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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8

관우에게도 마취제가 필요했다 최승일 강원사대부고 과학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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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서 손톱, 발톱, 이빨, 털을 제외하고 바늘로 찔러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부위가 있는가? 우리 몸의 감각점 중에는 통점이 가장 많다. 감각 신경의 끝이 통점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통점이 없거나 적어서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면, 유리하겠는가 불리하겠는가? 한센병에 걸리면 신경이 손상되어 거의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손끝과 발끝에 상처가 생겼을 때에 치료를 하지 않게 되어, 손끝과 발끝이 썩어서 떨어져 나가게 된다. 통점은 일종의 경보 장치이고, 통증은 일종의 경보 신호인 것이다.

환자의 근육이 긴장되거나 반사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또한 환자의 의식을 상실시켜서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약물을 마취제라고 한다. 마취제에는 중추신경계(뇌, 척수)의 작용을 억제시켜 의식이 없게 하는 전신마취제와 의식과 관계없이 신체의 말초신경(운동신경, 감각신경) 만을 마취하는 국소마취제가 있다.

마취제가 사용되기 이전에는 대마초나 아편과 같은 마약이나 럼과 브랜드 같은 술로 환자를 취하게 하거나 혼수 상태에 빠뜨려서 수술을 하곤 하였다. 그러나 의식을 완전히 잃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통증으로 인한 쇼크로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삼국지(三國志)에서 관우의 팔에 있는 독을 제거하기 위해 팔의 뼈를 갉아 낸 수술은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고 이루어진 것이며, 오로지 관우의 참을성에만 의존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는 소설에만 나오는 특수한 예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산화질소는 일산화이질소 또는 산화이질소라고도 하며, 화학식은 N2O이다. 아산화질소를 흡입하면 얼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 마치 웃는 것처럼 보여 소기(笑氣:laughing gas)라고도 한다. 또, 마취성이 있어서 간단한 외과수술시 전신마취에 사용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치과의사인 웰즈(1815~1848)가 아산화질소를 환자에게 맡게 한 후 이를 뽑은 것이 최초의 마취이다. 그러나 때로는 환자에게 마시게 한 가스의 양이 너무 적어서 통증으로 비명을 지르는 일이 종종 발생하였다. 또한 아산화질소는 독성과 자극성이 약하여 안전할지라도, 높은 농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산소결핍증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1846년에 아산화질소를 사용하여 마취를 하는 웰즈의 영향을 받은 치과의사 모턴(1819~1868)은 아산화질소 대신에 에테르를 환자에게 맡게 한 후 통증 없이 이를 뽑을 수 있었다. 이후 에테르는 치과에서뿐만 아니라 외과에서 팔다리를 자르는 대수술을 할 때에도 사용하게 되었다. 에테르의 화학식은 CH3CH2OCH2CH3이고, 에틸에테르라고도 하며, 중추신경에 대하여 억제작용을 한다.

1847년에 영국의 심프슨(1811~1870)은 분만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하여 에테르 사용을 검토하다가 에테르는 구토와 불쾌감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클로로포름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에 심프슨은 동료 의사의 딸인 산모에게 클로로포름을 사용하여 통증 없이 분만을 유도하였으며, 이때 태어난 아기에게 ‘애니스티아(마취)’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후 1853년에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도 클로로포름 마취로 통증 없이 레오폴드 왕자를 분만하였다. 클로로포름의 화학식은 CHCl3이고, 흡입 전신마취제이며, 또한 피부를 자극하고, 국소를 마비시키는 작용을 한다. 에테르에 비해서 1/3 정도의 양으로 마취가 빨리 오고, 수술 후의 구토도 적다. 그러나 심장, 신장, 간 등에 장애를 주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오늘날에는 여러 종류의 효과 높은 마취제가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마취를 전문으로 다루는 임상 의학의 한 분과를 마취과라고 한다. 마취과 의사는 수술을 위한 마취 관리, 중환자관리, 통증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이다. 종합병원마다 설치되어 있는 ‘통증클리닉센터’는 마취과 의사가 근무하는 부서이다.

또한 마취과 의사는 수술 환자의 생명활동에 관한 모든 사항을 책임지는 중요한 일을 한다. 즉 수술 환자에게 산소가 적절하게 공급되는지, 출혈이 많지 않고 적절한 양의 혈액이 유지되는지, 혈압은 적절히 유지되는지, 심장은 정상적으로 뛰는지,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요건은 없는지 등 환자의 상태를 계속 주시하며 대처하는 일을 수행한다.

저작권자 2004-02-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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