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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공채영 객원기자
2004-11-15

괴테의 색채론과 과학 갤러리 현대 장욱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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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마다 여기저기 낙엽이 흩어져 있는 것이 가을보다 겨울에 성큼 다가선 느낌이다.이렇게 쌀쌀한 날씨에 무엇을 하고 지내면 마음까지 따스해질까? 따뜻한 집에서 가족끼리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제격일까? 아니면 가슴까지 따뜻하게 해 주는 그림을 보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좋을까?

문화관광부가 서양화가 장욱진(1917-90)을 11월 '이달의 문화인물'로 선정한 것을 기념하여 갤러리 현대와 장욱진 미술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장욱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서양화가 장욱진은 신사실파(新寫實派) 동인으로, 한국인의 소박한 정서가 잘 드러난 동화, 전설, 이웃 등 전통적인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소재들을 단순하면서 현대적으로 표현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장욱진의 그림은 동화처럼 천진하면서 또한 사회의식이 명료하게 드러난다. 6. 25 전쟁시기인 1951년 장욱진이 그린 <자화상>은 그의 삶의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자화상>에 벼가 누렇게 익은 논밭을 지나 유유히 걷고 있는 콧수염 신사가 등장하는데, <자화상>의 그 어디에도 전쟁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처럼 그는 극단적인 평화스러움을 통하여 세상의 부조리, 삶의 각박함을 이겨내려는 자신의 창조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장욱진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의 천진하고 평화스러운 기운뿐만 아니라 하얀색 화폭을 가득 채운 색에 매료되기 쉽다. 그의 색은 일상의 편안함뿐만 아니라 색의 신비함을 느끼게 한다.

그럼 색채는 뉴턴(Newton, Isaac, 1642~1727)이 프리즘을 통과하여 광선의 굴절률에 의해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을 생성한 것처럼 그렇게 합리적인 것일까? 그리고 대문호 괴테는 왜 이에 반기를 들고 '색채론'을 주장했을까?

1777년 괴테(Goethe, Johann Wolfgang von, 1749~1832)는 하르츠의 산악지대에 있는 브로켄 산을 오르면서 눈 위에 깔린 그림자 색깔의 변화를 유심히 본 후, 1790년 1월 궁정 고문관 뷔트너(Buttner)한테 빌린 프리즘으로 실험을 하다가 '색채의 생성원리'에 강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는 당시의 지배적인 색채이론이었던 '뉴턴의 광학이론'을 반박할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를 괴테가 찾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괴테는 '뉴턴이론은 수학적이고 기계적이며 결정론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뉴턴의 광학이 채색된 현상들을 자유롭게 인식하는데 오히려 장애가 된다ꡑ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예술적 감수성과 실험을 바탕으로 뉴턴의 과학을 능가하는 새로운 색채론을 만들려는 커다란 야심을 내 보였다.

괴테는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1791-92년 <광학론> 두 권을, 1810년 3부로 구성된 자신의 대작인 <색채론>을 출판했다. <색채론>은 논쟁을 다룬 부분, 역사적 사건을 다룬 부분 그리고 교과서적 내용을 다룬 부분인 3부로 나뉜다. 마지막 3부는 교과서적 내용을 다룬 부분으로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괴테는 특히 생리학적으로 색을 다룬 1장과 심리적, 윤리적, 미학적 관점으로 색을 다룬 6장을 특별히 중요하게 여겼다.

<색채론>에서 괴테는 "차가운 색과 따뜻한 색이 대립적으로 생겨나는 양극적 현상을 보았다"고 적고 있다. 예를 들어 밝은 면이 어두운 면 쪽으로 다가가면 청색 띠(Saum)와 청자색의 테두리(Rand)가 생겨나고, 반대로 어두운 면이 밝은 면 쪽으로 다가가면 주홍색 테두리와 황색의 띠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괴테는 "색채는 밝음과 어둠의 만남이고, 모든 색채는 그 경계선(Grenze) 상에서 만들어진다"를 발견했는데, 이는 당시 화가들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던 내용이었다. 이에 반해 뉴턴은 광학이론에서 "백색광은 빨강, 노랑, 파랑 등의 색광(色光)으로 혼합되어 있으며, 이 백색광을 프리즘에 통과하면 빛의 굴절률의 차이에 따라 색채스펙트럼이 생성되고, 각각의 스펙트럼은 평면의 가운데 부분에서 서로 겹쳐 흰색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 외 괴테는 <색채론>에서 프리즘을 천천히 움직이면서 들여다보면, 황색은 주황색을 거쳐 적색으로 상승한다(짙어지는 대신에 어두워진다)는 상승의 원리, 그리고 앞서 말한 양극의 원리와 상승의 원리가 조합하여 생성된 색들이 대립과 조화를 이루면서 색채환의 원주상에서 일목요연하게 나타난다는 총체성의 원리를 주장했다.

괴테는 색들의 특성을 구별하면서 빨강은 정열과 흥분, 파랑은 수축과 차분함 등 색들에 상징적이고 신비적 의미를 부여하여 색이 감각적이고 도덕적이며 미학적인 목적에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지각에 바탕을 둔 괴테의 색채론은 당시의 자연철학의 특징인 '우주에 대한 이원론적 개념'과 일치한 면을 보였다.

이처럼 괴테는 '정신과 육체, 영혼과 육체, 신과 인간 사이의 분리를 내포한 자연의 기계론적 개념'을 거부하고, "색채는 밝음과 어둠의 양극적 대립 현상이고, 인간의 감각과 연관되었다"고 인정했던 반면, 뉴턴은 "색채는 관찰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객관적 대상으로 단색(單色) 광선들의 결합 유무와 그 정도에 따라 생성된다"고 여겼다.

괴테는 대문호로 인정받기보다 색깔의 본질을 이해한 유일한 사람으로 평가받기를 원한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수학적인 체계를 갖추지 못한 괴테의 <색채론>은 일부 화가와 생리학자의 주목을 받았을 뿐 주류 물리학들한테 완전히 외면당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산업사회의 모순이 극대화되고, 기계화에 따른 도구적 합리주의 이론이 퍼지면서, 문명의 파괴가 시작되었다. 이 때 괴테의 색채론은 일부 물리학자들을 비롯한 연구자들에 의해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괴테는 그의 색채론을 통하여 데카르트, 갈릴레이 그리고 뉴턴에서 출발한 자연과학의 기계론적이고 환원주의적 사고 방식과 완전히 다르게,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생태론적 직관주의의 태도를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색채의 신비함과 함께 황토애를 느낄 수 있는 이번 장욱진 전시회는 서울 종로구의 갤러리 현대에 유화 20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데, 출품된 유화들은 1970-80년대 작품인 '모기장' '가족도' '가로수' '소와 돼지' '밤과 노인' 등이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장욱진의 고택을 꾸며 만든 경기도 용인시 장욱진 미술문화재단은 서양화의 현대적 표현방식을 독특하게 차용하여 종이에 수묵으로 그린 먹그림 2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쌀쌀한 겨울 날씨 대신 따스한 기운이 느껴지는 전시회를 통해 마음으로 느껴지는 그림 속의 색뿐만 아니라 과학으로 설명되는 그림 속의 색을 생각해 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전 시 회 : 장욱진전

전시기간 : 11월 2일 - 11월 21일

전시장소 : 서울 종로구 소재 갤러리 현대, 신갈 고택.

관람시간 : 평일 - 오전 10시~오후 6시,

일요일, 공휴일 - 오전 10시~오후 5시,

월요일 휴관

사 이 트 : 갤러리 현대 http://www.galleryhyundai.com

입장요금 : 무료

교통안내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5호선 광화문역 하차

관람문의 : 대표전화 (02) 734-6111~3

공채영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4-11-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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