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타가 간다] 2022 사이언스 얼라이브, 공감하는 과학용어 만들기 위한 전략 모색
“1959년 영국의 과학자 겸 소설가인 찰스 퍼시 스노우(C. P. Snow)가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두터운 칸막이를 ‘두 문화’라는 용어로 지적한 지 6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과학용어를 생산하는 과학자와 과학을 소비하는 시민들 사이의 두 문화는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 12월 20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공감하는 과학용어 만들기’를 주제로 ‘2022 사이언스 얼라이브’ 행사가 열렸다. ⓒ동아사이언스
‘공감하는 과학용어 만들기’를 주제로 20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2 사이언스 얼라이브’에서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동아사이언스가 주관하는 사이언스 얼라이브는 과학문화 활성화를 위한 행사로 올해로 3회 차를 맞았다. 2019년에는 ‘과학자의 언어, 대중의 언어’를 주제로, 2021년에는 ‘감염병 시대, 행동하는 과학 소통하는 과학’을 주제로 열렸다. 올해 행사는 기초과학연구원(IBS)과 KIST 주관, 한국과학창의재단 후원으로 열렸다.
하성도 IBS 부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과학문화 전문가들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더 나은 소통을 위해서는 혁신의 주체인 연구자들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관련 기사 바로 가기 – “과학문화 성장 위해서는 연구자의 참여가 필수”)”며 “지식의 진보와 가치를 사회와 공유하고자 한 단어, 한 문장을 고민하는 과학자들과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에게 오늘 행사가 서로의 고민과 노하우를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조영욱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는 대한의사협회의 의학용어 개정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과학용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사이언스 얼라이브 유튜브 중계 캡처
조영욱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경희대의대 교수)는 키노트연설을 통해 의학용어 개정 과정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용어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어려운 한자식 의학용어를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개정하는 노력을 40여 년 전부터 기울여왔다. 1977년 제1집을 발간한 이후, 현재까지 총 6권의 의학용어집이 개정‧발간됐다. 가령, 구순염을 입술염, 안검을 눈꺼풀, 소양증을 가려움으로 바꾸는 식이다. 의료인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을 누구라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순화하는 작업이다.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2001년 발행한 제4판에서는 순우리말 용어를 최대로 쓰자는 방향성을 잡고, 파격적인 변화를 줬다. 그런데 현장에서 거센 반발이 나왔다. 현장 의료진이 개정된 순우리말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후 대한의사협회는 ‘권장용어’의 개념을 도입했다. 예컨대, Kidney의 경우 신장(권장용어)과 콩팥이라는 두 가지 용어로 모두 제시했다. 사용을 권장하는 용어를 앞에 둬 점차 권장용어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조 이사는 “아무리 좋은 의도로 순우리말로 개정한다고 해도, 현직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배운 경험”이라며 “원어 용어를 1개의 순우리말 용어로 대체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 이해도와 활용도는 모두 낮은 수준
▲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은 과학용어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사이언스 얼라이브 유튜브 중계 캡처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은 ‘국민들이 과학용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를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동아사이언스는 2020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2년 반 동안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제휴된 언론사 29개의 모든 기사를 수집하고, 사용된 단어 25만 4,459개를 수집했다. 이 중 1,500회 이상 사용된 과학‧의료‧기술 및 기타 분야 용어 110개를 선정하고, 이들 용어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110개 용어에 대한 국민의 평균 이해도는 57.2점, 활용도는 45.9점으로 나타났다.
김 팀장은 “지구온난화, 백신과 같은 일상에서 많이 활용하는 용어의 이해도가 높게 나타났으며, 의료‧기술 분야에 비해 과학 분야 용어의 활용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세션에서 이동환 대한화학회 화학술어위원회 위원장은 “과학기술이 발달하며 새로운 전문용어가 계속 대중에게 알려지지만, 생소한 개념을 쉽고 간결한 용어로 풀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화학회는 1952년 ‘화학술어 제정 사업’을 시작하며 화학 분야 전문용어를 쉬운 용어로 바꾸는 대규모 작업을 진행해왔다.
모든 전문 용어를 다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문헌에 보고된 화학 물질은 약 2억 개, 돈 주고 살 수 있는 분자는 2.3억 개에 이른다. 이에 대한화학회는 자주 쓰이면서 중요한 2,026개 용어를 풀이한 <화학 백과>부터 구성하고 독일‧일본식 용어 표기를 미국식으로 바꿨다. 저마늄(게르마늄), 아이오딘(요오드), 메테인(메탄) 등이 표준용어로 제시됐지만, 일상 속에서 쉽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과서에서 배운 과학용어로 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는 ‘과학용어 테스트’도 등장했다.
▲ 과학용어 개정 과정에서 사용하는 과학용어를 통해 ‘세대 차이’를 가늠해보는 과학용어 테스트도 등장했다. ⓒ서울시교육청
이 위원장은 “과학 교과서에서 대한화학회의 권고에 따라 나트륨은 소듐으로 표기를 변경했다가 현재는 두 표기를 병기하는 방향으로 다시 바뀌었다”며 “‘용어를 왜 바꿔야 하는가, 왜 독일이나 일본이 아닌 미국식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도입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과학용어에 있어 과학자와 시민의 공감대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끼리도 용어로 인해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한상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은 “양자 분야는 원천 기술에 머물러 있다가 최근 들어 산업 기술로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기”라며 “기존 양자를 연구하던 물리학자들은 물론, 기초지식을 응용하려는 여러 분야 연구자들도 연구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언어가 달라 협업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임화섭 KIST 인공지능연구단장 역시 “과학 분야는 연구자가 몇 개월만 논문을 안 읽어도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발전한다”고 덧붙였다.
연구 현장의 전문가들은 시민과의 소통 과정에서는 용어로 인해 더 큰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언론 보도, 시민 설명회 등에서 자신이 진행하는 연구를 설명할 때 말과 글로만 연구를 표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이어 사진이나 동영상 등 충분한 시각자료의 활용, 대중문화와의 접점을 만드는 것 등 과학 현장이나 개념에 대한 시민의 충분한 이해를 위해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과학자들이 연구현장에서 보는 과학용어’를 주제로 열린 오픈토크에서 소중호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 연구단 책임기술원은 IBS가 구축한 지하 1,000m 깊이의 지하실험시설인 ‘예미랩’의 사진을 보여주며 과학용어의 공감을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이언스타임즈 권예슬
한 단장은 “연구자들 간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확성’과 ‘엄밀성’인 반면, 과학자와 대중의 소통 과정에서는 과학용어를 이해하기 쉬운 말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자들이 엄밀함은 조금 내려놓고, 시민의 수준에서 설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874)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 울산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전파진흥협회 ‘비면허 주파수 활용 해상통신 서비스 실증’ 공모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이 주관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31일 밝혔다. 해양 기자재 판로개척을 위한 이 사업은 울산의 전기추진체계 지능형 선박인 울산태화호를 활용한다. 해상에서는 광대역 해상통신 서비스를 실증하고 선박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지능형 안전 서비스 실증을 하게 된다. 4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되며 세부 과제별 주관기관인
/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기업 참여를 늘리고자 규모와 위험이 큰 초기 기초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 연구개발비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48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23년도 국가연구개발 행정제도 개선 기본지침’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기본지침은 국가연구개발 제도개선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기준 역할을 한다. 지침에는 양자 등 새로운
/ 허위·불성실 정보보호 공시를 당국이 검증하거나 수정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정보보호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정보보호 공시제는 기업 등이 정보보호에 투자하는 비용과 인력 등 현황을 공개하는 제도로 의무 공시가 도입된 지난해 이행률은 99.5%였다. 개정안 통과로 정보보호 공시 내용을 검증하고 공시 내용이 사실과 다른
/ 2030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벚꽃놀이 장소는 서울숲, 도산공원, 뚝섬유원지로 파악됐다. SK텔레콤은 AI(인공지능)가 전처리한 모바일 데이터를 학습해 통계화한 유동 인구를 측정·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SKT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지오비전퍼즐’을 기반으로, 지난해 벚꽃 시즌(2022년 4월 9~17일) 서울과 수도권내 관광명소 방문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벚꽃 시즌
/ “드론을 활용하면 80만평이나 되는 공사 현장도 한눈에 볼 수 있고, 촬영 영상을 3차원 입체 도면으로 만들면 정확한 공정관리도 가능합니다.” 지난 29일 오전 7시 40분 부산도시공사 4층 강당에서 드론 전문가인 송근목 씨엘파트너 대표가 ‘건설 현장의 드론 활용 방안과 드론관제시스템’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부산도시공사의 스마트기술 학습모임(스마트 BOOK 모닝) 회원인 임직원 30여
/ 이산화탄소로부터 바이오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술의 효율을 국내 연구진이 20배로 높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화학공학과 이현주 교수와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높은 효율로 이산화탄소로부터 바이오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과 미생물 기반 바이오 전환을 연계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전기화학 전환반응이 일어나는 전해조에서 이산화탄소가 탄소 1개로 이뤄진 포름산으로
/ 통신사, 방송사 등 기간통신사업자에 한정됐던 정부의 재난 예방·훈련·대응·복구 관리가 이용자 1천만 명 이상 플랫폼 사업자나 매출·운영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데이터센터 등으로 확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네이버 서비스 장애 후속 조치로 이런 내용을 담은 디지털 서비스 안정성 강화 방안을 30일 발표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