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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우정헌 기자
2007-11-25

“과학소설은 미래를 예언한다” 과학소설의 역사와 현재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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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문화재단(이사장 나도선)이 재단설립 40주년을 맞아 과학기술인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여 과학문화 활동의 현재와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매머드행사 ‘2007 과학문화광장’이 13일 서울 삼성동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려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과학과 소설 포럼'에서는 과학소설 마니아들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우리에게 과학소설이란 무엇인가?, 과학소설의 역사와 현재적 의미 등 다양한 주제 발표가 있었다. ‘과학과 소설 포럼’에 제기된 두 번째 이슈를 현장 중계한다. [편집자 註]


“과학소설은 인류와 함께 진화했다.”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의 역사는 1516년 영국의 정치가 인문학자 토머스 모어(1478~1535)가 발표한 <유토피아>를 그 시초로 볼 수 있다. <유토피아>는 이상한 섬나라 유토피아에 다녀왔다는 선원 '히스로디'로부터 그곳의 제도와 풍속을 듣는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중세기의 사회질서가 근세기로 옮아가는 재편성의 시기를 조명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줄 인류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소설의 역사는 17C 들어 프랑스 소설가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1619~1655)가 발표한 <달나라 여행기 1657>과 <해나라 여행기 1622>로 과학소설의 영역을 우주로 발을 넓힌다.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를 통해 사회적 모순과 미래의 윤택한 인류의 삶을 다룬 것과는 달리 시라노의 두 작품은 모험과 판타지 형식의 과학소설이었다.


이어 괴기소설로 분류되기도 하는 영국소설가 메리 셀리(1797~1851)가 발표한 <프랑켄슈타인>이 등장한다. 무생물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알아낸 프랑켄슈타인이 대담하게도 인조인간을 만드는 이야기다.


이날 과학과 소설 포럼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용우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겸 소설가는 “인조 인간과 그것을 만든 프랑켄슈타인과의 갈등을 통해 다윈의 진화론과 당시의 첨단과학이 비윤리적으로 이용될 때 나타날 수 있는 인간사회의 위험을 경고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중앙위원은 19세기 들어서며 과학소설은 유럽을 중심으로 2백여 편이 발표되는 중흥기를 맞는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1828~1905)의 <해저 2만리>, <지저여행>, <달나라 여행>, 영국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9~1930)의 <지킬박사와 하이드>, 영국 소설가 코난 도일의 <잃어버린 세계><마라코트 심해> 등이 이시기에 등장한 대표적 작품이다.


과학소설은 미래를 예언한다


김 중앙위원은 근대 과학소설의 중흥기를 이끈 선두주자로 쥘 베른을 꼽았다. 쥘 베른은 그의 작품 속에서 비행기, 잠수함, 이동로면, 압축공기, 나트륨분해전기 등의 용어사용은 물론, 향후 이를 실현시킨 과학기술에 적절한 이론과 설계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후 프랑스 소설가 빌리에 드 릴라당(1838~1889)에 의해 <미래의 이브>가 발표되면서 과학소설은 기계문명의 발전 기여에서 복제인간을 예언하는 문명 비판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고 김 중앙위원은 설명했다.



김 중앙위원은 과학소설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여함과 동시에 과학기술이 가져다 줄 사회적 불안에 대해 경고하는 기능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며 과학소설의 파급력에 대해 역설했다.


“영국 소설가 겸 사상가 하버트 조지 웰스(1866~1945)에 의해 <타임머신>과 <우주전쟁> 등이 발표되면서 과학소설의 소재는 시간의 초월과 우주로 옮겨졌다. 이렇게 과학소설은 과학의 미래와 기술의 진보와 발전에 기여하는 한편 인류생활의 변천에도 작용했으며, 도덕과 가치기준의 변화와 함께 인류의 진화라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특히 웰스는 폭탄이나 탱크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에 그것들이 등장하는 소설을 썼고,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비행시험에 성공하기 전에 비행기를 이용한 핵폭탄과 가스 살포를 예언했다는 것이다.


또 세계 2차 대전 이후 과학소설은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예견하는 데 가속화하기 시작했다고 김 중앙위원은 설명했다. 미국 소설가 휴고 건즈백(1884~1967)의 <랄프 124C 41 플러스-2660년의 사랑>에서 오늘날 우리 생활과 유리될 수 없는 형광등, 플라스틱, 레이더, 테이프리코더, 텔레비전 등에 관한 정확한 예언을 했다.


현대과학소설은 지구의 황폐화와 미래 인류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국 소설가 브레드 버리(1920~)의 <화성연대기>는 지구에서 발생한 핵전쟁에 의한 지구황폐화를 보여주며, 인류의 영원한 고향, 지구에 대한 애정과 인간의 무분별한 과학기술이 불러온 참화를 보여준다.


러시아 출신 소설가 아이삭 아시모프(1920~1992)의 <파운데이션>과 <강철도시>는 로봇이 발달한 미래사회를 무대로 인간이 만든 로봇과의 전쟁과의 문명을 비판하고, 광대한 우주로 퍼져 살게 된 인류의 모습을 묘사한다.


과학소설, 미래로 가는 길잡이


김 중앙위원은 과학소설의 가치성에 대해 “과학소설이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해왔고, 또 과학기술의 한계성과 경계성의 문제를 들어 경고를 아끼지 않는 것은 과학문명시대를 건전하게 이끌어가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 소설계가 이 같은 과학소설의 역사적 소명에 아직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며 김 중앙위원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 소설계에는 과학소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소설이 지향하는 문학적 가치를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세계 또는 우주로의 소설적 무대를 확대해 나가는 데 두지 않는다. 한국 소설계가 과거로의 회귀나 도덕적 재해석, 현대문명이 가져다주는 정신적 황폐를 통한 가족의 해체 등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소설계는 공상을 넘어서 국민에게 과학지식의 보급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과학소설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라며 “미래로 가는 길잡이로서의 과학소설을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김 중앙위원은 강조했다.


특히 그는 주제발표 마무리에서 “소설의 폭발력은 실로 엄청나다”면서 과학소설의 활성화를 역설했다.


“소설의 폭발력은 엄청나다. 잘 쓴 과학소설 한 편을 얻는다면 그것은 많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과학지식을 보급하는 것은 물론 국내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그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달러박스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것은 영화가 한낱 오락물이 아니라 대단한 폭발력을 갖춘 산업이기 때문이다.”

우정헌 기자
rosi@ksf.or.kr
저작권자 2007-11-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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