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예측시장’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주식시장(Stock market)이 돈을 주고 회사의 주식을 사고 팔 듯이, 예측시장(prediction markets)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미래예측’에 내기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미국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이길 것인지, 도널드 트럼프가 이길 것인지’ 같은 내용은 매우 훌륭한 예측시장의 소재이다.
미래를 알고 싶을땐 '예측시장'에 관심을
이미 몇 개의 예측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아직은 주식처럼 돈을 주고 파는 것 보다, 호기심과 학문적인 연구의 필요성에 따라 비영리로 운영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예측이 기존의 여론조사를 대체할 수 있으며, 경제나 심리학 분야에 과학적인 요소가 더욱 높아지면서 ‘과학예측시장’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물리 화학 생물 등 전통적인 의미의 과학은 그것이 ‘과학적’이라는 평가를 얻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 똑같은 실험을 하면 똑같은 결론을 얻는‘재현성’이 보장된다.
그러나 심리학 같은 학문은 ‘재현성’이 매우 떨어져서 과연 심리학을 과학의 영역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지 없는지 논란이 분분하다. 사회심리학자인 브라이언 노섹(Brian Nosek)이 ‘오픈 사이언스 센터(Center for Open Science)를 설립하고 269명의 저자와 함께 3개의 심리학저널에 실린 98개의 논문에 보고된 내용을 실험했더니 100개 중 겨우 39개의 논문만이 재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실시한 '재현성 프로젝트'(Reproducibility Project)의 이같은 결과가 지난해 발표돼 과학계에 큰 충격을 던졌으며, 심리학자들은 집단적으로 자기 이름을 걸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네이처가 10월 20일자 538호에 실린 ‘예측시장’에 대한 기사에서 ‘재현성’을 거론한 것은 예측시장의 가능성과 불확실성이 학문에도 적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이길 것인지를 맞추는 예측시장은 주식시장처럼 활발하게 운영되어 왔다. 미국에서는 1868년 부터 대통령 선거 당선자를 맞추는 도박같은 예측시장이 있었다고 한다. 1930년까지 계속된 이같은 예측시장은 더욱 엄격한 도박법이 도입되고, 좀 더 전문적인 여론조사 시장이 열리면서 거의 다 사라졌다. 지금은 월스트리트 같은 공식적인 자본예측시장이 운영되는 정도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 예측시장은 15번의 선거에서 11번이 적중했으며, 적중하지 못한 4번의 선거는 너무나 치열한 접전이었다고 네이처는 보도했다.
최근 들어 다시 수면 아래 잠겨있던 예측시장이 관심을 끄는 것은 인터넷의 발달과도 관계가 깊다. 누구나 싶게 다양한 정보를 모을 수 있게 되면서 선거결과를 예측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심리가 발동했다.
예측시장이 학문적인 관심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은 1988년 아이오와 대학 티피(Tippie)경제학부에서 비영리로 ‘아이오와 일렉트로닉 마켓’(IEM, Iowa Electronic Markets)을 개설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그 해 11월 8일의 미국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개설된 이 예측시장은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이길 것인지를 마치 주식시세가 변하듯이 그래프로 그리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통령 선거 예측시장은 여론조사, 각종 경제지표, 기타 정치적인 변동사항 등을 모두 고려해서 산출한다. 선거 전날 IEM은 조지 W 부시가 53.2%의 득표율로 이길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2008년의 한 조사에 따르면 1988년부터 그때까지 진행된 5번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IEM의 예측이 여론조사 결과 보다 74% 정확하다는 연구도 나왔을 정도이다.
심리학 등 인문분야 연구의 과학적 토대 강화에 필요
IEM의 성공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예측시장이 등장했다. 1996년 할리우드 주식시장은 개봉영화의 수익률을 예측하는 시장을 열었다. 그 해 개봉된 영화 중 햄릿은 흥행에 실패할 것이고,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는 인기를 끌 것을 정확히 예측했다. 2000년대 초 휴렛패커드 종업원들은 자사의 프린터가 얼마나 수익을 낼 것인지 역시 정확히 예측했다.
물론 예측시장이 크게 실패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6월 영국이 EU를 탈퇴할 것인지를 묻는 국민투표의 결과가 85%는 잔류하는 것으로 투표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등 과학적 조사를 바탕으로 하는 인문학 분야가 늘어나면서 ‘과학적 예측시장’의 가능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최근 조금씩 활발해졌다. 미국 버지니아 페어팩스(Fairfax)에 있는 조지 매이슨 대학(George Mason University)의 경제학자인 로빈 핸슨(Robin Hanson)은 2011년 과학적 질문을 위한 예측시장을 시도했다. 사이캐스트(SciCast)라고 하는 이 프로젝트는 참가자들이 웹사이트에 질문을 던지도록 했는데 그 중 하나는 ‘2014년 6월 미국에서 메르스가 발견될 것인지 실험으로 확인될 것인가’같은 것이다.
사이캐스트는 2015년 자금중단으로 중지됐지만, 예일대학의 천체물리학자인 아귀르(Aguirre)와 그렉 러플린(Greg Laughlin)이 2015년 11월 메타큘러스(Metaculus)를 다시 개설하면서 이어졌다. 메타큘러스는 보통 사람보다 예측능력이 뛰어난 수퍼프리딕터(Superpredictor)를 발견하는데 관심을 기울인다. 메타큘러스는 참가자들에게 ‘유전자가위(CRISPR)를 이용해서 살아있는 사람의 유전자를 변형하는 시술이 2017년 말까지 이뤄질것인가’ 같은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과학예측시장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같은 질문은 시간이 지나면 확실한 답이 나오지만, 과학예측시장은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한 답이 나오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사회 관련 연구의 과학적 재현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므로, 예측시장 역시 지속적인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 심재율 객원기자
- kosinova@hanmail.net
- 저작권자 2016-10-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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