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커뮤니케이션: 코로나팬더믹이 주는 4가지 교훈

[기고] 코로나팬더믹이 주는 4가지 교훈

2022.09.21 09:00 조숙경

조숙경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

“런던 브릿지가 무너졌다(London bridge is down).”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영국 정부의 암호(code)가 현실이 되었다. 영국 국민뿐 아니라 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온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세상을 떠났다. 전 세계 언론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녀를 평가하거나 기억하면서 애도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녀가 안장될 웨스터민스터 사원을 가기 위해 수백만의 인파가 템즈강변에 길게 줄을 서며 밤을 지새우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여왕과 개인적인 작별 인사를 하고 싶다는 이유에서 20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새로운 친구가 되었다. 엘리자베스 2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찰스 3세와 그의 아들 윌리엄 왕자는 순서를 기다리는 수 많은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잔잔한 애도의 역사적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이 코로나 팬더믹의 시기인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 주 세계보건기구(WHO)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그동안 지속된 코로나 팬더믹의 끝이 보인다는 희망스런 발표를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회 모든 분야가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개개인이 함께 싸워나가야 할“ 대상이라며 말했던 그가 이제 코로나 종식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날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당시 국내외의 거의 모든 언론과 방송은 ”우리는 다시는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기사들을 쏟아냈고, <사피언스>의 저자로 세계적 명성을 쌓고 있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역시 파이낸셜 타임즈지를 통해 비슷한 예측을 내놓았다. 그도 역시 ”코로나 광풍은 지나갈 것이고 인류는 생존할 것이지만,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대로 정말 광풍은 사라지고 있고, 우리 인류는 살아남았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 유발 하라리가 말한 대로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게 된 것인가? 대답은 보는 관점에 따라 그렇다일 수도 혹은 그렇지 않다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로 오고 가던 출입문을 폐쇄하고, 사소해 보였던 일상조차 멈출 수 밖에 없었던 초유의 시련을 견뎌내면서 우리는 집단적으로 무엇인가를 배우고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우리는 그 배움과 깨달음을 통해 분명 다른 세계에 살게 되었다. 그렇다면 전 세계 인구 6백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우리의 일상을 마비시켰던 코로나 팬더믹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었는가?

 

첫번째 교훈은 과학기술과 관련된 지식과 정보가 이제는 교양을 넘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것을 전 세계가 절실하게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코로나 팬더믹이라는 위기는 국제 사회가 공조하며 재빠르게 백신을 개발해낸 것과 동시에 바이러스의 특성을 이해하게 된 개개인이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생활 속 실천을 적극적으로 해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관련 이슈에 대한 정확하고 재빠른 지식과 정보가 제공되는 과학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민들의 생활 실천이 안내되었기 때문이다. 건강과 의약, 식품과 안전, 기후와 환경 등의 모든 이슈는 과학 관련 이슈이며, 관련된 지식과 정보가 삶을 지속시키는 필수요소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두 번째로는 소셜 미디어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하고 공식적인 채널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에만 해도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정보는 편향적일 뿐만 아니라 잘못되었다는 의견이 많았고 따라서 정부나 관련 기관들은 전통적인 미디어 매체를 더 선호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더믹의 경우에는 국제기구나 각국 정부 부처가 소셜미디어를 소통 채널로 적극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쌍방향 소통의 기회가 확대되었다. 물론 이것이 가능할 수 있게 된 데는 최근 ICT 기술이 훨씬 정교하게 발전했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증한 것도 있지만, 정부와 공신력있는 국제기구가 이제 인터넷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소셜리스닝(social listening)’의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과학커뮤니케이션이 효과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자, 의료인 등과 같은 전문가 그룹이 대중과 소통할 때의 관계 설정이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백신 거부자들의 사례연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대중은 정보가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충분히 설득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과학자들은 과학자들끼리의 방식이 아닌 보다 사려 깊고 상황을 앞서서 리드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며, 정보제공을 받는 사람들과의 충분한 공감(empathy)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로는 정보의 품질 및 신뢰성 제고와 관련하여 사이언스미디어센터(Science Media Center)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유투브와 같은 1인 미디어가 활성화되고 또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가 재빠르게 확산되는 요즘 우리사회는 이전에는 없었던 심각한 사회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잘못된 정보를 믿고 따름으로 인해 여러 형태의 피해자들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들이 댓글로 인한 사이버 테러를 경험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때로는 근거 없는 음모론과 이기적인 정치인들의 주장이 사이비 과학으로 포장되어 대중을 현혹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는 것이 무엇이 정확한 정보이고 아닌 정보인지를 구별해주는 기능이다. 가짜뉴스를 정확한 뉴스와 구별해주는 기능이 정말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영국의 사이언스미디어센터 처럼 전문 과학자들의 견해와 정보를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기자들에게 정확하고 빠르게 전달하는 역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급하게 요구되는 기능이다.

 

작년 3M이 자체 조사한 <과학 현황 지수(State of Science Index)>에 따르면 사람들은 코로나팬더믹을 겪으면서 과학에 대한 신뢰감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5%가 과학이 코로나 시대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하는데, 정말로 과학을 통해 우리는 코로나 팬더믹의 끝자락에 와있다. 백신개발이라는 과학연구와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을 이해하게 도와준 과학커뮤니케이션 때문이었다.

역대급 태풍이 일본열도를 강타하고, 지진으로 대만이 흔들리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유례없는 홍수가 발생했고, 프랑스는 가뭄으로 고생하고 있다. 전 세계인들의 생존을 좌지우지하는 글로벌 재난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우리가 코로나팬더믹의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 닥칠 여러 가지 재난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는 코로나팬더믹이 우리에게 준 4가지 교훈을 잘 새기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조숙경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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