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흥미가 있고 깊이 들어갈수록 더 재미있는 분야입니다. 여러분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은 훌륭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영어를 잘해야 최신 연구의 흐름을 알 수 있고 자신의 결과를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과학기술인이 청소년을 직접 만나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고민 상담까지 해준다. 이런 꿈 같은 일이 국립중앙과학관과 국립서울과학관 명사의 방에서는 매주 2번씩 펼쳐지고 있다.
26일 대전에 위치한 국립중앙과학관(관장 조청원) 명사의 방에서는 박긍식 한국과학문화연구원장과 대전 목양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마주 앉았다.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벨기에 겐트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박긍식 원장은 울산공대 교수, 표준연구소 소장, 과학기술처 장관, 한국원자력연구소 이사장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과학기술명사다.
박 원장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는 목양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외국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덴마크의 학생들은 수학은 불어로, 역사는 영어로, 과학은 독어로 배우기 때문에 덴마크어는 물론 외국어에 상당히 능숙하다"며 "세계 무대로 나가고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어를 실력을 발휘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정의한 박 원장은 영어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해줬다. 그는 "자신도 원래 영어를 잘 못했지만 계속 듣기 위해 노력한 결과 귀가 열리면서 말도 잘 할 수 있게 됐다"며 "우선 듣고, 그 다음은 말하며, 마지막으로 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억지로 공부하지 말고 자신이 관심 있는 영화나 만화를 반복해 보면서 재미있게 공부해야 한다는 것.
이 방법은 그의 자녀교육에서도 성공했다고 한다. 박 원장은 "공부를 가장 못하던 막내딸에게는 친구들과 동아리를 구성하게 해 앞의 방식대로 영어를 공부하게 했다"며 "그 결과 현재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소개했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이와 같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박 원장은 청소년에게 거는 기대와 앞으로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이야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불과 4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은 방글라데시로부터 원조를 받을 정도로 못사는 나라"였다며 "과학기술 덕분에 우리나라가 현재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은 물론 우리를 뒤따라오는 나라들과는 경쟁해야 하는 중대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며 "바로 청소년 여러분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는 엄청난 경제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설명이었다.
강연이 끝나자 학생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목양초등학교 곽준호 군이 과학자로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성품을 묻자 박 원장은 "머리가 좋은 사람도 꾸준히 하는 사람에게 결국 따라 잡힌다"며 꾸준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임재현 군이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수학을 잘해야 되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수학은 잘 못해도 영어를 잘하면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다"며 "수학보다 영어가 오히려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영어를 못하면 벙어리와 같은 상태가 돼 실력을 보일 기회를 얻기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한편 강휘성 군이 우리나라 과학 수준에 대해 묻자 박 원장은 "아직까지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연구 수준은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리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여러분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하면서 박 원장은 청소년들과의 즐거운 만남을 끝마쳤다.
-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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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6-10-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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