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본 MLB ‘이물질’ 논쟁

투수 이물질 규제 후 공 회전속도 급격히 감소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이물질을 활용한 부정 투구 첫 사례가 나왔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좌완 헥터 산티아고(34)는 28일(한국시간) 시카고 게런티드 레이트 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 도중 퇴장 명령을 받았다.

글러브를 면밀하게 살핀 심판들은 산티아고가 이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문제가 된 글러브를 비닐봉지에 넣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제출했는데 추가 조사에서 이물질을 활용한 것이 확인되면 산티아고는 1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는다.

미 프로야구 MLB에서 투수의 이물질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면서 투수들이 이물질 대신 손가락 힘으로 공 회전과 구속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게티 이미지

극단적 투고타저 현상은 이물질 때문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인 MLB닷컴은 ‘산티아고가 이물질 의무 단속 규정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퇴장당한 투수’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15일 MLB는 투수들의 이물질 사용을 금지하는 규칙을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심판들은 경기 도중에 투수의 글로브뿐만 아니라 손과 유니폼 등 다양한 곳을 검사해왔다.

MLB에서 이처럼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은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주고 있는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 때문이다. 시즌 초반부터 6차례의 노히터가 쏟아졌으며, 리그 평균 타율은 0.239로 1968년 0.236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투수들의 비밀이 드러났다. 공에 더 큰 변화를 주기 위해 이물질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무엇인가를 공에 묻히는 장면들이 연이어 포착됐다. 의심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고 MLB 역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28일 ‘ABC’에 따르면 그동안 MLB는 투수가 투구 중에 손에서 공이 미끄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로진(rosin, 송진가루) 사용을 허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투수들은 로진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물질을 섞어 사용해왔다. 파인타르 사용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공을 더 확실히 쥐고 공의 회전수를 늘릴 수 있어 많은 투수들이 애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서는 선크림, 탄산음료를 끓인 것, 끈끈이 등 파인타르보다 더 성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물질들을 사용해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선수는 “전체 선수 중 80~90%가 이런 물질들을 사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고타저 현상이 더욱 극심해지자 MLB 역시 무엇인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에 처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은 MLB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둘로 갈라지고 있다.

매번 심판으로부터 감시를 당해야 하는 투수 입장에서 일부 선수들이 불만의 소리가 높아지지만, 이물질 사용으로 부상을 당하는 등 손해를 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은 MLB 조치에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투수 손가락 근육 강화로 이물질 대체 가능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이물질 사용에 대한 과학계 진단이 주목을 받고 있다.

28일 ‘ABC’에 따르면 그동안 많은 투수가 송진가루인 로진과 찐득한 느낌의 자외선 차단제를 혼합해 사용해왔다.

이 방식이 선호되고 있었던 것은 구속 때문이다.

3MotionAI의 수석 과학자이자 야구 생체 역학 연구원인 마이크 손(Mike Sonne) 박사는 “이물질을 바르면 특히 공을 제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예상보다  빠른 속도의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 계기판의 시속 90km 존에서 100km 속도로 주행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

그러나 “공을 쥔 손가락으로부터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에 투수의 부상 위험이 증가 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일부 선수의 경우 부상을 입을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또 다른 고성능의 맞춤형 믹스, 스파이더 택(Spider Tack) 등의 접착제를 사용할 경우 지나치게 끈적끈적한 만큼 투수가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공을 회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물질을 사용할 경우 타자가 공을 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최근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지는 야구 경기에 있어 이 끈적끈적한 물질의 사용을 가장 심각한 스캔들로 언급하고 있다.

MLB 조치로 최초의 퇴장 선수가 발생했고 향후 부정투구에 대한 심판들의 감시와 규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물질의 범위를 어느 선에서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MLB측에서 아직 분명한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투수들이 던지는 공의 회전(spin) 속도가 현격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3MotionAI는 이런 현상이 선수들이 이물질 사용을 줄이고 있는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게임 양상이 변화돼 MLB가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의 놀라운 능력과 움직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안고 있다.

유타대학의 연구원이자 정형외과 의사인 피터 차머스(Peter Chalmers) 박사는 “투수들이 이물질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공을 던질 때 새롭게 근육을 사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생체역학 회사인 리부트 모션(Reboot Motion)의 공동설립자 제임스 버피(James Buffi) 씨는 “끈적끈적한 물질을 쓰지 않고 갑자기 동일한 마찰 결과를 얻기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손가락 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투수가 손가락 힘을 높이면 팔 근육을 다르게 사용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더 빨리 지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것. 이번 MLB 조치가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리그를 진행하고 있는 선수들의 훈련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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