도’는 수입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외국산이 아닌 국산 씨 없는 포도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바로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개발한 포도 품종인 ‘홍주 씨들리스(Hongju seedless)’다.
씨 없는 포도의 원조는 건포도에 사용되는 품종
씨 없는 포도가 국내에 등장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2000년대 초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해외 포도 품종이 하나둘씩 수입되면서, 씨 없는 포도도 함께 선을 보인 것.
하지만 그 이전에도 씨 없는 포도는 국내 시장에 유통되면서 소비자들을 꾸준히 만나왔다. 다만 생과(生果) 형태로 유통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인데, 바로 사람들이 간식으로 즐겨 찾는 ‘건포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포도를 먹으면서도 씨가 씹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제조 과정에서 포도씨를 뺀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건포도는 원래부터 씨가 없는 포도 품종으로 만든다.
세계 건포도 생산의 절반 정도가 캘리포니아에주에서 나오는데, 이곳에서 쓰는 포도는 ‘톰슨 씨들리스(thompson seedless)’라는 이름의 청포도다. 씨 없는 포도인 만큼 생과로 많이 먹지만, 건포도 제조에도 많이 사용된다.
톰슨 씨들리스와 유사한 품종으로는 ‘크림슨 씨들리스(crimson seedless)’가 있다. 톰슨 씨들리스와는 달리 생과일 때부터 녹색이 아닌 적색을 띠고 있다. 색깔만 다를 뿐, 원산지가 칠레라는 공통점과 씨가 없다는 점 때문에 같은 품종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른 품종의 포도다.
외국산에 비해 모든 면에서 뛰어난 홍주 씨들리스
홍주 씨들리스는 외국산 품종을 개량하여 만든 국내 최초의 씨 없는 포도다. 지난 1996년 과실 품질이 좋은 이탈리아산 포도 품종을 모본(母本)으로 삼은 다음, 여기에 씨 없는 품종인 펄론(Perlon)을 부본(副本)으로 하여 교배한 끝에 탄생했다.
외국산 품종인 크림슨 씨들리스와 비교해 볼 때 당도는 18.3° 브릭스(Bx)로서 비슷하나, 0.62%에 달하는 산도 함량이 더 높은 편이어서 새콤달콤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일품이다.
여기에 포도알이 잘 떨어지지 않고 저장성도 좋아서, 시장 가격에 따라 출하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추위에 견디는 성질까지 외국산 품종에 비해 뛰어나서, 국내 기후와 지형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은 홍주 씨들리스 개발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의 허윤영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영양학적 특징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소개해 달라
대표적으로는 ‘에피카테킨(epicatechin)’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에피카테킨은 포도에 포함되어 있는 대표적인 폴리페놀 성분이다. 폴리페놀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기능성 물질이다. 우리 몸에 있는 유해한 활성산소를 해가 없는 물질로 바꿔주는 항산화물질 중 하나다.
- 언제쯤 유통되나?
홍주 씨들리스 묘목은 지난 해 봄부터 21개 묘목업체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앞으로 1년∼2년 후에는 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다만 경북 상주시에 위치한 농장은 조금 먼저 묘목을 제공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올 가을에 상주시에서 수확한 홍주 씨들리스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향후 계획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 달라
수확하기 시작하면 그동안 비싸게 수입했던 물량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된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9-07-04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