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이 강조되고 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 에너지를 발굴하는 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물 산화를 통해 산소를 방출하는 시스템은 친환경적이면서도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개발인 산소 활성화 촉매 및 물 산화 촉매에 이용 가능해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물 산화를 통해 산소를 방출하는 시스템을 이용한 촉매 및 광 에너지 이용 촉매를 개발할 경우 대체에너지로서 효과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현재까지 밝혀진 성과는 매우 미미하다. 촉매를 통한 공기 중 산소를 활성화시키는 방법 혹은 그에 대한 메커니즘은 오래 전부터 연구돼 왔지만 물을 산화시켜 산소 분자를 생성할 때 형성되는 '산소-산소' 결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초보단계인 것이다.
광합성 효소의 화학반응 규명
물 산화 촉매제의 회전수(turnover number)를 아는 것은 촉매제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현재는 그 회전수가 극히 낮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것 역시 정확한 회전수라고 하기에는 아직 학문적 단계에 머물고 있다. 더불어 이를 알아내는 것 역시 전 세계적으로 시작단계여서 수치 비교가 어렵고 기술격차 역시 미비한 상태다.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를 국내에서 먼저 진행한다면 앞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연구진의 주도로 진행된 연구에서 광합성 효소가 산소를 생성할 때 관여하는 칼슘의 역할이 밝혀져 주목을 받고 있다. 남원우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교수와 방수희 석사과정 연구원, 이용민 박사와 오사카대 후쿠주미 교수가 공동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 광합성 효소의 화학반응를 규명한 것이다. 해당 연구 결과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화학분야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칼슘은 우리가 잘 알다시피 동물의 뼈와 이의 주성분으로 산소 및 염소와 잘 화합하는 물질이다. 칼슘 이온은 생체반응의 조절에 관여하는데, 그동안 식물의 광합성 과정에서 산소를 만드는 광합성 효소의 활성화자리에 칼슘이 존재하지만, 그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 활성화자리란 효소에서 실제 반응물질에 의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부위를 일컫는다.
"현재 지구 대기 중에는 산소가 있죠. 하지만 20억 년 전에는 없었습니다. 산소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물의 산화반응이 점차적으로 생겨나면서 부터였죠. 식물이 나타나면서 지구 밖으로 산소가 나타나기 시작한 거예요. 물의 산화반응을 통해 산소가 방출돼 지금의 대기상태가 됐습니다. 물 산화반응을 일으키는 반응자리를 보면 망간으로 돼 있는 걸 알 수 있어요. 물의 산화반응이 일어날 때 망간에 의해 칼슘 이온이 존재하죠. 하나의 이온, 이것의 역할에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광합성 현상에 대한 메커니즘은 100년 전에도 이미 알았지만, 물 산화반응에서 산소 분자가 형성된 후 배출되는 메커니즘은 어떻게 이렇게 일어나는지 몰랐던 거죠."
이러한 물 산화반응의 메커니즘 규명이 중요한 이유는, 산소 분자가 배출되는 원리를 알게 될 경우 이 때 나오는 에너지를 이해함으로써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맞닥뜨린 에너지 문제 해결에 열쇠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칼슘은 '산소-산소' 결합을 추구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전해져 왔어요. 여기에 덧붙여 저희 논문은 '산소-산소' 결합을 통해 산소분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칼슘 이온이 사용되는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아연 등의 다른 물질도 많은데, 왜 굳이 칼슘 이온을 사용했는지를 밝힌 거죠. 효소는 매우 똑똑하고 영악합니다. 화학반응을 잘 알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하필 칼슘 이온이었을까요."
남원우 교수팀은 광합성 효소의 활성화 자리를 모방한 인공 효소를 합성하고, 이 효소에 루이스 산도가 약한 칼슘 이온을 이용해 산소 방출이 원활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루이스 산도란 유기 화합물의 반응을 돕는 산촉매로 흔히 사용되는 루이스 산(Lewis Acid)의 세기를 의미한다. 루이스 산에는 수소 양이온이나 코발트 등 금속이온, 비공유전자쌍이 있는 화합물 등이 대표적이다.
실험 결과 실제 광합성 효소의 중간체에 산도가 낮은 칼슘을 결합시킨 경우 중간체가 산화되면서 산소가 나왔지만, 산도가 높은 아연 등을 결합시킨 경우에는 산소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중간체란 화학반응의 중간단계에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불안정한 분자를 말한다. 중간체 구조를 규명할 경우 여러 단계로 구성된 화학반응을 이해할 수 있다.
인공 광합성 시스템 개발 토대 可
이러한 연구성과는 향후 새로운 인공광합성 시스템의 개발의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남원우 교수는 "우리팀은 기초과학을 하는 사람들"이라며 "기초과학이 금세 경제적 문제로 풀리지는 않는다. 생산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현상의 이유를 알게 된다면 거기에 맞춰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에 있어 아직 우리나라는 외국에 견주었을 때 초보적인 단계입니다. 미국은 매우 상당한 투자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죠. 중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리딩(leading) 사이언티스트는 미국에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 등에도 상당히 많은 연구진들이 포진돼 있는 상태죠.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미비한 실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을 중요합니다. 결국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연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연구는 단순히 원리를 규명하는 것 외에 대체물질의 해결책으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같은 광합성 효소의 기능을 모방한 산소발생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될 뿐 아니라, 연구결과를 발전시켜 물을 산화시켜 산소나 과산화수소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친환경 대체 에너지나 촉매의 개발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실험은 에너지 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테마의 연구입니다. 이것은 전 세계 과학자들이 인정하는 사실이에요. 저희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연구를 시작한 것이죠. 저희 연구팀은 지금까지 산소 활성, 산소결합에 대한 내용을 주로 연구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칼슘의 존재에 대해서는 매일 이야기를 해요. 도대체 이 칼슘이 왜 존재하냐는 거죠. 연구를 통해 그 메커니즘을 밝히게 돼 참으로 뜻 깊다고 생각합니다."
메커니즘은 밝혔지만 앞으로 더 나은 연구를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지원이 더욱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이야기다.
"앞으로의 노벨상은 이 분야에서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많습니다. 광합성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산소 생성원리를 규명할 경우 전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 예상하는 거죠. 현재 광합성 반응에서 물의 산화반응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합니다. 하지만 기초과학 차원에서 '산소-산소' 결합 메커니즘이 규명되고 실용화될 수 있는 촉매가 개발될 경우 획기적인 과학적 발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아가 이 분야를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4-09-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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